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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인사이드] 도넛 쟁반·진열장도 소송… ‘필수품목 분쟁’ 늘어날까
조선비즈
도넛 프랜차이즈 브랜드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가 가맹점주들에게 쟁반과 진열장 등 물품을 본사를 통해서만 사도록 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가맹점주들의 구매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비슷한 분쟁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4일 비알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비알코리아가 도넛을 놓을 쟁반과 진열장, 샌드위치 박스 등 38개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가맹점주들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3600만원을 부과했다.
2024년 7월 시행된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브랜드 동일성 유지를 이유로 특정 거래처에서 반드시 구매하도록 하는 물품을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으로 기재해야 한다. 가맹본부가 꼭 매입할 필요가 없는 품목까지 점주들에게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판결이 확정되면 비알코리아는 공정위 처분에 따라 시정명령을 이행하고 과징금을 내야 한다. 비알코리아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BBQ, 홍보 전단지 구매처 제한
비슷한 논란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BBQ에서도 일어났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BBQ 운영사 제너시스BBQ그룹(이하 BBQ)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 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 승소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BQ는 2019년 점주와 가맹 계약을 맺으며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서만 브랜드 홍보 전단지를 제작하도록 했다. 또 매주 일정 수량의 전단지 등을 가맹점 사업자 자신의 비용으로 만들도록 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가맹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불공정하다고 봤다.
◇구매 강제는 인정됐지만 손해 입증 못 한 쿠우쿠우 점주들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구매를 강제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점주가 실제로 손해를 입었다는 점과 구매 강제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액이 입증돼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9월 쿠우쿠우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점주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쿠우쿠우는 점주들이 식자재, 물티슈와 냅킨 등을 본사가 지정한 업체에서 구입하도록 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물품들이 반드시 본사가 지정하는 업체를 통해 공급될 필요는 없었다고 했다. 다만 본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점주들이 제출한 물품 가격 비교표 등 증거만으로는 시장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물품을 공급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민재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는 “쿠우쿠우 사건 이후 관련 소송이 활발하게 이어지지 않은 것은 손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최근 구매 강제에 대한 공정위 판단이 엄격해지고 있는 만큼 비슷한 신고가 늘고, 점주들이 단체소송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필수품목 인정되려면 “맛·품질과 직접 관련 있는지 따져야”
이번 던킨 사건 판결로 점주들은 필수품목으로 지정된 항목들에 대해 문제를 적극 제기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본사가 원·부자재를 공급하며 유통 마진을 붙이는 이른바 ‘차액가맹금’을 놓고 다투던 것을 넘어, 특정 물품을 왜 본사를 통해서만 사야 하는지에 대한 개선 요청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판례에서 알 수 있듯, 이를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지정업체 제품과 시중 제품의 가격 차이 등 손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향후 필수품목 분쟁에서는 구매 강제의 위법성과 함께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 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힘찬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는 “이 사건은 향후 상고심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필수품목의 범위를 좁게 보고 품목별 필요성과 계약서 문구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