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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머노이드, 제조 생존 전략과 한국 대응 과제
IT조선
왜 지금 로봇인가
첫 번째 이유는 인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5년 말 중국 인구는 전년보다 339만명 줄었고, 출생아 수는 792만명에 그쳤다. 60세 이상 인구는 3억2338만명으로 전체의 23.0%다. 저임금 노동력과 대규모 공장 인력으로 버텨온 중국 제조업은 더 이상 과거의 노동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로봇은 미래 기술이라기보다 노동력 감소와 임금 상승에 대응하는 산업적 방어 수단이 됐다.
두 번째 이유는 자동화의 다음 단계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의 54%를 차지했고, 운용 중인 산업용 로봇은 200만대를 넘어섰다. 이미 고정형 로봇팔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이제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된 공장과 창고에 들어갈 수 있는 범용 로봇을 찾고 있다. 기존 로봇팔이 정해진 위치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기계라면,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작업 공간을 크게 바꾸지 않고 투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판다. 가능성은 아직 검증 중이지만, 중국 제조업이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세 번째 이유는 체화지능(具身智能)이다. 체화지능은 AI가 화면 안에서 답만 내는 것이 아니라 몸을 갖고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기술이다. 중신건투증권(中信建投证券)은 체화지능을 물리 세계와 결합한 새로운 AI 패러다임으로 보고, 인간형 로봇 산업망을 업스트림 핵심 부품, 미드스트림 완성 로봇·시스템 통합, 다운스트림 응용 서비스로 나눴다. 결국 휴머노이드는 로봇 한 대의 문제가 아니다. 감지, 판단, 행동이 닫힌 고리로 돌아가는 물리 AI 산업의 시험대다.
중국은 시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중국식 산업정책은 시장이 충분히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는 2023년 휴머노이드 혁신발전 지침에서 2025년까지 ‘두뇌·소뇌·사지’ 핵심 기술을 돌파하고, 완성품 양산과 제조·특수·민생 서비스 시범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7년에는 안전한 산업망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중국 산업정책에서 목표 연도와 시범 장면이 붙으면 중앙부처, 지방정부, 국유자본, 산업단지가 함께 움직인다.
2026년 들어 이 구조는 더 구체화됐다. 공업정보화부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国务院国有资产监督管理委员会)는 휴머노이드와 체화지능의 실제 현장 훈련 특별행동을 시작했다. 목표는 2026년 말까지 대표 장면에서 상시 배치와 검증을 끝내고, 100개 이상 고가치 응용 장면과 1만대급 배치 역량을 만드는 것이다. 공장, 물류, 점검, 의료·돌봄, 응급 구조 같은 실제 현장을 훈련장으로 열어 모델과 부품과 작업 방식을 함께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정부도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인다. 선전(深圳)은 2027년까지 핵심 부품, AI칩, 다중 감각 인식, 정밀 제어, 섬세한 조작 기술을 돌파하고, 관련 산업 규모를 약 147억달러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하이(上海)는 공장, 검사, 유지보수, 창고 물류, 의료·돌봄, 응급 구조 같은 장면을 실제 훈련 공간으로 모집하면서 사용자 기업, 완성 로봇 기업, 부품사,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요구했다. 베이징(北京)은 로봇마다 고유한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고 생산부터 폐기까지 추적하는 전주기 관리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중국은 로봇을 키우는 동시에 로봇을 관리할 제도도 깔고 있다.
수요는 가정이 아니라 공장에 있다
휴머노이드는 흔히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으로 상상된다. 하지만 중국이 먼저 노리는 시장은 가정이 아니다. 가정은 작업이 비정형이고 안전 기준이 높으며 소비자가격에 민감하다. 반대로 공장과 창고는 반복 업무가 있고 공간을 통제할 수 있으며 야간·위험·고강도 작업이 존재한다. 초기 수요는 네 갈래로 나뉜다. 정부와 공공 부문은 전시·교육·안전·공공서비스를 산다. 제조기업은 검사·이송·조립 보조·설비 점검을 산다. 연구기관은 데이터와 개발 플랫폼을 산다. 일반 소비자는 가장 늦게 들어온다.
