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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자원봉사단, 12년째 국가유공자 상시 보훈 실천
투어코리아
정부 기념식과 정치권의 예우 메시지가 절정을 이루는 것도 6월 한 달 뿐. 정작 참전유공자들의 일상은 행사 당일의 열기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사회에서 보훈이 특정 기념일에만 소환되는 ‘이벤트’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 주도의 일회성 예우가 남긴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몫은 결국 지역사회로 돌아간다. 이 지점에서 10년 넘게 단발성 행사가 아닌 상시적 보훈·평화 나눔을 이어온 민간의 실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천지자원봉사단의 이야기다.
◆ 숫자로 증명된 지속가능성
신천지자원봉사단 대구·경북연합회의 경우 지난 2013년 ‘나라사랑 평화나눔’ 사업을 시작으로 12년간 연평균 11회 이상, 누적 134회에 걸쳐 국가유공자 및 보훈 가족 4,874명과 정기적으로 접촉해 왔다. 단순 방문이 아닌 장기·정기 교류라는 점에서 여느 일회성 봉사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관계의 지속성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특히 대구·경북연합회는 이 지속성을 제도화하기 위해 지역 보훈단체 4곳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 청년이 마주 앉자, 보훈은 기념식 밖으로 나왔다
올해 상반기 활동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보훈을 다음 세대와 잇는 활동이 다양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식사 대접, 환경 정비, 물품 지원이 유공자의 생활을 떠받치는 기초 작업이었다면 올해는 청년 세대가 참전의 역사를 직접 듣고 배우는 자리가 많았다. 보훈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다음 세대가 그 역사를 배우고 시민이 일상에서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천 남동 어울림광장에서 지난 6월 21일 열린 ‘호국보훈 효 잔치’는 그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월남전·6·25 참전유공자를 포함한 지역 어르신 148명과 인천 지역 7개 지부 봉사자 141명이 한자리에 앉았다. 행사는 농악과 부채춤, 감사패 전달, 어린이 손도장 태극기 전달 등으로 진행됐지만, 핵심은 무대가 아니라 식탁 가까이에 있었다. 청년 봉사자들이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참전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들은 시간이었다.
그 자리에서 월남전 참전유공자 문동호(80·남) 어르신은 “전쟁터의 총성보다 무서운 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베트남의 습기와 포탄의 공포를 떠올리며 “내 나이 고작 스물 남짓이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 여겨 버텼다”고 했다. 대화의 상대가 된 20대 청년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한 청년은 “나와 같은 20대 나이에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 계셨다는 사실이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교과서 속 사건이던 전쟁이 한 사람의 생애로 다가온 순간이다. 고령 유공자는 지원의 대상에서 자신 기억을 전하는 증언자가 됐고, 청년은 단순 봉사자를 넘어 기억을 옮기는 매개자가 됐다.
청년이 보훈을 직접 보고, 생각하게 하려는 시도는 다른 지부에서도 이어졌다. 서울 강동지부는 석촌호수에서 참전유공자 사진전 ‘한 분의 보훈’을 열고 청년 대상 인식조사를 병행했다. 현장 인식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보훈 교육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사진전은 유공자의 얼굴을 시민 동선 한가운데 세웠고, 인식조사는 청년들이 보훈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묻는 장치가 됐다.
부천지부의 역곡역 일대 감사 댓글 캠페인, 원주지부의 학생·유공자 영상 도슨트 프로그램, 강서지부의 감사 편지와 식물 전달, 인천 연수지부와 목포지부의 태극기 그리기·이끼 테라리움 체험 부스도 마찬가지다. 보훈이 청년과 시민의 일상 동선에서 만날 접점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시민이 잠시 멈춰 쓰고, 듣고, 만들도록 설계한 활동들이다.
◆ AI가 되살린 청춘… 기술, 예우의 방식 되다
AI를 보훈에 접목하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경기 성남지부는 지난 6월 12일 6·25 참전유공자 25명에게 AI 기술로 제작한 ‘청춘사진’ 액자를 전달했다. 낡은 사진을 보정하는 수준을 넘어, 젊은 시절의 얼굴을 현재의 기억과 연결해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사진을 받은 한 참전유공자는 “20대 시절의 내 모습을 다시 보니 당시의 고생과 추억이 함께 떠오른다”며 “평생 간직하고 싶은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신천지자원봉사단 관계자는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유공자 한 분 한 분의 건강 상태와 생활 형편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다”며 “행사가 아니라 일상 속 안부 확인이라는 관점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단위로 10년 넘게 축적된 이번 보훈 활동에 대해선 “단순한 종교 단체의 봉사 활동을 넘어, 고령 유공자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실증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