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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계 6위 강국 부상, 인도네시아 부패 구조와 대조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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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순위를 매긴 자료를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이 발표한 세계 ‘최고 국가’(best countries)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3위에 오른 것이다. 최고 국가라는 표현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아주 특이한 결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관련 사이트를 조금 더 검색하던 중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자료를 접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세계 33개국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powerful) 국가를 묻는 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가 6위에 놓인 것이다. 우리보다 앞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이, 그리고 우리 뒤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이 자리했다. 이들 국가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동 전쟁이라는 최근의 국제 정세가 일정한 영향을 미친 듯했다. 그러나 이 전쟁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나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음은 이례적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조사 결과를 소개한 사이트에서는 국가의 힘을 결정하는 요소로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 규모, 기술 지배력, 전략적 자원, 외교적 영향력, 그리고 국제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 등을 함께 제시했다.

이 조사에서 말하는 ‘강력한 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이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강대국으로 이해한다면, 이 결과는 우리나라를 세계 6대 강국 중 하나로 평가한 셈이다. 20세기를 살아온 한국인에게 약소국의 설움이라는 식의 표현은 낯설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 시민 중 일부이지만 우리를 여섯 번째 강대국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내년 조사에서 순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때 약소국으로 여겨졌던 우리가 강대국으로 인정되는 상황을 한 차례 목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별 순위 자료를 찾아본 계기는 인도네시아 언론에서 부패 관련 순위 변동을 다룬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는 전문가들이 인식하는 공공부문의 부패 수준을 토대로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이 지수에서 인도네시아의 순위는 2024년 99위에서 2025년 109위로 하락했다. 두 해 모두 덴마크, 핀란드, 싱가포르가 1~3위를 차지하며 부패 수준이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받았으며, 우리나라는 2024년 30위, 2025년 31위로 큰 변동이 없었다. 따라서 순위 하락은 인도네시아에서 부패에 대한 인지 수준이 오히려 악화했음을 시사한다. 2024년 말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기에,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부패 문제가 개선되지 못했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다.

부패 문제에 관심을 둔 이유는 7월을 전후하여 관련 보도가 유난히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특정 시기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부패 사건은 수사와 기소, 재판, 판결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하나의 사건이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보도된다. 이런 의미에서 부패 관련 기사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7월을 전후로 한 상황은 단순히 기존 사건의 후속 보도가 이어진 결과만은 아니었다. 5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담론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한 것이다.

부패방지위원회(KPK)가 체포한 도지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의 부패 수법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방식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그리고 우리와 인도네시아의 경제력 차이를 감안할 때, 부패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컸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부패 방식은 아래와 같았다.

첫 번째는 인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이다. 대상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정무직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을 포함한다. 특히 흥미로운 사례는 자신의 선거를 도운 핵심 측근을 정무직에 임명하면서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경우다. 한 도지사는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두 사람에게 각각 20억 루피아(약 2억원) 상당의 차량 제공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인 인사를 행정책임자 자리에 임명했다. 또 다른 수법은 공무원의 승진이나 전보를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지방정부 예산이 동원되기도 했다. 도지사가 각 부처에 배정된 예산 가운데 일부를 상납하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에 따라 승진과 전보가 이루어졌다.

두 번째는 인건비 착복이다. 체포된 몇몇 도지사는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이나 각종 인센티브 중 일정 비율을 되돌려 받았다. 또한 임시직 채용이 필요할 때, 실제보다 많은 인원을 채용한 것으로 서류를 꾸민 뒤, 허위로 편성한 인건비를 빼돌려 유용했다.

세 번째는 지방정부의 재화·용역 조달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선정해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이다. 통상 계약 금액의 10~20%가 리베이트로 오갔으며, 그 규모가 수십억 루피아에 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네 번째는 각종 인허가 권한을 이용한 부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림 전용 허가이다. 한 도지사는 수천 헥타르 규모의 산림 전용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수백 명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를 그는 산림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이는 부패의 상납 고리가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를 예시한다.

이러한 부패 수법은 지방정부의 수장이 자신의 권한 아래 있는 거의 모든 행정 영역을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했음을 보여준다. 인사권과 예산권, 계약권, 인허가권이 사실상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지사에게 접근하려는 사람 역시 금품을 제공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발리 동부의 롬복(Lombok)섬 도지사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체포 과정에서는 수십억 루피아 상당의 현금뿐 아니라 자동차, 명품 구두, 아이폰 등이 압수되었다. 압수 목록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품목은 이슬람 희생제에 쓰일 한 마리의 소였다.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바치는 제물마저 자기 돈이 아닌 뇌물로 마련했음은 이들에게 있어 부패가 삶의 일상적 방식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는 416명의 도지사가 있다. 이들이 새로 임기를 시작하고 약 1년 반이 흐르는 동안 14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거나 기소되었다. 전체의 3.3%에 불과하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비율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도네시아의 지인은 더욱 극단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실제 모든 도지사가 부패 행위를 행하지만, 부패방지위원회의 인력이 제한되어서 극히 일부만이 처벌받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부패 원인으로는 낮은 청렴 의식과 사적 이익 추구, 권위주의적 통치 문화, 비민주적 관료제, 허술한 감독 체계, 미흡한 반부패 제도, 시민 사회의 감시 기능 약화 등이 거론된다. 결국 부패는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제도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패방지위원회의 수사만으로는 그 척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패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 구조와 행정 문화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처벌하더라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다.

게다가 부패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핵심적 요인이 있다. 바로 고비용 정치 구조이다. 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정부의 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금권 선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이와 관련해 부패방지위원회는 도지사 후보 한 명이 선거에 투입하는 비용을 200억~300억 루피아(약 20억~30억원)로 추산했다. 실제 지출 규모가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음을 고려하면, 선거 자체가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막대한 선거 자금은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유권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보상이다. 현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마을 공동체나 특정 집단에 기부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여러 방식이 활용되지만, 선거 자금의 상당 부분이 유권자에게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은 공통적이다.

고비용 선거는 부패의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정치인은 선거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제공되는 금전적·물질적 혜택에 익숙해진다. 모두가 부패를 비판하면서도 선거를 통해 일정 부분 그 구조에 참여하여 혜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 정치인의 부패를 비판하거나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는 말 잔치에 머물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이 인도네시아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 국가의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공 권력이 얼마나 투명하게 행사되고, 시민들이 이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역시 국가 경쟁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역시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부패가 일부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선거 제도와 정치 문화, 그리고 유권자의 기대가 맞물려 형성되는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문제임을 드러낸다. 인도네시아가 2045년 세계 5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패의 악순환을 끊어 내고 공적 권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구축하는 일 역시 강대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인류학과(학사·석사 수료) ▷호주국립대학(박사)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전 강원대 사회과학원 원장 ▷전 한국동남아학회 회장 ▷인도네시아 팟자드자란 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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