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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협도 수익화 나설 것”… 트럼프 통행료 철회에도 업계 우려 커져
조선비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보호하는 대가로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자 이튿날 “중동 지도자들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눈 결과 미국의 20% 보상 수수료를 걸프 국가들과 체결할 무역·투자 협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14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가능성은 전 세계 공급망이 소수의 전략적 해상 요충지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가 국제 해협의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세계 주요 해협의 운영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번복은 중동의 핵심 해상 교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논의가 기존 국제 해운 관행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준다”며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전쟁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국제법은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에서 선박의 통과통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을 보장하며, 연안국이 단순히 이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만으로 통행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역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선박들이 별도의 비용 없이 자유롭게 오가던 국제 항로였다.
다만 국제법은 ‘선박에 제공된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호위에 대한 대가로 통행료를 받겠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논리를 근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통행료 부과 방침은 철회됐지만,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강조해 온 미국이 입장을 바꿨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과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유일한 자연 해상 통로인 튀르키예 해협 등도 지정학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선주협회인 발틱국제해운협의회(BIMCO)의 최고 안전·보안 책임자 야코브 라르센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해협을 접한 다른 국가들까지 국제 항로를 수익화하려는 시도에 나설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규범을 훼손하는 발언이 반복될수록 그 규범 자체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자동차 해운·물류기업 발레니우스 빌헬름센의 라세 크리스토퍼센 최고경영자(CEO)도 “항행의 자유 원칙이 한 번이라도 훼손되면 다른 나라들도 같은 시도를 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가 이 원칙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통행료 부과 발언 직후 이란은 이를 자신들의 통행료 부과 논리로 활용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주체는 누구든 그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20%는 물론 지나치게 높다. 우리는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하는 걸프 국가들의 선박에는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반대로 투자하지 않는 국가의 선박에는 향후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크리스토퍼센 CEO는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역을 정상화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