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 읽음
중기 옴부즈만, 공공기관 그림자 규제 251건 일괄 정비
아주경제
한 중소업체는 수년간 피땀 흘려 세계적 수준의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 인증까지 마쳤다. 그러나 정작 공공기관의 관행적인 '유사 납품 실적' 요구에 막혀 조달 시장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스타트업에 과거의 납품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공공기관마다 요구하는 검사 기준과 양식이 제각각이라 불필요한 행정 서류만 수차례 반려당하다 결국 자금난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도 있었다. 현장의 생생하고 절박한 비명 속에서 옴부즈만의 깊은 고민은 시작됐다.
대한민국에서 99%를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이 성장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자 가장 거대한 고객이 바로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은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는 영역에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현실의 조달 및 계약 시장에서는 수많은 중소 협력 기업을 상대로 철저한 ‘갑(甲)’의 위치에 서게 된다. 기관이 행정 편의주의나 감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체적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지침과 특약을 통과한 기업만이 겨우 거래 자격을 얻고 있다.
제3자의 눈엔 법령에도 없는 이 ‘그림자 규제’가 잘 보이지 않지만 하루하루 생존이 걸린 중소기업에는 숨 막히는 절벽과 같다. 현장에서 “국회의 법률이나 정부의 시행령보다 일선 공공기관의 자체 지침과 계약 특약이 훨씬 더 무섭고 두텁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중앙정부가 규제 개혁을 부르짖어도 일선 현장에서 실무 지침으로 기업을 옥죄면 정책의 온기는 허공으로 증발해 버린다.
다행히 희망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불합리하고 억울한 규제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혁신 의지와 창의성이 꺾이지 않도록 실물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국가적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그동안 규제 혁파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공공기관의 숨은 그림자 규제를 정조준했다.
재정경제부 및 소관 공공기관들과 수개월간 끈질기고 치열하게 협의한 끝에 진입 규제, 기술 개발, 조달 및 입찰, 업무 절차 등 4대 핵심 분야에서 무려 251건의 규제를 일괄 정비하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서류 몇 장을 고친 것이 아니다. 과도한 진입 제한 요건 철폐, 중소기업 기술 개발 수수료 감면, 과도한 보증금 부담 완화 등 기업이 가장 아파하던 '돈과 시간'의 장벽을 민관이 합심하여 실질적으로 무너뜨린 결과다.
특히 이번 규제 혁파 과정에서 오랜 기간 유지해 온 행정적 기득권과 편의를 과감히 내려놓고 규정 개정에 앞장서 준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결단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견고한 관료주의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철저히 기업의 눈높이에서 제도를 바꾼 이들의 헌신은 민관 협력이 어떻게 현장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다.
이제 우리는 흔들림 없이 ‘하나의 정부, 하나의 목소리(One government, One voice)’를 내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는 중앙부처와 이를 집행하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의 역동적 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달려야 한다. 옴부즈만은 앞으로도 현장의 굽고 파인 길을 평평하게 펴고, 우리 중소기업들이 불합리한 족쇄 없이 공정한 운동장에서 마음껏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