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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국 CXMT 칩 검증, 미중 반도체 빅딜에 한국 위기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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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부유럽 지역장]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전선에 기류가 심상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애플이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칩을 대상으로 실제 기기 탑재를 위한 기술 검증(퀄 테스트)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미국의 안보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내수용 저가 모델에 한정하겠다”며 워싱턴 관료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다.

때마침 CXMT는 ‘중국판 나스닥(NASDAQ)’으로 불리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기술주 전문 시장인 ‘커촹반(科創板)’에 역대급 규모인 295억 위안(약 6조 5천억 원)의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며 대대적인 실탄 장전에 나섰다.

미국 정부의 서슬 퍼런 대중국 규제 속에서 애플이 감행하는 이 대담한 도발은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 시도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는 철저한 사업가적 실리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그리고 반도체 자립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던질 준비가 된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의 거대한 ‘지정학적 빅딜’을 염두에 둔 고도의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워싱턴 매파들의 반대를 근거로 이 거래가 불가능할 것이라 공언한다. 그러나 이념보다 눈에 보이는 수치와 프레임을 중시하는 '거래의 기술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메가톤급 외교·안보 카드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어떨까.

중국이 던질 수 있는 카드는 명확하고 치명적이다.

첫째는 트럼프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중동(이란) 원유 통제 협조 및 우크라이나·중동 분쟁 중재 지원이다.

둘째는 미국의 군사적 개입 리스크를 원천 차단해 줄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 및 긴장 완화’ 약속이다. 여기에 CXMT나 BYD 같은 중국 테크 고래들이 미국 본토에 수십 조원 규모의 공장을 짓고 미국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메이드 인 USA’ 확약까지 얹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남는 장사’가 된다.

“미국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낮추고 본토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안보를 해치지 않는 중국 내수용 저가 칩에 한해 제한적 예외를 둔다”는 서사는 트럼프에게 훌륭한 정치적 치적이 될 수 있다.

이 빅딜이 성사되어 빗장이 풀리는 순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마주 할 후폭풍은 재앙에 가깝다. 당장 아이폰 판매량의 20%에 육박하는 중국 내수 시장이 CXMT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단순히 한국 기업의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도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산 칩 채택률을 100%까지 끌어올릴 명분을 얻게 된다.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는 과거 태양광과 LCD 디스플레이 시장을 초토화했던 중국의 ‘보조금 주도형 치킨게임’이 D램 시장에서 재연되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달러줄을 조여도 중국은 적자 기술 기업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커촹반'이라는 금융 요새를 통해 CXMT에 6조 원이 넘는 자국 자본을 합법적으로 수혈해 주며 버티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330억 위안(약 7조 3천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세계 4위로 급부상한 CXMT가 애플이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 멘토와 안정적인 매출처까지 공식 확보하게 된다면 수율(양품 비율) 향상과 규모의 경제 달성은 시간문제다. 이렇게 커촹반과 애플을 통해 축적된 거대한 자본은 고스란히 한국의 독무대인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개발(R&D)로 유입되어 우리 반도체의 목을 겨누게 될 것이다.

결국 애플이 쏘아 올린 작은 테스트 공은 미·중 정상의 손익계산서 위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를 바꿀 거대한 뇌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안보는 결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워싱턴의 경고와, 실리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빗장을 풀 수 있는 트럼프식 탑다운(Top-down) 외교의 경계선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가장 위태로운 시험대에 서 있다.

정부와 학계,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미·중 반도체 대타협’이라는 최악의 가설이 현실이 될 경우를 대비해, 기술 초격차 유지와 외교적 지렛대 확보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지금 당장 가동해야만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애플의 팀쿡이 이런 발언을 했을 때는 이미 미국 트럼프정부와 상당한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반증이다. 팀 쿡은 '관리의 달인'으로 유명하며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런 성격의 그가 극도로 민감한 내용을 오픈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상당히 의견이 좁혀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애플CXMT #미중반도체전쟁 #한국반도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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