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읽음
금값 하락에 중고 롤렉스 하락, 선별 장세 진입
조선비즈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중고 시계 거래 플랫폼 서브다이얼이 함께 집계하는 블룸버그 서브다이얼 지수에 따르면, 유명 배우 고(故) 폴 뉴먼이 착용해 유명해진 롤렉스 데이토나 라인 금 소재 모델 ‘데이토나 오이스터플렉스’ 중고 가격은 4월 이후 석 달 동안 4% 내렸다. 2022년 블룸버그와 영국 시계 거래 플랫폼 서브다이얼이 만든 이 지수는 중고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가장 활발히 오가는 고가 시계 50개 모델 가격을 추적해 발표한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만 돌던 롤렉스 중고 시세도 이 지수를 보면 주식이나 원자재처럼 가격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같은 지수에 포함된 금 소재 시계 13개 모델 가격도 4월 이후 대체로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이들 13개 모델은 지난 한 해 평균 9% 가까이 뛰었다. 블룸버그는 “금값 상승에 올라타 일괄적으로 뛰던 중고 금 시계 강세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멈췄다”고 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금값은 1월 28일 기준 온스당 5597달러(약 842만 원) 안팎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지 꼭 한달 만인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뒤 낙폭이 커졌다. 이달 9일 금은 온스당 4100달러(약 617만 원) 안팎에 거래되며 고점 대비 약 27% 내렸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금값이 3년 가까이 이어온 강세장을 마감하고 약세장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안전 자산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 투자 자산으로 금이 가진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9일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롤렉스 서브마리너 신품 가격은 현재 미국에서 1만1350달러(약 1708만 원)에 팔린다. 반면 같은 모델 18K 금 버전은 5만900달러(약 7660만 원)에 팔린다. 금 버전에 들어간 금 자체 가치는 현 시세로 1만5000달러(약 2258만 원)어치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금값이 뛰면 18K 금 버전 새 제품 가격과 금 소재 중고 제품 시세가 나란히 밀려 올라간다.
금 소재 고가 시계는 이 구조 아래 지난해까지 금값 상승 수혜 자산으로 통했다. 금값은 2024년 한 해 동안 40% 가까이 올랐고 지난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새 시계 가격이 금값과 관세를 따라 빠르게 뛰자, 수요는 새 제품보다 완만하게 가격이 오르던 금 소재 중고 시계 시장으로 몰렸다. 크리스티 데이비스 서브다이얼 공동창업자는 지난해 8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값 급등과 스위스프랑 강세로 새 시계 값이 오르자 수집가들이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며 “새 모델을 살 때 따라붙는 긴 대기 기간을 피하려는 수요도 몰렸다”고 했다.
실제 세계 최고가 시계 브랜드로 알려진 스위스 파텍필립은 지난해 9월 미국 판매 가격을 15% 올렸고, 까르띠에도 대부분 모델 가격을 10% 인상했다. 영국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오브패션(BoF)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미국이 스위스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자 관세가 붙기 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중고 롤렉스와 파텍필립 구매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블룸버그 서브다이얼 지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5.3% 올랐다.
이후 중고 고가 시계 시장은 코로나 기간 저금리와 주식·가상자산 가격 상승, 여행·외식 소비 감소가 겹치며 되팔이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까지 끌어들였다. BoF는 이 거품이 2022년 봄 가상자산 가격이 무너지고 금리가 뛰면서 한 차례 꺼졌고, 시장이 지난해 금값 랠리를 타고 회복하다 올해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9일 금 소재 중고 데이토나 오이스터플렉스를 노려온 수집가라면 지금이 사들일 만한 시점(a good time to buy)일 수 있다며 이번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꼽았다. 금값이 다시 오르거나 고액 자산가 소비가 살아나면 일부 인기 모델 가격은 반등할 수 있지만, 팬데믹 시기처럼 모델을 가리지 않고 웃돈이 붙는 장세가 재연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