현장 검증도 시작됐다. 즈위안로봇(智元机器人)의 휴머노이드 8대는 2026년 6월 룽치테크(龙旗科技) 난창 공장의 테스트 공정에서 6일 동안 매일 10시간씩 병행 작업을 공개했다. 신화통신은 이 사례를 두고 휴머노이드가 실험실에서 실제 장면으로, 시연 검증에서 상시 작업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수치를 곧바로 범용 노동의 탄생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통제된 공정에서 오래 버티는 것과 예외가 많은 일반 제조 현장에서 투자 대비 효과를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은 순위가 아니라 유형으로 봐야 한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을 순위로만 보면 산업의 구조가 흐려진다. 유형으로 봐야 한다. 첫째는 양산·가격형이다. 유니트리(宇树科技)는 사족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빠른 제품화와 낮은 가격으로 밀어붙인다. 유니트리는 2026년 6월 기업공개 심사를 통과했고, 2025년 휴머노이드 출하량 5500대 이상, 기업공개 조달 예정액 약 6억1700만달러를 제시했다. 이 사건은 중국 체화지능 기업이 기술 시연에서 자본시장 검증으로 넘어간 상징이다.
둘째는 산업 적용형이다. 즈위안로봇과 유비텍(优必选)은 공장과 상업 서비스 적용을 전면에 둔다. 셋째는 모델·두뇌형이다. 인허퉁융(银河通用)처럼 범용 조작 모델, 세계 모델, 실제 장면 확장 능력을 앞세우는 기업이다. 넷째는 부품·인프라형이다. 감속기, 모터, 액추에이터, 센서, 로봇 손, 배터리, 제어기, 시뮬레이션, 안전 인증을 공급하는 기업군이다. 전기차 산업에서 완성차만 돈을 번 것이 아니라 배터리와 전장, 충전 인프라가 함께 커졌듯이, 휴머노이드에서도 완성 로봇보다 부품과 데이터, 유지보수에서 먼저 수익이 나올 수 있다.
자본은 이미 앞서 달리고 있다. 36Kr(36氪)에 따르면 2026년 초 두 달 동안 중국 체화지능·로봇 분야에서 공개된 조달액은 약 29억달러를 넘었고, 복수 기업이 상장을 준비했다. 36Kr는 유니트리의 심사 통과를 두고 업계의 경쟁 논리가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 검증”에서 “실제 가치를 만드는 상업적 증명”으로 바뀌었다고 봤다. 이것은 칭찬이면서 압박이다. 데모 영상의 시대는 길지 않다. 이제 시장은 매출, 반복 구매, 현장 가동시간, 유지보수 비용을 요구한다.
진짜 병목은 손·데이터·경제성이다
휴머노이드의 병목은 세 가지다. 첫째는 손이다. 걷고 뛰는 영상은 눈에 잘 띄지만, 공장에서 중요한 것은 케이블을 꽂고, 나사를 잡고, 불규칙한 물건을 집고, 위치 오차를 보정하는 능력이다. 인간에게 쉬운 일이 기계에는 어렵다는 모라벡의 역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는 데이터다. 언어모델은 인터넷 텍스트로 학습했지만, 로봇은 실제 세계에서 만지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야 한다. 셋째는 경제성이다. 고정형 산업용 로봇은 싸고 빠르며 오래 간다. 휴머노이드가 더 비싼데 더 느리다면 기업은 미래 서사만 보고 대량 구매하지 않는다.
중국 내부도 이 위험을 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에 150개가 넘는 휴머노이드 기업이 있으며, 유사 제품과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중국이 2024년 이후 로봇 개발에 최소 200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지난해 휴머노이드 판매는 약 1만2000대였고 상당수가 연구·교육·시험 용도였다고 분석했다. 즉, 시장은 뜨겁지만 산업 현장의 반복 구매와 투자 회수는 아직 검증 중이다.
