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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주민들 LH에 강력 경고…“55년 희생 외면 말라”
에너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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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최재만 위원장(왼쪽)과 최성희 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에 게시된 LH 물건 기본조사 안내 현수막을 가리키며 주민 의견 수렴과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공공주택을 짓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55년 동안 그린벨트로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대책부터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공공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주민 재정착 대책과 정당한 보상, 충분한 주민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리풀 공공주택지구는 서울 서초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약 2만 가구를 공급하는 정부 핵심 주택공급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서리풀1지구에 이어 지난달 서리풀2지구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이성훈 사장 취임 이후 착공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주민대책위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고, 원주민 재정착과 보상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며 일부 주민들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권영은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이번 소송이 사업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 지정 과정의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무국장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주민 협의, 문화유산 보전 등 여러 절차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사업을 무조건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상 기준이나 원주민 재정착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장물 조사부터 추진되는 점을 우려했다.

권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보상을 받고 어디에서 다시 살아가게 되는지 아직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라며 “재정착과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조사부터 진행되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성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이 주민대책위 사무실에서 서리풀1지구 공공주택 개발과 관련한 주민 요구사항을 설명하며 대책위가 제작한 안내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55년 희생했는데 개발 뒤에는 떠나야 하나"

최성희 주민대책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개발 자체보다 \'55년 동안 이어진 희생\'을 먼저 이야기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이곳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두며 서울의 허파라고 설명해 왔다"며 “환경 보전을 이유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 놓고 이제 와서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주민들에게 떠나라고 하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세대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원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고 생업 선택의 폭도 넓지 않았다"며 “국가 정책에 협조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개발이 시작되자 주민 희생에 대한 대책보다 공급 계획만 먼저 논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주택 공급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공공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사업으로 희생하는 원주민들도 개발 이후 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익사업이라면 공익을 위해 희생한 주민들의 재정착 권리를 먼저 보장하는 것이 순서"라며 “삶의 터전을 잃는 문제를 단순히 보상금 지급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토지를 제공한 주민들이 정작 개발이 끝난 뒤에는 이 지역에서 다시 살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며 “국가 정책에 협조한 결과가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라면 어느 주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신뢰를 쌓았다면 지금처럼 행정소송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일방적으로 사업을 서두르기보다 주민들과의 대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대책위 “공공성 비율 조정·원주민 재정착 확대해야"

주민대책위는 지난 9일 작성한 \'서리풀1지구 주민 요구사항\'을 통해 공공주택 공급계획 재검토를 포함한 7개 요구안을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대책위는 현재 계획안을 기준으로 공공성 주택 공급 비율이 약 80%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조정하고 일반분양 및 원주민 재정착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하지만 원주민이 배제된 공급 정책은 또 다른 갈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를 제공한 주민들이 기존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다시 정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된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만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장이 주민대책위 사무실에서 서리풀1지구 개발 방향과 원주민 재정착 대책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베드타운 아닌 AI·업무·주거 복합도시로"

주민대책위는 단순히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리풀1지구의 개발 방향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에 그치기보다 인근 양재 AI 미래융합 혁신특구와 연계한 연구·업무·주거 복합도시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만 주민대책위원장은 “서리풀1지구가 주택만 밀집한 베드타운으로 조성돼서는 안 된다"며 “양재 AI 미래융합 혁신특구와 연계해 자족용지와 업무시설, 미래산업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주택 공급과 미래산업, 자족 기능, 원주민 재정착이 함께 이뤄지는 새로운 공공개발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전략개발지라는 입지적 잠재력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대책위는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IC) 이후 서리풀1지구를 통과하는 구간의 지하화 또는 상부공원화도 요구하고 있다. 고속도로로 단절된 생활권을 연결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 위원장은 “사업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개발을 추진하면 한 번 훼손된 자연환경과 공동체는 되돌리기 어렵다"며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뿐 아니라 개발 이후 도시의 모습과 주민들의 삶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일대에 \'강제수용 절대반대\', \'80% 공공임대 철회\' 등 원주민 재정착과 개발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대책위원회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구거·도로부지 점유 실태도 조사해야"

주민대책위는 서리풀1지구 내 일부 구거부지와 도로부지가 개인에 의해 무단 점유돼 주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며 서초구의 실태조사와 행정조치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일부 하천부지와 도로부지가 막히면서 통행 불편뿐 아니라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관계 법령에 따라 점유 실태를 조사하고 통행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계획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서초구가 국토교통부와 LH, 서울시 사이에서 적극적인 행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책위는 앞으로도 행정소송과 별도로 국토교통부와 LH, 서초구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적정성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 주택 유형별 공급 비율, 원주민 재정착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현재 구체적인 소송 내용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택지사업은 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절차상 하자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집행정지나 가처분 결정이 없는 이상 토지이용계획 수립과 지구계획 등 후속 절차는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목표인 2028년 착공 일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제기한 지구지정 절차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적법성 논란에 대해서는 “위법 여부는 소송 과정에서 판단될 사안"이라면서도 “주민설명회와 협의체 구성 등 관련 절차는 법령에 따라 진행해 왔으며,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 공급도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주민 의견을 경청하면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경제신문은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해 LH측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LH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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