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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UAE행 송금 차단, 경제 갈등 심화
조선비즈
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자국 은행에서 UAE 계좌로 보내는 금융 송금을 차단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이후 사우디 기업들이 두바이에 있는 기업이나 개인의 UAE 계좌로 송금한 자금이 사우디 중앙은행에 의해 별다른 설명 없이 반송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여러 사람이 사우디아라비아 계좌에서 송금한 돈이 UAE 계좌에 도착하지 않거나 송금인에게 반송되고, 전자결제가 차단되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면서 “일부 기업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관할 지역을 거쳐 송금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한 헬스케어 기업의 임원은 “수년간 거래해 온 사우디 고객이 보낸 대금 3건이 지난 5월 중순 이후 사우디 은행에서 차단돼 반송됐다”며 “자금은 보통 약 일주일 동안 묶여 있다가 송금인이나 수취인에게 별다른 문의도 없이 그대로 반환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두바이 소재 기업도 FT에 “사우디 기업으로부터 받는 대금이 이제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물품을 기다리는 고객이 있지만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 상당수가 UAE에 있는데, 이런 조치는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UAE는 아랍권 최대 경제국으로, 연간 양국 교역 규모는 200억 달러(약 30조원)를 넘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두 걸프 국가 간 교역액은 2024년 217억달러에서 지난해 257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교역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많은 기업도 두바이를 거점으로 사우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양국 외교 관계에는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가 UAE가 예멘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했다고 비난하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당시 UAE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이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을 공격하자, 사우디는 UAE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 사태가 수십 년 만에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번졌으며, 경제적 주도권 경쟁과 중동 분쟁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 차이로 누적돼 온 긴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지난 4월 말 UAE가 사우디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를 두고 증산을 원하는 UAE와 유가 방어를 위해 감산을 선호하는 사우디가 OPEC 내부에서 빚어온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계좌 송금 지연 사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 중앙은행은 “금융 부문은 견고한 규제 체계 아래 운영되고 있다”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제한은 없고, 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거래에 동일한 위험 기반 심사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UAE 정부 관계자도 블룸버그에 양국 간 은행 송금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비정상적인 지연에 대한 민간 기업의 불만이나 보고를 접수한 적이 없다며, “UAE와 사우디는 상당한 무역과 투자 흐름을 바탕으로 깊고 오랜 경제·상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