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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8GB 서피스 출시, 32GB 램 권장 문서 삭제
위키트리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러닝 센터에 올려둔 32GB 램(RAM) 추천 문서를 모두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게이밍용 PC를 살 때 32GB가 “걱정 없는” 선택이라던 안내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8GB 램만 얹은 서피스(Surface)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램 가격이 치솟고 PC 출하량이 꺾이는 와중에, 정작 자사 문서와 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윈도우레이티스트(Windows Latest)가 이 삭제 사실을 처음 포착했고 테크파워업(TechPowerUp), PC월드(PCWorld),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등도 뒤이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게이밍 PC 설정을 최적화하는 방법(How to optimize your gaming PC setup)”이라는 제목의 지원 문서다. 지난해 11월 28일 윈도우 러닝 센터에 게시된 이 문서는 대부분의 게이머에게 16GB면 충분하다고 안내하면서도 “32GB는 가장 부담스러운 게임을 돌리거나 무거운 모드를 쓰는 진지한 게이머에게 이상적”이라고 적었다. 코파일럿+ PC(Copilot+ PC)를 그 32GB로 가는 가장 쉬운 길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 이 문서의 URL에 접속하면 러닝 센터 홈페이지로 자동 리다이렉트된다.
이후 5월에는 또 다른 문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32GB를 “걱정 없는 구간(no-worries zone)”이라고 표현한 사실도 보도됐다. 램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후 며칠 만에 이 문서도 조용히 삭제됐다. 두 문서 모두 “진지한 PC 게이밍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램이 필요하다”는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지금은 둘 다 같은 방식으로 러닝 센터 홈으로 넘어가는 신세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년 가까이 코파일럿+ PC를 대표 브랜드로 밀어왔고, 16GB 램은 이 브랜드에 붙는 협상 불가의 최소 조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AI 붐이 메모리 시장까지 흔들면서 D램 가격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더는 저렴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런 흐름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계기가 지난 6월 출시된 서피스 프로 12(Surface Pro 12)와 서피스 랩톱 13(Surface Laptop 13)이다. 두 제품 모두 8GB 램 기본 구성이 각각 849달러, 949달러부터 시작한다. 이 8GB 모델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스로 정한 16GB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코파일럿+ PC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 한 달 앞서 5월에는 1,299달러짜리 서피스 랩톱 포 비즈니스(Surface Laptop for Business)가 8GB 구성으로 나온 것도 지적받았다.
당연히 사용자들 사이에서 8GB로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애초에 16GB를 임의의 기준선으로 세운 것도 마이크로소프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 25일 기준 서피스 랩톱 구매 페이지는 8GB 램을 두고 “인터넷 검색, 스트리밍, 학업, 생산성 앱 같은 일상 사용에 훌륭하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1년 가까이 진지한 사용자에겐 32GB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회사의 태도가 180도 뒤집힌 셈이다. PC월드에 따르면 지금도 32GB 용량 기준으로 DDR4는 250달러, DDR5는 400달러를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장 전반의 냉각도 확인된다. IDC의 지테시 우브라니(Jitesh Ubrani)는 6월 노트에서 벤더들이 메모리 부족에 “새로운 실리콘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더 효율적인 운영체제라는 조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2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는데, 이는 9분기 연속 성장 이후 처음 나온 연간 기준 하락이다. IDC는 올해 연간으로는 11.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메모리 부족 현상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8GB가 유독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윈도우11 자체의 구조에 있다. 윈도우11의 최소 사양은 4GB에 불과하지만, 인터페이스 상당 부분이 웹 기반 리액트(React)와 웹뷰2(WebView2)로 만들어져 있다. 인기 있는 윈도우 앱 중 상당수도 네이티브 코드가 아니라 일렉트론(Electron) 기반 웹 래퍼 형태로 돌아간다. 두 방식 모두 램을 많이 잡아먹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문제를 인지한 듯하다. 지난달 31일 회사는 프론트페이지에서 오래 기다려온 발표를 내놨다. “8GB 이상 환경을 위한 메모리 최적화. 고객이 매일 쓰는 PC 전반에서 빠르고 반응성 좋은 윈도우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윈도우의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목표 시점은 올해 말까지다. 메모리 산업이 AI 붐 이전 가격으로 돌아갈 조짐이 없는 이상,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이제 손에 넣기 힘든 32GB 사양을 계속 추천할 이유가 없고, 대신 8GB 램에서도 쓸 만한 윈도우11을 만들어야 할 이유는 더 커진 상황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윈도우11이 실제 시장 점유율에서 눈에 띄게 밀린 것은 아니다. 올해 리눅스가 데스크톱 시장의 10%를 가져갔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AI 크롤러 봇이 통계를 왜곡한 결과로 밝혀졌다.
해법의 실마리는 윈도우11의 네이티브 프레임워크인 WinUI에 있다. WinUI는 애초 설계부터 웹뷰2보다 훨씬 가볍다. 윈도우에서 가장 오래된 도구 중 하나인 프린트 관리(Print Management)가 최근 WinUI 3로 재구축됐는데, 이는 앞서 속성(Properties) 대화상자 등 여러 레거시 대화상자가 이미 거쳐온 것과 같은 처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네이티브 앱조차 필요 이상의 램을 쓰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고, 개발자들에게 웹 래퍼 앱 대신 네이티브 방식을 권장하는 동시에 WinUI를 중심으로 한 더 넓은 UI 재설계도 예고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최근 윈도우11의 품질과 기본기(fundamentals)에 대한 투자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지점에 이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는 32GB를 표준으로 팔 수도 없고, 자사 운영체제조차 버거워하는 8GB 서피스 하드웨어를 계속 판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윈도우11을 더 가볍게 만드는 것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남은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