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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레버리지 곱버스 투자 실패, 결혼자금 8천만원 손실
위키트리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A씨가 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투자 실패담을 올렸다. 게시물 제목은 ‘엊그제 손절하고, 어제 곱버스 탔다가 나락’.
A씨는 원래 삼성전자를 장기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가가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포모(FOMO)를 견디지 못하고 반도체 업종에 대한 믿음으로 레버리지 상품으로 갈아탔다. 포모는 상승장에서 자신만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을 뜻한다. A씨는 "그냥 ‘배당이라도 나오니 적금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이었다"고 적었다.
한동안은 성공적이었다. 수익률이 80%까지 오르자 A씨는 여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수익률이 딱 100%가 되면 결혼자금으로 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반대로 흘렀다. 수익 구간에 있던 계좌가 순식간에 손실 구간으로 돌아섰다. 수익은커녕 원금이 30%만 남는 지경이 되자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에 나섰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는 이미 본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곱버스'로 갈아탔다.
'곱버스'는 '곱하기'와 '인버스(inverse·)'를 합친 말이다. 인버스는 지수가 내리면 이익이 나고 오르면 손실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정반대로 움직인다. 곱버스는 여기에 배수를 2배로 키운 상품이다. 기초 지수인 코스피200 선물이 하루에 1% 내리면 곱버스는 약 2% 오르고, 반대로 지수가 1% 오르면 곱버스는 약 2% 내린다. 즉 시장이 떨어질 것이라는 데 두 배로 베팅하는 상품인 셈이다.

곱버스의 함정은 하루 단위 수익률의 2배를 좇는 구조에 있다. 지수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는 방향을 맞혀도 원금이 조금씩 녹는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가 나타난다. 예컨대 지수가 하루 오른 뒤 다음 날 같은 폭으로 내려 제자리로 돌아와도, 하루 단위로 2배씩 반영하는 곱버스는 원금보다 줄어드는 식이다. 그만큼 장기 보유에 극히 불리하다. 하락에 베팅한 A씨의 판단과 달리 시장이 전날 극적으로 반등하자 손실을 메우기는커녕 남은 자산마저 더 깎여 나갔다.
결과적으로 A씨의 순자산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는 잃은 돈이 8000만원가량이라고 밝혔다. A씨는 별도로 빼둔 결혼자금이 있어 당장 결혼식에는 문제가 없지만 주거 마련 등 계획이 미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출근 전 여자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모은 걸 거의 다 잃었다. 결혼적령기인 네게 너무 미안하다"며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이 어려우니 네가 선택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믿어준다면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여자친구 반응은 달랐다. A씨에 따르면 여자친구는 "괜찮아. 빚을 내서 한 것도 아니잖아"라며 그를 다독였다. 다만 "돈을 잃은 것은 괜찮지만 다시 주식에 손을 대면 그때는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혼도 내고 토닥여도 줬다"며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버티는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결혼 후 통장을 합치고 경제권은 여자친구가 가져가기로 했다"며 "여자친구는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편이라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사연에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한 이용자는 "돈은 잃었지만 평생의 동반자를 얻지 않았느냐"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이 훨씬 소중하다"며 결혼을 축하했다.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코인 투자로 큰돈을 잃었던 경험을 전하며 "아내가 '누구나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지만 다음은 신뢰의 문제'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그는 "이후 아내가 돈 관리를 맡으면서 부족하지만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며 "돈은 잃어도 소중한 사람은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투자 방식을 두고 쓴소리를 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이들은 "레버리지에 무슨 배당이 나오느냐", "이럴 거면 차라리 정상적으로 투자하라"고 지적했다. 미국 우량주나 지수 추종 상품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