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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3800원,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에 폐업 위기
위키트리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김밥 물가지수는 2021년 103.47에서 올해 142.61로 37.8%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25.2%)과 비교하면 12.6%포인트나 더 높다. 저렴한 메뉴의 대표주자였던 김밥이 도리어 외식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가격 자체도 만만치 않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조사를 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3800원)은 1년 새 4.89% 상승했다. 칼국수·삼겹살·냉면·삼계탕·자장면·김치찌개백반 등 다른 외식 메뉴의 상승률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2017년 서울 평균 김밥값이 2144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년 사이 무려 77%가 오른 셈이다.
왜 이렇게 올랐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재료값이다. 쌀, 김, 계란은 물론 시금치·단무지·당근 같은 부재료까지 안 오른 게 없다. 특히 오이는 서울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9.4% 뛰었고, 소매가격 기준으로도 오이(29.3%)와 시금치(28.3%)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 탓에 출하량이 줄고 품질까지 떨어진 여파다.
김값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국내에서 김이 부족해진 것도 아닌데 가격이 뛰었는데, 여기엔 K푸드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 김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증한 반면, 기후변화로 국내 채취량은 줄어들면서 정작 국내용 물량 확보가 빠듯해진 것이다.
재료값보다 더 뼈아픈 건 인건비다. 최저임금은 2021년 8720원에서 올해 1만320원으로, 내년엔 1만700원까지 오를 예정이다. 다른 업종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김밥집은 유독 타격이 크다. 국밥이나 자장면은 대량 조리 후 소분하면 그만이지만, 김밥은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고 볶아 일일이 말아야 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 업종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매장에 자동 조리 기계가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정이 많다.
외식업계에서는 김밥이나 칼국수, 김치찌개처럼 원래 가격이 낮았던 메뉴일수록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임금이 오를 때 타격을 더 크게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임대료와 전기·가스 요금,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재료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직원 한 명을 쓰면 그 인건비를 메우기 위해 사장이 쉬지 않고 김밥을 말아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실제로 창업 후 온종일 일했는데도 빚만 늘었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 현상을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통상 물가가 오르면 1년쯤 지나 임금이 따라 오르고, 오른 임금은 다시 1년 반 정도 시차를 두고 서비스 물가를 밀어올린다. 물가가 안정적일 때는 기업이 다른 비용을 줄여 인건비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지금처럼 환율과 원자재값이 동시에 뛰는 상황에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표로 옮겨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임금 인상 속도와 생산성 향상 속도의 격차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최저임금은 79.7% 올랐지만,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2.4% 오르는 데 그쳤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도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그 결과 임금 인상분이 다시 물가를 밀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