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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미 관세 12.5% 발효, 한국 통상 전략 부재 비판
최보식의언론
한국에 부과된 기본 관세율은 12.5%로, 이는 기존 10%의 임시 관세보다 2.5%p나 뛰어오른 수치이자 유럽연합(EU)이 적용받는 10%보다 확연히 높은 차별적 성적표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수치 몇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다. 관세 체계의 엄혹한 구조적 충격을 간과한 채,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도 전에 패를 바닥에 내던진 대한민국 통상 라인의 지독한 무능과 전략적 부재가 불러온 명백한 인재(人災)다.
이번에 적용된 관세는 단순한 법제적 평가 결과가 아니라, 지난 2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의 한시적 관세가 만료됨에 따라 1974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마련된 수입 규제 체계다. 전 세계 60개 교역국 중 한국은 수입 통제 법제 미비 등을 이유로 12.5% 그룹에 묶였다.
이번 12.5% 부과 배경에 최근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한 워싱턴의 강력한 정무적 불만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본다. 오죽하면 강경화 주미대사가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본국으로 급거 귀국해 관세와 쿠팡 이슈를 긴급 점검해야 했을 만큼 현지의 기류는 냉혹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USTR이 현재 한국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과잉생산 조사를 진행 중이며, 향후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더 큰 폭탄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결국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일반 제조업 및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은 2.5%p의 기본 관세 인상분을 온전히 뒤집어쓰며 생존 줄이 끊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 당국은 워싱턴으로 출국하며 기존 합의된 '15% 상한선'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는 협상학의 기본 중의 기본을 스스로 파괴한 정말 치명적 실수다. 우리의 진짜 마지노선은 끝까지 감추어야 함에도 시작부터 "15% 방어"라는 목표를 꺼내 들며 하한선이자 BATNA(최후 방어선)를 선제 노출했다.
그 결과 상대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에게 25~30% 관세 폭탄으로 공포를 극대화한 뒤 15%로 생색낼 수 있는 최선의 공격 프레임을 스스로 쥐여주고, "15% 밑으로 깎아줄 필요가 없다"는 확실한 신호만 전달하고 말았다.
나아가 김정관 장관 등 통상 당국은 미국이 들고 나온 악재를 역으로 공격용 레버리지로 전환할 지략과 배짱이 전혀 없다. 강경화 대사가 급거 귀국할 정도로 관세의 정무적 원인이 된 쿠팡 사태에 대해 당국은 변명에 급급했다. 쿠팡은 알리·테무 등 중국 C-커머스의 공습을 막아내는 한미 합동 전선이라는 대형 프레임으로 재포장하여 미 자본 보호를 대가로 관세를 낮추는 패키지 딜을 시도했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국내 정치용 성과 포장에 눈이 어두워 발표한 호남 산단 구상은 미 USTR의 과잉생산 조사에 완벽한 명분을 제공했다. 당국은 호남 산단이 텍사스·아리조나 미 반도체 팹(Fab)에 첨단 소재를 대어주는 전방 공급망(Upstream Feeder)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해 상대를 압박했어야 했다.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은 왜 EU(10%)보다 높은 12.5%를 맞았는가?"라는 질문에 통상 당국의 일차원적 핑계가 이어질 수 있으나 그 내막은 완전히 다르다.
EU는 역내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차단 입법인 EU 강제노동 수입금지법을 완비하여 미 법제와 연동성을 확보했다. 일본의 경우 미일 동맹에도 불구하고 수입 통제에 관한 직접적 단속 법체계가 미비하여 12.5%를 적용받았다.
이는 향후 법체계 완비와 협상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높다. 반면 한국이 적용받은 12.5%는 단순한 법제 미비에 더해, 쿠팡 사태가 불러온 미국의 쿠팡관련한 정무적 보복과 호남 산단발 과잉생산 프레임, 정부의 반미기류 등이 만들어낸 자업자득이다.
3,500억 달러라는 거액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조선협력센터 개소식까지 달려가 고개를 숙였음에도 돌아온 것이 12.5%의 관세표라면, 정부와 김정관 장관과 대미 통상 라인은 능력 미달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1차 강제노동 관세 발표(12.5%)가 미국의 일방적 기습이었다면, 향후 본격화될 '과잉생산 301조 추가 관세' 협상에서는 반드시 판을 바꾸어야 한다.
비록 지레 겁을 먹고 미리 15%라는 패를 노출시키는 치명적 실책을 저질렀을지언정,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서는 지금이라도 우리가 먼저 '10% 고수'라는 공격적 앵커링 카드를 강력하게 꺼내 들어 상대의 기대치를 꺾어 놓아야 한다. 관세율을 낮출 실질적 협상 공간은 오직 이러한 선제 공격을 통해서만 열린다.
이번에도 물렁하게 다 내주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이나 듣겠다는 한심한 태도로 임할 생각이라면 아예 협상 대표로 나설 자격조차 없다. 정부는 당장 보신주의에 빠진 무능한 통상 라인을 전면 교체하고,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냉혹한 통상 실용주의로 협상판을 다시 짜야 한다.
향후 예고된 추가 관세 협상에서 또다시 배짱 없이 약점을 잡히고 허점을 노출한다면, 그로 인한 기업 줄도산과 경제적 비극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권과 통상 당국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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