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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반도체 7개사 8억7400만달러 지원 및 지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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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CHIPS법으로 반도체 7곳에 8억7400만달러 지원하고 지분 받는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미국 상무부가 7월 29일(현지시각) 반도체 기업 7곳과 의향서(letter of intent)를 체결했다. CHIPS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최대 8억74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대상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원 방식이다. 정부는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각 기업의 소수 지분을 받기로 했다. 최대 수혜 기업은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로 최대 3억 달러를 받는다.

상무부가 공개한 배분 내역을 보면 기업별 지원 규모와 목적이 뚜렷하게 갈린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최대 3억 달러를 받아 광신호와 AI 프로세서를 결합하는 공동패키지광학(co-packaged optics) 관련 미국 내 연구개발(R&D)을 2~3년 앞당기는 데 쓴다.

두 번째로 큰 금액은 케플러(Kepler)에 배정된 최대 2억4500만 달러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라가(Moraga)에 있는 스타트업으로, 3D 및 강유전체(ferroelectric) 기술을 활용한 AI 메모리를 개발한다. 이어 멀티빔(Multibeam Corporation)이 최대 1억4000만 달러를 받는다. 여러 개의 칩을 쌓아 수천 개의 연결선으로 잇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나머지 4곳은 각각 3000만~7500만 달러 규모다. 엑스트로픽(Extropic)은 열역학적 샘플링 장치 개발에 최대 7500만 달러를, 신트로닉스(Thintronics)는 차세대 반도체 연결·패키징용 초저손실 층간 절연체 개발에 최대 5000만 달러를 받는다. 오브시디아 반도체(OBSIDIA Semiconductors)는 위조·악성 부품을 탐지하는 비파괴 검사 시스템 개발에 최대 3400만 달러를, 앨루마(Aeluma)는 AI 광통신용 광검출기·레이저 기판 개발에 최대 3000만 달러를 받는다. 다 더하면 8억7400만 달러다.

일곱 곳 모두 상무부와 예비 합의만 맺은 상태다. 실제 자금 지급은 추가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확정된다.
왜 이 6곳인가…AI 반도체 공급망의 숨은 병목을 겨냥했다 / AI 생성 이미지

주목할 지점은 글로벌파운드리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이 겨냥한 영역이다. GPU와 이를 잇는 광학 부품에 관심이 쏠린 것과 달리, 이번 6개 지원은 AI 가속기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메모리 구조, 칩 층간 신호 품질을 좌우하는 절연 필름, 미세 간격의 칩렛(chiplet) 조립을 가능케 하는 전자빔 장비, GPU 추론을 대체할 수 있는 확률적 컴퓨팅 방식, 위조 칩을 걸러내는 스캐너, 광반도체 제조의 지리적 병목을 없애는 화합물 반도체 기판까지 각기 다른 층위를 건드린다.

케플러가 받는 2억4500만 달러는 메모리 대역폭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일반 D램처럼 축전기의 전하 상태가 아니라 강유전체 결정의 분극 상태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케플러는 메모리와 연산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 AI 가속기의 연산 로직을 가중치 저장소 바로 옆에 두는 구조를 개발 중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3E)는 스택당 최대 1.2테라바이트/초(TB/s)를 지원하지만 비트당 가격이 일반 D램보다 몇 배 비싸고, 공급량은 이미 다년 계약으로 소진된 상태다.

멀티빔이 받는 1억4000만 달러는 첨단 패키징용 리소그래피 공백을 노린다. 이 회사는 2010년 램리서치(Lam Research) 창업자인 데이비드 K. 램(David K. Lam)이 세운 곳으로, 수백~수천 개의 미세 전자빔 기둥을 동시에 가동해 10나노미터 미만 정밀도로 패턴을 새기는 다중칼럼 전자빔 리소그래피(MEBL) 기술을 보유했다. 2024년 7월 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의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SkyWater Technology)에 첫 MEBL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엔비디아 가속기용 첨단 패키징 방식인 TSMC의 CoWoS는 현재 리드타임이 52~78주에 달하고, 패키징 기판용 절연 필름은 아지노모토 파인테크노(Ajinomoto Fine-Techno) 한 회사가 세계 공급량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지원의 또 다른 특징은 정부가 대가로 지분을 받는다는 점이다. 상무부는 일곱 개 기업 각각에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소수 지분(비의결권)을 확보한다.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며 처음 시도한 방식이 다른 반도체 기업들로 확장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런 접근이 연방 투자로는 전례 없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CHIPS와 과학법은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법이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법을 지분 투자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나온 결과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지원이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AI 기술 발전을 가속해 미국의 첨단 컴퓨팅 주도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 이름을 올린 곳은 일곱 개 회사뿐이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효과가 이보다 넓은 범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관리·센싱 반도체 기업 ON세미컨덕터(ON Semiconductor, 시가총액 326억 달러), 반도체 검사·계측 장비 기업 온토 이노베이션(Onto Innovation, 시가총액 125억 달러), 반도체·박막 공정 장비 기업 비코 인스트루먼츠(Veeco Instruments, 시가총액 31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온토 이노베이션은 최근 HBM 고객사와 2억4000만 달러 규모의 물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코 인스트루먼츠는 AI 데이터센터 상호연결과 인화인듐(Indium Phosphide) 레이저 관련 주문을 2억5000만 달러 이상 받았다. 다만 비코는 이번 CHIPS법 지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직접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AI 반도체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같은 흐름 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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