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읽음
그것만이 내 세상




오갈 데 없는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 우연히 17년 만에 헤어진 엄마 인숙과 재회하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따라간 집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뜻밖의 동생 오진태를 마주한다. 오로지 대답이라곤 “네” 밖에 할 줄 모르는 동생을 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감에 동분서주하는 조하의 장면에서 배우 이병헌의 연기가 다시금 빛난다.
그래도 이 영화의 주요 핵심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피아노 88개 건반으로 이해하는 천재 진태의 이야기가 전체를 아우른다. 진태의 장면은 마치 과거 1997년에 개봉한 영화 '샤인(Shine)'에서 동일한 ‘서번트증후군’을 앓았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을 떠 올리게 한다.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방방 뛰는 데이비드와 진태는 ‘순수한 영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피아노 앞에서 어마 무시한 천재성을 마음껏 드러낸다. 그들이 연주했던 쇼팽이 순수한 아름다움과 감동 그리고 ‘천재성의 발현’이라면 스크린에 비치는 그들의 음악 또한 진정한 천재들의 외침이었다. 어린이의 맑은 눈동자를 통해 순수한 아름다움의 진리를 발견하듯 그들의 음악은 세상 논리에 빠삭한 얇은 지식과 한 줌 자존심에 이끌려 살아가는 세속인들을 구원하는 ‘천국의 음악’처럼 다가온다.
“박정민과 한지민 두 배우는 엄청난 노력파 배우들입니다. 특히 박정민 배우가 영화 후반부 쇼팽 을 연주할 때 건반의 정확한 음을 집어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100% 노력인 거죠” -피아니스트 송영민
이 영화에서 클래식 음악이 많다는 건 이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연주처럼 보이기 위한 트레이닝을 수개월 동안 받았다고 하는 배우 박정민과 한지민의 열연은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본래 피아노를 저렇게 잘 쳤나?”라는 놀라움과 함께 전문 피아니스트처럼 보이는 그들의 열연이 경이롭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