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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그래미 출품 거부, 아시아 부문 신설 항의 차원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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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래미가 신설한 아시아 음악 부문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래미 측은 하루 만에 입장을 내고 특정 아티스트를 구분 지으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외신도 BTS의 이번 결정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미국 중심의 시상식에서 소외돼 왔다고 짚었다.

그래미상 출품 거부 밝힌 BTS “지역,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자체로 사랑받길”

BTS 멤버들은 지난 29일 각자의 개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늘 함께해주시는 아미(BTS 팬덤)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 등 주요 차트를 석권한 시점에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상인 그래미 출품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BTS가 출품 거부를 선언한 것은 주최 측이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신설된 해당 부문은 K팝과 일본의 J팝, 중국의 C팝 등 하나 이상의 아시아 국가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아시아에서 만들어졌거나 현지에서 인정받은 아시안 팝 음악 가운데 예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아티스트에게 수여된다. 당초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이 글로벌 음악 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악적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한국·중국·일본의 대중음악을 ‘아시아’라는 지역 단위로 묶은 것을 두고 서구 중심적 사고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K팝을 본상 및 주요 부문이 아닌 아시아 부문에 국한하려는 시도로 풀이하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미 측 “아시아 팝 음악 깊이, 다양성 위해 만들어진 것” 해명

BTS의 출품 거부 결정에 그래미 측은 하루 만에 해명 입장을 내놨다. 그래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음반산업 단체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BTS가 그래미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지만, 음악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시안 팝 부문이 “아시아에서 나오는 팝 음악의 깊이와 다양성, 놀라운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요한 아티스트들에게 별도의 조명을 비추려는 취지”라며 “누군가를 구분 지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문이 늘어나면 더 많은 아티스트의 작품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1만5000명의 그래미 투표인단의 인정을 받는 대상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하면 본상 경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아시안 팝이나 재즈, 컨트리 같은 장르 부문에 음악을 출품한다고 해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비롯한 제너럴 필드(본상) 부문에 함께 출품하고 심사받는 데 제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가디언 “아시아 팝 아티스트들, 미국 중심 시상식에서 소외돼”

그래미상은 백인이 아닌 아티스트에게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BTS는 2019년 그래미 시상식의 ‘최우수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나섰고, 2021년부터 3년 연속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지는 못했다. 올해는 로제의 ‘아파트’(APT.)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을 하지 못했고, 지난해 최고 히트곡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이 OST 부문에 해당하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1개 부문만을 수상해 아쉬움을 남겼다. 프랭크 오션, 드레이크, 위켄드 등 유명 아티스트들도 그래미 시상식이 주요 부문에서 유색인종 아티스트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품 제출을 거부해왔다.
외신에서도 BTS의 이번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29일(현지시간) BTS의 결정에 대해 “완곡한 표현이긴 하지만 강렬한 비판”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아시아 팝 아티스트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중심의 시상식에서 소외돼 왔다. 2021년 BTS가 등장하기 전까지 K팝 아티스트 중 단 한 명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며 로제의 아파트도 올해 세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나 모두 미국이나 영국 아티스트들에게 밀려 수상에는 실패했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같은 날 이 소식을 다루며 “K팝은 지난 10년간 엄청난 세계적 인기를 누렸음에도 그래미상 수상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둬 왔다”며 “특히 한국 그룹 BTS는 K팝이 세계 팝 주류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팀으로 평가받지만, 지금까지 그래미상 후보에 다섯 차례 올랐음에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팝 부문의 신설은 K팝을 어떻게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레코딩 아카데미 내부에서 수년간 이어진 논의의 결과다. 동시에 세계 음악계의 최고 권위 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이기 위한 레코딩 아카데미의 행보와 맥락을 같이 한다”며 “실제 그래미는 2024년 ‘베스트 아프리카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해 시상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인종과 언어가 K팝을 바라보는 서구권의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BTS의 활동 과정에서도 중요한 주제였다”며 ‘아리랑’ 제작 당시 멤버들이 세계적인 흥행을 위해 영어 가사를 더 많이 넣으라는 프로듀서의 요구에 저항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CNN은 지역을 기준으로 한 상이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가치를 축소할 수 있다는 BTS 팬들의 우려를 전했다. CNN은 “문화권이나 지역을 기준으로 한 부문 자체가 그래미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그래미는 매년 ‘베스트 라틴 재즈 앨범’, ‘베스트 트로피컬 라틴 앨범’, ‘베스트 아프리카 음악 퍼포먼스’ 등의 상을 시상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뉴욕대학교 스타인하트 음악대학의 음악 교사이자 K팝 전문가인 매튜 펠레그리노(Matthew Pellegrin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음악 부문 신설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겉으로는 좋은 의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별도의 칸(separate box)에 가둬 주류 미국 팝 아티스트들과 동등하지 않은 존재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폭넓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시아 지역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도대체 그 임의적인 경계는 어디에서 그어지는 것이며, 왜 그렇게 나누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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