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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론과 김어준, 갈라치기 서사 한계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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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와 관련해 기성 언론이 검찰과 유착해 기사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 유튜브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공론장에서 더 나은 검찰개혁을 논의하기보다는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목적을 정해놓고 상대방을 ‘검찰주의자’로 구분 짓는 모습이다.

“검찰과 언론 대동단결해서 검찰 편 주장 쏟아내”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는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 관련 보도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많이 보도되지? 이런 정도의 사건은 1년에 몇 건씩이나 있는데 최근 일주일 거의 모든 언론에서 톱을 장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 은폐 정황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난 것을 놓고 경찰을 견제하는 장치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있어야 한다는 보도들이 나오자 이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김어준씨는 “(언론이) 찬스다 싶어가지고 보완수사권이 있어야만 되는 거라고 계속 주장한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면서 “막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라인을 총동원해서 언론사에 출입기자들 있을 테니 사건 자체는 흥미를 끌 만한 사건이니까, 언론이 좋아할만한 사건이니 막 (기자들을) 밀어내서 보완수사권 폐지하면 안 된다는 보도가 쏟아지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어준씨는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넘어가서 만약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 전에 못한다 그러면 진짜 한없이 밀리는 것”이라 말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주장은 이날만 나온 게 아니다. 다른 날에도 반복됐다.

“과거에도 그랬어요. 검찰 권한을 건드리잖아요. 그럼 검찰과 보수 정치인과 검찰과 공생관계인 법조 라인 언론이 총 대동단결해서 검찰 편에 서서 마구 기사와 주장을 쏟아냅니다. 그렇게 해서 밀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중략) (검찰이) 몸이 달았어요. 몸이 달아서 이런 주장들 언론에 계속 쏟아지고 이번 주 내내 나올 거거든요.” (7월13일)

‘검찰주의자’ 낙인 인사들은 사이버 괴롭힘 호소

‘뉴스공장’ 출연자들의 발언도 비슷하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9일 “검사들의 언론플레이가 실시간으로 매일 단독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고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4일 “요즘들어 (검사들한테) 전화가 부쩍 온다. 그런 거 보면 검찰의 언론플레이, 공작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사훈 기자는 지난 14일 “(수사권) 뺏기면 나중에 도저히 돌려받을 수 없다. 내가 검사라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게 바로 ‘조중동’의 생각이고 검찰의 생각이고 국민의힘의 생각인데 민주당 의원들이 왜 조선일보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김어준씨는 “여기서 밀리면 이 진영이 같이 무너진다”며 “계엄, 탄핵을 겪고 대선 이기고 여기까지 왔는데도 결국 안 되는구나하고 심리가 무너진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하는 사람을 ‘검찰주의자’로 규정할 수 있는 발언들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우려하는 언론 기사들도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당한 것이라고 비판하기 쉬워진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라는 성명을 내고 있는 여성단체들도 온라인에선 ‘조중동과 같은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 우려 입장을 낸 민주당 의원들은 사이버 괴롭힘을 호소한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온갖 험악한 문자가 쏟아진다.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공론장은 의미가 없다”라고 반발했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도 “모 유튜브에서 제 이름을 검찰개혁 반대자로 몰아 언급하고 SNS에 악플이나 질문이 다수 달리고 있어 답변을 드린다”며 “제가 왜 검사 편을 들겠나. 검사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보완수사권 완전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비판이 쏟아지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박 교수는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은 맞는다고 했다”며 “제 주장이 하루에 두 번 옳은 소리하는 검찰의 주장과 맞는다 해서 저를 친검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개혁이 무슨 전매특허를 받았나. 보완수사 폐지 여부가 내란세력 여부의 잣대인가”라며 “제 블로그에 가보라. 내란 이후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내란범 탄핵과 처벌을 위해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수많은 밤 잠 안자고 썼다”라고 했다.

공론장 해치는 ‘구분 짓기’ 서사, 계속 통할까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는 논쟁할 수 있는 영역이다. 문제는 상대 입장을 반박하는 방식이다. 내용을 따지기보다 상대를 ‘검찰주의’로 규정하는 상황이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검찰이 과거 레거시 미디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건 맞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보안수사권 입장들이 전부 ‘최소한의 수사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검찰의 영향력이 발휘된 것이라 보긴 어렵다.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 67%가 보완수사권 존치 의견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실제 피해가 우려되고 진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여권 내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근거를 대야 한다. 언론계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기사가 경찰 출입 쪽에서 나오는 게 많다”며 “(장윤기 사건) 첫 시작도 지역보도였는데 지역 언론은 대개 검찰과 경찰 출입이 분리돼 있지 않다. 통상 검찰의 ‘언론플레이’라고 하는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쪽에서 첫 기사가 나온 게 있나. (언론플레이 주장은) 근거도 없고 맥락도 없는 음모론”이라고 말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장윤기 사건으로 보안수사권에 대한 상대 입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완전 폐지론자들이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들도 초라하기 때문에 ‘검찰의 음모다. 검찰에게 한두 번 당한 게 아니지 않나’라는 식으로 밀고가는 것”이라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여성단체들과 민변도 반대한다. 보완수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한 사례들을 이들이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걸 다 검찰이 쥐고 흔든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민하 평론가는 “그들 입장에선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것에 목표를 두고 이걸 어떻게 설명을 그럴듯하게 해서 지지층을 동원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어준씨는 지난 15일 “민주당 지지층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걱정이 되는 분들은 의원들에게 전화해서 보완수사권 완전폐지 꼭 필요하다. 저희는 잊지 않고 있다. 전화나 문자를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구분 짓기 서사가 계속 통할까. 김어준씨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를 당선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후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 평택을 재선거 국면에서 자신의 논조와 다른 결과를 마주해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준일 평론가는 “(김어준씨 주장이) 안 먹히고 있는 게 보인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반대하거나 더 신중하게 토론해야 한다는 비중이 더 많다”며 “민주당 내에 미치는 의제 설정 능력은 이미 떨어졌다. 사람들이 이미 의구심을 많이 가지기 시작했고 ‘김어준 코어’만 남은 상황이다. 그 숫자가 적지는 않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하 평론가도 “(김어준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만 먹히는 얘기다. 그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람들이 믿음을 이어가기 위해 그런 동력이 필요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처럼 여권이 그런 식의 정치적 동원 방식을 쓰고 있다고 하면 진영 전체의 언어가 되면서 동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지금은 진영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김어준씨와 그 주변부의 국한된 조직 동원 방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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