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읽음
북 강건호 기관포, 흑해 교훈과 우리 해군 과제
BEMIL 군사세계들어가며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북한 155㎜ 자주포의 포탑 상부에서 ‘반영의 속도’를 읽었다. 지상의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바다로 내려간다. 다만 이번에는 식별 미상의 마운트 한 장이 아니라, 이미 침몰한 함정 한 척과 그 함정이 마지막까지 쏘았던 총구가 출발점이다.
2024년 3월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는 밤, 흑해 케르치 해협 인근. 러시아 흑해함대의 프로젝트 22160형 초계함 세르게이 코토프가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13그룹'이 운용하는 마구라(Magura) V5 무인수상정(USV) 다수의 공격을 받았다. 함미와 좌·우현이 잇따라 피격되었고, 함은 침몰했다.[1]

(https://www.voakorea.com/a/7514464.html)
주목할 것은 이 함정의 이력이다. 세르게이 코토프는 2022년 7월, 그러니까 전쟁이 시작된 뒤에 취역한 비교적 신형 함정이었다. 76㎜ AK-176 함포, 이글라-S 단거리 대공미사일, 14.5㎜ 기관총 2정으로 근접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다.[2] 더구나 이 함정은 2023년 8월과 9월, 이미 두 차례 USV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전력이 있었다.[3] 방어 수단이 있었고, 방어에 성공한 경험도 있었다. 그런데도 2024년 3월의 그 밤에는 뚫렸다.
그리고 2026년 7월, 조선중앙통신은 구축함 《강건》호의 함상 자동기관포(총)들이 일제히 불을 뿜는 사진을 공개했다.[4] 필자는 그 포(총)구를 보며 코토프의 마지막 밤을 떠올렸다. 던질 질문은 하나다. 수상 무인정에 맞서는 함정의 근접방어는 지금 유효한가. 그리고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https://www.yahoo.com/news/world/articles/north-korea-frigate-bristles-comical-231851870.html)
확인되는 것과 확인되지 않는 것
확인되는 것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의 소형 USV가 러시아의 신형 초계함을 포함한 다수의 수상함을 격침·손상시켰다는 것. 마구라 V5는 2024년 2월 타란툴급 코르벳 이바노베츠와 로푸차급 대형상륙함 체자르 쿠니코프를 잇따라 격침하며, 해상 드론이 전투에서 적 군함을 격침한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5] 대당 25만~30만 달러 수준의 무인정이, 수천만 달러짜리 함정을 잡았다.[6] 확인되지 않는 것도 있다. 세르게이 코토프의 근접방어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기관총과 함포가 어느 단계에서 무력화되었는지는 공개 영상과 단편적 보도만으로 정밀하게 재구성하기 어렵다. 다수 USV의 동시 접근에 표적 처리가 포화되었다는 정황은 읽히나, 그것이 센서의 한계였는지, 사격통제의 한계였는지, 야간·저고도 표적 탐지의 한계였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이하는 그 정황을 전제한 논의이며, 함정별 교전 기록을 확증한 것이 아니다.
무인정은 어떻게 근접방어를 넘어서는가
왜 방어 수단을 갖춘 함정이 무너졌는가. 세 가지가 겹친다.
첫째, 표적의 성질이다. 소형 USV는 해면에 밀착해 항주하며 레이더 반사면적이 작고, 야간에는 광학 탐지도 제한된다. 수상 표적을 상정한 기존 함포·기관총 사격통제는 이런 저피탐·고속·소형 표적을 늦게 포착한다. 코토프가 이전 두 차례 공격은 막고 세 번째에 무너진 것은, 방어의 유무가 아니라 표적 수와 접근 양상의 문제였을 개연성을 시사한다.
둘째, 무리(swarm)의 논리다. 근접방어는 단일 표적에는 유효하지만,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다수 표적 앞에서는 교전 순번과 재장전, 선회 속도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다. 값싼 무인정을 다수 투입해 방어망을 소진시키는 방식은, 육상의 FPV 드론 포화 공격이 바다로 옮겨온 형태다. 러시아는 이 손실을 겪으며 흑해함대의 상당 전력을 노보로시스크 등 후방 항구로 물렸다.[7]
셋째, 위협의 진화다. USV는 수상 자폭에만 머물지 않았다. 2025년 1월 개조 미사일을 탑재한 USV가 러시아 Mi-8 헬기를 격추했고, 같은 해 5월에는 AIM-9 사이드와인더를 탑재한 무인정이 Su-30 전투기를 떨어뜨렸다.[8] 수상 무인정이 대공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함정을 위협하던 존재가, 이제 그 함정을 지키러 오는 항공기까지 겨냥한다. 근접방어의 셈법이 통째로 복잡해졌다.