사회적 비용도 있다. 휴머노이드는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의 해법으로 포장되지만, 자동화가 언제나 갈등 없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이 위험하고 반복적인 일을 맡으면 생산성은 오르지만, 저숙련 일자리와 청년층 진입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한국에서도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도입 계획에 고용 충격 우려를 제기했다. 휴머노이드 정책은 산업정책이자 노동정책이다. 기술 확산 속도만큼 재교육, 안전, 노사 협의 구조가 중요해진다.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한국은 중국 휴머노이드 열풍을 테마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동시에 그대로 따라 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 로봇 밀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로봇연맹은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를 노동자 1만명당 1220대로 집계했다. 문제는 로봇을 많이 깔았다는 사실이 곧 체화지능 경쟁력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경쟁은 로봇 대수가 아니라 현장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고, 여러 공정으로 얼마나 빨리 확장하며,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운영 규칙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로 바뀐다.
정부는 휴머노이드를 단순 연구개발 과제가 아니라 제조·물류·조선·반도체·원전·방산·의료 돌봄을 연결하는 실증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무차별 보조금이 아니라 테스트베드다. 로봇 안전 인증, 산업별 작업 데이터셋, 실증 데이터 공유 규칙, 보험·책임 기준, 인간 노동자와의 협업 규칙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이미 출범시킨 K-휴머노이드 연합도 공용 로봇 AI 모델, 핵심기술, 반도체·배터리, 수요기업 협력을 목표로 한다면, 다음 단계는 실제 제조 현장을 얼마나 열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대기업은 공급망을 로봇 실험장으로 바꿔야 한다. 반도체 공장의 물류와 검사, 조선소의 위험 작업, 자동차 공장의 부품 이송과 품질 검사, 배터리 공장의 반복 공정은 한국이 중국과 다른 방식으로 실증할 수 있는 장면이다. 지자체는 지역 주력 산업과 연결된 로봇 테스트베드를 열어야 한다. 울산은 자동차·조선, 구미는 전자·부품, 창원은 기계·방산, 평택과 용인은 반도체 중심의 실증 도시가 될 수 있다. 대학은 AI 모델, 기계공학, 제어공학, 인간공학, 산업안전을 따로 가르치는 구조를 넘어 체화지능 시스템 공학으로 묶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완성 휴머노이드 경쟁에만 뛰어들 필요가 없다. 로봇 손, 촉각센서, 액추에이터, 경량 소재, 현장 데이터 라벨링, 시뮬레이션, 원격 관제, 유지보수 소프트웨어처럼 좁고 깊은 밸류체인에 기회가 있다. 금융권은 데모 영상이나 양산 선언이 아니라 반복 구매율, 현장 가동시간, 부품 원가 하락, 유지보수 비용, 고객사의 투자 회수 기간을 봐야 한다.
중국 휴머노이드가 전기차의 길을 그대로 갈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로봇을 선택지가 아니라 필요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열풍은 거품을 품은 산업정책이자, 산업정책이 만든 거대한 실험장이다. 한국이 봐야 할 것은 춤추는 로봇이 아니다. 공장 바닥에서 쌓이는 데이터, 공급망 안에서 낮아지는 원가, 그리고 사람의 작업 단위를 다시 정의할 자동화의 다음 형태다. 한국 산업계는 이제 물어야 한다. 우리는 휴머노이드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휴머노이드가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 현장과 부품·데이터 생태계를 먼저 장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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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 협력,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대학 산학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 기업 간 기술 협력, 투자 연계, 산업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현재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36Kr,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VC Draper Dragon를 비롯해 BEYOND EXPO, HIRED CHINA, Zhejiang Saichuang Weilai VC 등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 주요 로펌의 한국 파트너로서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화권 대표 방송사 봉황위성TV(凤凰卫视)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一虎一席谈'에 한·중 협력 분야 전문 패널로 출연하며, 한중 경제·산업·기술 협력과 중국 시장 동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의 교류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경영학회 산업계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국유 철강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 Sinosteel Corporation)과 베이징 중관촌 창업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인 중관촌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이노웨이(INNOWAY)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