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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 개인투자자 진입 차단 논란
최보식의언론
정부가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의 본질이자, 오늘날 우리 금융당국이 보여준 무책임 행정의 적나라한 자화상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거래하려면 현금 3,000만 원의 예탁금을 맡기고 3시간의 의무 교육을 이수하라고 발표했다. 오는 11월부터는 매매 단위마저 기존 1좌에서 20좌로 묶어 사실상 소액 투자자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과 청년층은 위험하니 시장에서 나가라는 ‘기회의 박탈’이자, 전형적인 규제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하지만 이 핀셋 규제가 가린 진짜 모순은 따로 있다.
첫째,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한 명분은 무엇이었나.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서학개미를 국내 시장으로 유인하고, 규제 비대칭을 해소해 국내 자본시장의 체력을 키우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국내 개인투자자가 90%를 차지하는 이 시장에 규제 대못을 박아버린 지금, 갈 곳 잃은 개인의 자금은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 예탁금 제한도, 사전 교육도 없는 미국 증시의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해외 자금을 유치하겠다더니 오히려 국내 자본을 등 떠밀어 탈출시키는 자승자박의 결과다.
둘째, 시장 변동성을 유발하는 진짜 주범에는 침묵했다. 개별 개인투자자의 매매가 코스피를 뒤흔든 것이 아니다. 매일 장 마감 직전, 레버리지 비율(2배)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수천억 원의 기초주식을 쓸어 담거나 쏟아내는 자산운용사의 알고리즘 매매(리밸런싱)가 현물 시장을 뒤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의 본질이다. 변동성을 줄이려면 이 기계적 리밸런싱의 충격을 분산할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당국은 대형 기관과 운용사의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만만한 개인투자자의 손발만 묶는 방식을 택했다.
셋째, 이 졸속 정책을 설계하고 밀어붙인 자들의 책임과 처벌은 어디로 갔는가. 이 상품은 올해 초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여 속전속결로 승인·출시되었다. 대한민국 시가총액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으로 2배짜리 괴물 상품을 만들었을 때 닥쳐올 파장을 금융당국이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직무유기다.
실제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조차 뒤늦게 "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졸속 도입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정책을 기획하고 결재 도장을 찍은 김용범 정책실장과 금융당국자들은 "처음 도입된 제도이니 보완하면 된다"며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피눈물을 흘리고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사과하는 이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도 없다.
시장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사후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충분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해 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만들어버린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한 정책 라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엄중한 책임 규명이다.
잘못된 정책을 펴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관치 금융이 계속되는 한,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규제의 메스를 들기 전에, 거울 앞의 정책 실패자들부터 심판대에 세워야 순리다.
#레버리지ETF #자본시장 #금융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