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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따른 고수온 현상, 양식장 물고기 집단 폐사로 수급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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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이번엔 바다까지 삼키고 있다. 남해안과 서해안, 제주 곳곳 양식장에서 물고기가 떼로 죽어나가면서, 올여름 횟감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낮 최고기온은 32~39도로 평년(29~33도)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은 34도까지 치솟았고, 부산 전역에는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다. 31일에는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땅을 달군 열기는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들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1일 오후 6시부로 고수온 재난 예·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서해·남해 내만과 제주 연안 8개 해역에 고수온 주의보를 낸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발령 시점(7월 9일)보다 12일 늦었는데, 장마가 늦게 시작돼 수온 상승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다만 늦게 시작한 만큼 오른 속도는 가팔랐다. 경남 통영·거제·남해의 어류 양식장 표층 수온은 최근 3~4도씩 뛰며 28~29도까지 올라섰다. 고수온 주의보 발령 기준인 28도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 1일 완도군의 한 광어 육상양식장에서는 낮 최고기온 35도 속에 오전에만 수온이 27도를 넘나들었다. 이 양식장을 26년째 운영해온 김모(69)씨는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새 광어 3만 마리가량을 잃었다고 했다. "광어는 수온이 25도를 넘으면 산소가 부족해 못 산다"며 "눈 뜨고 자식 잃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완도군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2일까지 이 지역 8개 어가에서만 광어 9만8000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고, 피해액은 복구단가 기준 4억2300만원에 이른다.

제주에서도 올해 첫 고수온 피해가 인정 절차를 밟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장 2곳에서 지난달 24일 접수된 광어 폐사 신고는 당초 9000여 마리 규모로 파악됐지만, 추가 조사 결과 2만1000여 마리로 늘었다. 신고 당시 사육 수온은 27~28도였고, 피해액은 9200만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제주도와 행정시,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를 우선 고수온에 따른 어업재해로 보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3년 새 30배 뛴 제주 피해액

문제는 이런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지역 양식장 피해액은 2020년 1억7000만원에서 2022년 4억8000만원, 2023년 20억4000만원, 2024년 53억4000만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52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육상양식장 78곳에서 광어 221만5000마리가 폐사해 71일간 이어진 고수온 특보 속에 실질 손실이 284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어업인들은 추산한다. 2025년에도 62개 양식장에서 광어 180만마리가 죽었다. 2024~2025년 2년 사이 제주에서만 광어 약 401만5000마리가 폐사해, 공식 신고된 피해액만 105억원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현재 제주에는 육상 양식장 373곳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약 90%가 광어를 키우고 있어, 수온이 조금만 흔들려도 지역 어가 소득 전체가 출렁이는 구조다.
지난해 전국 상황은 더 심각했다. 2025년 고수온 특보는 7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71일간 이어지며 특보 제도가 도입된 2017년 이후 가장 길었다. 그해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어종별로는 우럭 피해가 583억원으로 가장 컸다.

폐사는 시차를 두고 가격표에 나타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해 여름 폐사 여파로 우럭 산지가격이 전 지역에서 전년 동월 대비 50% 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광어와 우럭은 출하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어종이라, 한 번 물량이 줄면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성도 있다. 지난 6월 초에는 수온 상승에 유류비 부담까지 겹치며 노량진수산시장 경락가격이 뛰었다. 자연산 광어 1㎏은 한 주 만에 37% 오른 1만1100원을, 양식 광어는 2만원, 양식 참돔은 1만2400원을 각각 기록했다.

수입 수산물도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로 이달 수입 염장 고등어 가격은 1손당 1만1017원으로 1년 전(8540원)보다 29% 올랐다. 원양 냉동 물오징어도 마리당 5211원으로 7.3% 상승했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환율이 수입산 단가까지 밀어 올린 결과다.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제주도는 올해 액화산소 공급과 재해보험료 지원을 늘리는 한편, 깊은 바다의 차가운 저층수를 끌어 쓰기 위한 취수관 연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어가들이 피해를 피하려 조기 출하를 서두르면, 제대로 크지 못한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몰려 도매가격이 오히려 떨어지는 악순환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고수온에 강한 참조기 시범 양식을 넓히고, 물을 순환·여과하는 스마트 양식 시스템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수온 예·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1단계-심각 2단계' 순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현재는 '경계' 단계다. 폭염이 8월까지 이어질 경우 적조까지 겹칠 수 있어, 양식 어가들이 짊어질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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