북한은 이것을 보았는가
북한은 이 전쟁의 관찰자가 아니라 당사자에 가깝다.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보내며, 북한은 전훈을 가장 가까이서 읽을 위치에 서 있다. 다만 지상전 파병과 달리, 흑해함대의 USV 피해 현장을 북한군이 직접 관측했다는 증거는 없다. 말할 수 있는 것은, 군사협력과 정보공유 채널을 통해 '수상 무인정이 신형 함정을 잡는다'는 전훈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강건》호 시험은 이 전훈과 무관하지 않은 방향을 보여준다.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시험 항목에는 목표탐지·정보처리능력과 통합화력체계 점검, 함상포와 자동기관포(총) 사격이 포함되었다.[4] 공개 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은 함상 자동기관포 여러 문이 동시에 사격하는 장면이다.
이 무장 구성을 서방 매체는 구체적으로 식별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The War Zone(TWZ) 분석에 따르면, 《강건》호 좌현에서만 KPV 계열 14.5㎜ 기관총 다수가 식별되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원격조종 연장(連裝) 마운트에 거치되어 있다. 여기에 30㎜ 개틀링형 근접방어체계(CIWS)와 러시아제 판치르-ME로 보이는 체계, 74셀 규모의 수직발사관이 함께 확인된다.[9] KPV는 본래 경(輕)대공 무기로 널리 쓰였고 소형 정(艇)에도 유효한 총기다. TWZ는 이 대량의 기관총 배치를 해상과 정박 중의 공중 드론·무인수상정 대응 수요와 명시적으로 연결하며,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각된 실제 위협이라고 적시했다.[9]
https://www.yahoo.com/news/world/articles/north-korea-frigate-bristles-comical-231851870.html
다만 좌현 기관총의 정수(定數)와 배치는 TWZ의 사진 판독이고, 조선중앙통신 원 보도와 공개 사진 자체에는 표적이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대(對)USV 시험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저비용 기관총을 함 측면에 밀집 배치하고 다체계 근접방어 화력을 동시에 시연한 구성은, 다수의 소형·저가 표적을 상정한 방어 개념과 맞닿아 있다.
필자는 여기서 전장에서 관측된 위협을, 플랫폼 설계와 공개 시연에 반영하는 순환이라는 구조를 다시 본다. 지상의 천마-20과 자주포에서 보았던 그 순환이, 이번에는 수상함에서 나타난다. 자매함 《최현》호가 앞서 보인 다연속 발사 능력이 《강건》호에서 재현된 것도, 이 순환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 작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4]
그렇다면,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 해군의 근접방어체계(CIWS), 함정 전자전 수단, 소형 표적 대응 능력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개선되어 왔다는 점에서 방향은 같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보여준 위협의 형태가 우리의 상정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이다. 기존 근접방어체계는 대함미사일과 항공기 위협을 1차 상정하고 설계되었다. 해면 밀착·저속·소형·다수라는 USV의 표적 성질은 그 상정의 가장자리에 있을 수 있다.
물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우리 함정의 탐지체계는 야간에 해면으로 접근하는 다수의 소형 무인정을 충분한 거리에서 포착하는가. 사격통제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저가 표적을 순차가 아니라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대응이 미사일이라는 값비싼 수단이 아니라, 무인정의 원가에 상응하는 비용으로 가능한가. 25만 달러짜리 표적을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탄으로 막는 교환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것은 성능의 우열 문제가 아니다. 위협의 형태 변화에 대응 개념이 얼마나 빠르게 정렬되는가의 문제다. 지난 칼럼에서 지상 플랫폼을 두고 던졌던 '반영의 속도'라는 질문은, 바다에서 '대응 개념의 정렬 속도'로 다시 나타난다. 함정은 육상 장비보다 수명주기가 길고 개조 주기도 길다. 그만큼, 위협 형태가 바뀌는 속도와 함정 방어 개념이 따라가는 속도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지기 쉽다.
