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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신의 손·베컴 퇴장' 서사까지 완벽한 포클랜드 더비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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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축구를 넘어 역사적, 정치적, 그리고 감정적으로 적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결승행 티켓을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한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12일(이하 한국시간), FIFA 북중미월드컵 8강전에서 각각 노르웨이, 스위스를 제치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두 팀은 오는 16일 오전 4시 미국 애틀랜타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운명의 한판 승부를 펼친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의 혈흔,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과 68m 단독 드리블, 1998년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 등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벌이는 '포클랜드 더비'는 맞대결이 성사될 때마다 많은 화제를 낳았다.

두 팀의 라이벌리 시작은 1982년 남대서양의 작은 섬을 두고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 국간 전쟁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 그리고 4년 뒤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축구 역사상 가장 논쟁이 뜨거운 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에이스 디에고 마라도나는 잉글랜드의 골키퍼 피터 실턴과 공중볼을 경합하던 과정에서 손으로 공을 쳐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심판이 제대로 보지 못하며 득점으로 인정됐고 마라도나는 이를 두고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과 나의 머리가 함께한 골"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마라도나는 신의 손으로 득점하고 몇 분 뒤 이번에는 실력으로 잉글랜드를 잠재웠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마라도나는 무려 68m를 단독으로 질주하며 잉글랜드 수비수 5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넣어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흘러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도 두 팀은 뜨거웠다.

잉글랜드의 18세 신성 마이클 오언이 환상적인 원더골을 터뜨리며 포효했으나, 후반전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시메오네의 도발에 걸려들어 보복성 발길질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잉글랜드는 결국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고, 베컴은 귀국길에 '10명의 사자와 1명의 바보'라는 자국 언론의 평가와 함께 살해 협박에 시달리는 등 최악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베컴의 명예 회복은 4년 뒤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뤄졌다. 베컴은 조별리그서 다시 만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4년 전의 눈물을 씻어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1년 전인 200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친선경기다. 당시 오언의 멀티골에 힘입어 잉글랜드가 3-2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역대 전적에서는 14전 6승 5무 3패로 잉글랜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해리 케인이라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와 주드 벨링엄이라는 차세대 축구 황제를 보유하고 있으나 토너먼트 3경기에서 4실점하며 수비 안정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투헬 감독의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 교체 카드 활용은 모두 최상급이다.

특히 측면 자원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부카요 사카를 비롯해 앤서니 고든, 마커스 래시퍼드, 노니 마두에케 등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공격수들이 벤치까지 포진해 있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잉글랜드의 공격력이 더욱 위협적인 이유다.

이와 달리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라는 존재가 전술이자 철학이다. 축구 인생의 황혼기,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4강전을 통해 처음으로 '포클랜드 더비'를 치른다.

여기에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서 최상의 대진운을 받아들었다. 조별리그서 알제리, 오스트리아, 요르단을 만난데 이어 토너먼트에서도 카보베르데, 이집트, 스위스를 차례로 만났다. 객관적 전력상 아르헨티나에 열세인 팀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 6경기서 무려 17득점을 퍼부으며 경기당 평균 2.83골이라는 가공할 만한 화력을 과시했으나 진짜 강자인 잉글랜드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봐야 한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준결승 무대만 올라가면 단 한번도 탈락하지 않고 결승으로 직행하는 '4강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반면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우승 이후 무려 60년 동안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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