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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추진, 대전 국군사관학교 신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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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군사관학교’ 신설을 골자로 한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면서 군 교육체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은 창군 이후 육·해·공군별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해 온 만큼 이번 통합 추진은 국방개혁의 상징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다만 각 군의 전통과 정체성,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통합 사관학교 추진 배경과 기대 효과, 군 안팎의 찬반 논리, 해외 사례를 통해 개혁안의 실효성과 과제를 짚어본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면서 군 교육체계 전반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미래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해·공은 물론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아우르는 통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각 군의 고유한 정체성과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현재 정부와 여당은 대전 자운대에 육·해·공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 안규백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 브리핑에서 “새로 출범할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에 유치할 것”이라며 “과학기술 심장부에 최첨단 스마트 캠퍼스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국군사관학교는 대전 자운대를 단일 캠퍼스로 활용해 생도들이 4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교육받는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1·2학년은 인공지능(AI)과 합동작전 등 공통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3·4학년부터는 육군·해군·공군 등 진로에 따라 심화 전공교육을 받는 방식이다.

국방부가 공개한 국군사관학교 조감도에는 본부를 중심으로 육군학부·해군학부·공군학부가 함께 배치돼 있다. 이처럼 기존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는 독립된 학교가 아닌 국군사관학교 산하 학부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저학년은 국군사관학교에서 공통교육을 받고 고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로 이동해 전문교육을 받는 이른바 ‘2+2 체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생도들의 자치활동과 공동체 문화를 유지할 필요성을 고려해 4년간 자운대에서 교육하는 통합 모델을 채택했다.

생도 선발은 육군·해군·공군 진로별 정원을 사전에 배정해 모집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별도의 공통선발 인원을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육군사관학교 약 330명, 공군사관학교 약 230명, 해군사관학교 약 170명 등 총 735명 수준인 선발 규모도 일정 부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국방부는 초대 국군사관학교 생도 입학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는 10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은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수진 구성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현재 약 24%인 민간 교수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 교수 처우를 국립대 교원 수준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사관학교 교수진은 현역 장교와 군무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72만평 규모의 자운대를 국방교육의 중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1단계로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한 뒤 2단계에서는 국군간호사관학교와 첨단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합동군사대학과 대학원까지 연계해 종합적인 국방교육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육·해·공군사관학교 부지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기념 공간으로 보존·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정은 미래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관학교 교육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상·해상·공중 중심이던 전장 영역이 우주·사이버·전자기 스펙트럼으로 확대되고 AI와 드론 등 첨단기술이 현대전의 양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 역량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전 영역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지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육·해·공사 총동창회 등에서는 이 같은 정부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집결해 대규모 규탄대회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통합 사관학교 방침을 전면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는 인구절벽, 미래전 양상 변화, 전작권 전환, 합동성 부족을 통합의 배경으로 제시했지만 이는 모두 사관학교를 없앨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충실히 유지해야 할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닌 각 군 정체성을 형성하는 신분화 교육기관”이라며 “화랑대를 떠난 육사, 바다를 떠난 해사, 활주로를 떠난 공사는 존재 의미 자체가 훼손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3군을 하나의 공간에 집적할 경우 정체성 붕괴와 교육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대전에 국책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예장교 양성의 터전을 옮기겠다는 것은 편협한 관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교육 체계 변화를 두고서는 “민간 교수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사관학교의 일반대학화를 초래해 정예 장교 양성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들은 통합 국군사관학교 추진 철회와 함께 국방부 안규백 장관과 국회 진성준 국방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방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군 지휘체계와 정책 결정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방위병(단기사병) 출신인 안 장관이 사관학교 통합을 비롯한 국방개혁을 주도하면서 군의 정체성과 조직 운영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육군사관학교 출신 고위 장성들이 연루된 점이 개혁의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군의 전통과 체계를 지나치게 흔드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군 내부 여론 역시 사관학교 통합에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사관학교 통합 추진 방안 연구’를 보면 올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생도 1791명 중 91.3%가 통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교단 역시 응답자의 60.9%가 통합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에서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5%로, 찬성 34%보다 21%p 높았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전문가는 사관학교 통합안이 적지 않은 쟁점을 안고 있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 안보는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공공 아젠다인 만큼 다양한 의견 수렴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정연봉 특임교수(전 육군참모차장)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통합안에 대해 △합동성과 군별 전문성의 균형 △문민통제 원칙과 헌법적 가치 훼손 가능성 △자운대 중심 교육의 실효성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 사관학교에서 육·해·공군 생도들이 하나의 기수 문화를 형성할 경우 군 내부의 결속이 과도하게 강화돼 군을 민간 정부의 통제 아래 두도록 하는 문민통제 원칙과 헌법적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군과 공군의 교육·훈련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 군의 전문성을 갖춘 장교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사관학교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는 방안을 전제로 입법을 추진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해·공군 예비역과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공청회를 거치는 과정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단기간에 개혁을 밀어붙이기보다 여러 대안을 놓고 어떤 교육체계가 미래 군에 가장 적합한지 충분히 검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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