역설 하나
한 가지 역설을 덧붙인다. 북한은 지금 《강건》호 같은 대형 주력함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정은은 함급 전반의 능력 확대와 해군 강화를 거듭 언급했다. 그러나 흑해가 준 교훈의 한 축은, 대형 수상함일수록 값싼 무인정 무리의 매력적인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대형함들이 소형 USV에 밀려 항구로 물러난 그림은, 대형화·중무장화가 곧 생존성 향상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역설은 북한만의 것이 아니다. 대형 수상함을 운용하고 건조하는 모든 해군의 것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함을 크게 만들고 무장을 늘리는 방향과, 그 함을 값싼 무인정 무리로부터 지키는 방향은 별개의 과제다. 앞의 과제에 자원을 집중하는 동안 뒤의 과제가 뒤처지면, 그 격차의 구간에서 위협은 그대로 열려 있다.
맺으며
세르게이 코토프는 두 번의 공격을 막았다. 세 번째에 침몰했다. 방어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위협의 형태가 방어의 상정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강건》호의 기관총이 뿜는 불꽃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 불꽃이 겨냥해야 할 진짜 표적은, 사진 속 어딘가가 아니라 코토프를 침몰시킨 그 밤의 무인정 무리다. 북한이 그 표적을 제대로 상정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우리의 함정은 그 밤을 상정하고 있는가이다.
성능은 시험으로 증명된다. 그러나 위협을 옳게 상정했는가는, 시험장이 아니라 그 밤 같은 실전에서 판가름 난다. 바다는 절차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필자 김형석은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이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 전쟁의 최전선,
3초의 선택 드론전장 생존매뉴얼, 킬러 드론,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4년 무엇을 남기고 있나 등이 있다.
참고자료
[1] Thomas Mackintosh, "Ukraine war: Kyiv says seven dead as drone attack sinks Russian ship," BBC News, 2024. 3. 5.; "Russian Black Sea ship Sergey Kotov sunk after dronestrike, says Ukraine," Al Jazeera, 2024. 3. 5.
[2] Howard Altman, "Ukrainian Drone Boats Sink Russian Navy Patrol Ship," The War Zone (TWZ), 2024. 3. 5.
[3] "The UK Defense Intelligence Analyzes the Destruction of Russian Sergey Kotov Patrol Ship," Defense Express, 2024. 3.; Tom Balmforth & Yuliia Dysa, "Ukraine attacks Russian warships in Black Sea, destroys air defences in Crimea," Reuters, 2023. 9. 14.
[4] Joseph Trevithick, "North Korea's Frigate Bristles With A Comical Number Of Machine Guns," The War Zone (TWZ), 2026. 7. 7.; 조선중앙통신, "구축함 《강건》호에서 함무장체계들의 성능평가시험 진행," 2026. 7. 5.
[5] "North Korean destroyer demonstrates broadside, ripple-fire capabilities ahead of commissioning," Janes, 2026. 7. 5.; Howard Altman, "Ukraine Sinks Russian Navy Missile Corvette In Drone Boat Attack," The War Zone (TWZ), 2024. 2. 1.; Paul Kirby, "Russian landing ship Caesar Kunikov sunk off Crimea, says Ukraine," BBC News, 2024. 2. 14.
[6] "Ukraine's Magura Naval Drones: Black Sea Equalizers," USNI Proceedings, Vol.151/9/1,471, 2025. 9.
[7] "Russia's Black Sea Failures Are Lessons for the South China Sea," USNI Proceedings, Vol. 151/9/1,471, 2025. 9.; "Black Sea battle: how Ukraine's drones overpowered the Russian Navy," Navy Lookout, 2025. 7. 22.
[8] "Black Sea battle: how Ukraine's drones overpowered the Russian Navy," Navy Lookout, 2025. 7. 22.; Howard Altman, "Two Russian Su-30 Flankers Downed By AIM-9s Fired From Drone Boats: Ukrainian Intel Boss," The War Zone (TWZ), 2025. 5. 3.
[9] Joseph Trevithick, "North Korea's Frigate Bristles With A Comical Number Of Machine Guns," The War Zone (TWZ), 2026.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