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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약국소비 폭증, 면세점 제친 필수 관광코스
위키트리
지난 3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약국 소비액은 2021년 76억2660만원에서 지난해 1255억6000만원으로 17배 가까이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1420억86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소비액을 넘어섰다. 지난 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약국 소비 증가율은 206.1%로 주요 소비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면세점과 백화점, 피부과 등 전통적인 관광 소비 업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소비 지형도 바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소비는 일반 동네 약국이 아니라 명동·홍대·성수·강남 등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H&B형 약국과 창고형 약국에 집중되는 흐름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때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던 외국인 필수 쇼핑 코스가 이제 '올다약(올리브영·다이소·약국)'으로 바뀌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품목도 다양하다. 감기약과 소화제, 인후통 완화제 같은 상비약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팔리며, 파스와 근육통 완화 제품도 부모 선물용으로 여러 개씩 구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비타민과 유산균, 오메가3, 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여드름 치료제와 흉터 연고, 이른바 'PDRN 재생크림', 탈모약 등도 '검증된 제품'이라는 인식 속에 판매량이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관광 소비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본다. 외형을 꾸미는 화장품 소비를 넘어, 효과와 효능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 의약품 소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광학과 교수는 과거 면세점과 전통시장 정도로 한정됐던 관광 쇼핑 채널이 올리브영·다이소·약국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약국 투어가 방한 관광객의 대표적인 생활형 소비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SNS발(發) 인기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에서 본 피부 관련 제품을 찾다가 감기약이나 비타민, 파스까지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 약국들은 이런 수요에 맞춰 유학생과 외국어 전공 대학생을 통역 인력으로 상시 채용하고, 중국어·일본어·영어 안내 책자를 갖추는 한편 환전기와 외국인 부가가치세 환급 기계를 매장에 설치하는 등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대형 약국은 예약제 무료 피부 진단 서비스에 통역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을 직접 운영하며 마케팅 담당 인력까지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