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읽음
김병현, 홍명보 발언 사과, 축구 팬 감정 몰라 무식했다 인정
위키트리
0
전 메이저리그 투수 김병현이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발언 논란에 대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병현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축구를 좋아하는 지인과 나눈 대화 영상을 올리고 그동안 불거진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영상에서 지인은 홍 전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이후 불거진 여러 논란, 그 과정에서 축구 팬들이 느껴온 실망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야기를 들은 김병현은 "전체 과정을 몰랐던 것은 무식했던 게 맞다"며 "핀트가 좀 엇갈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김병현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채널에 '[무편집본] 2026 월드컵 소신발언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관련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전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이 남아공전 이후 라이브 방송 도중 "홍명보 나가"라고 외치며 월드컵 참사의 책임을 사령탑에게 돌렸는데, 김병현은 이를 두고 "저는 축구인이 아니고 그냥 단순히 대한민국 축구를 응원하는 사람이다. 홍명보 감독과는 개인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전제하면서 "남아공전이 끝난 뒤 체육인으로서 안타까운 모습이 보였다. 아직은 우리가 32강이라는 경우의 수가 남아 있었는데도 축구계의 후배들이 너무 선을 넘는 듯한 발언을 한 게 내 귀에는 좀 거슬리게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명보 나가'라는 말은 일반 팬들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까마득한 후배, 그리고 같이 대표팀을 했던 사람이 그런 단어를 쓴다는 게 개인적으로 제가 배우고 생각해 왔던 우리 운동하는 사람들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모습이라 거슬렸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누군가는 그래도 이런 소리를 내줘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욕 먹을 각오 하고 이야기를 한다"면서 "대표팀이 성적을 못 낸 책임은 수뇌부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선수들에게도 있다. 그래도 첫째로 감독님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다 끝난 다음에 책임을 물어도 되는 일인데 32강 경우의 수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게 평생 운동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화가 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을 올린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임은 본인들이 져야 하는 건 맞지만 이런 극단적인 분위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것처럼 물려지는 게 싫은 것 같다"며 "운동 선수로서 우리 선후배 간의 규율, 우리들만의 예절 예의, 그리고 지켜왔던 것들에 대해 뭔가 자부심을 갖고 살았었는데 그런 것들이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분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룰을 지켜야 되는 사람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스피커 역할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 공감을 주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영상을 마무리했다. 해당 영상에는 약 1만80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며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된 배경에는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여러 잡음이 있다. 홍 감독은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직후 사령탑에서 물러났는데,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주장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고, 먼저 실점해 끌려가는 흐름 속에서도 수비 위주 전술을 고수하다 결국 패하며 탈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퇴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고, 퇴장 도중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여론의 공분을 키웠다. 귀국길에서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홍 전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논란이 뒤따랐던 인물이었고, 이번 대회 선수 기용 과정에서도 개인적 감정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었다.

한국 축구계 전반과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나온 김병현의 발언은 축구 팬들의 반발을 샀다. 운동 선수 후배인 김영광의 발언 방식을 지적하는 취지였음에도, 결과적으로 홍 전 감독을 감싸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팬들은 김병현이 그동안 대한축구협회와 홍 전 감독을 둘러싸고 쌓여온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후배의 태도만 문제 삼았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김병현 본인도 영상에서 "이렇게 댓글을 많이 받아본 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결국 김병현은 13일 공개한 영상을 통해 입장을 정리했다. 선후배 간에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팬들이 쌓아온 분노의 배경을 모른 채 발언한 점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축구 팬들에게 원성을 사고 싶거나 기름을 붓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며 "운동했던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축구 팬들이 그동안 겪어온 과정과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팬들이 갖고 있던 지금까지의 히스토리는 정말 몰랐다"며 "다음부터는 모르면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반성했다.
김병현은 "누군가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전 과정을 모르고 이야기해서 상처를 받은 우리 축구 팬들에게는 사과할 마음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번에도 억지로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말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야기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화를 나누던 지인은 "이제는 축구 팬들의 마음도 알게 됐으니 여기서 깔끔하게 사과하고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김병현은 "아는 것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유튜브, 김병현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