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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리 AI 거품 경고, 한국 반도체 공매도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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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공매도 전문 투자가 마이클 버리가 '양치기 소년'이 된 지는 오래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적중한 공매도 투자 이후에도 시장 폭락에 베팅한 공매도를 했으나 대부분 허탕을 쳤다. 그런 그가 이제 한국 증시를 겨냥해 자신의 명성 회복에 나섰다.

2008년 이후 버리의 가장 유명했던 공매도 베팅은 그의 경고와는 달리 미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에 밀려 손실을 보거나 조기 청산해야 했다. 버리는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증시폭등의 주인공인 테슬라와 관련해 밸류에이션이 정상이 아니라며 2020년 이후 대규모 풋옵션을 매수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경영주 일론 머스크 팬덤 현상과 친환경차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수백퍼센트 폭등했다. 버리는 결국 2021년 하반기에 포지션을 전량 청산하며 항복했다.

버리는 2023년 중반에도 미 증시가 고평가됐다며 에스앤피500 및 나스닥100의 ETF 풋옵션을 16억 달러나 매수했다. 시장 붕괴에 올인한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열풍의 서막이 열리며 미 증시는 오히려 더 강하게 반등했다. 그는 수개월 뒤 풋옵션을 손절매하거나 청산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버리에 대해 "일찍 일어나는 새의 불이익"(Early Bird Penalty)라고 평한다. 즉, "방향성은 맞추지만 너무 일찍 진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맞추기 전까지 수년간 투자자들의 원망과 파산 위기를 견뎌야 했다. 테슬라나 2023년 증시 숏 역시 타이밍이 너무 빨라 비용을 치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리는 2025년 이후 자신의 명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버리는 2025년 말 인공지능 버블을 경고하며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약 11억 달러 규모의 장기 풋옵션 포지션을 구축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주가가 고점인 약 200달러 선을 찍었을 때 비교적 정확하게 숏 타이밍을 잡았다. 단기적으로 10~15% 하락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버리는 이제 인공지능 버블을 정조준하며, 자신의 명성 회복을 위한 타깃으로 한국 증시를 설정했다.

버리는 지난달 30일 투자자에 보내는 서브스택 뉴스레터 '불변의 카산드라'(Cassandra Unchained)를 통해 현재 금융 시장을 "닷컴 버블의 재림"이라고 규정했다. 대대적인 신규 숏 포지션을 공개했다. 엔비디아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테슬라, 아이셰어즈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SOXX), 캐터필러 등을 공매도했다고 밝혔다.

버리는 특히 지난달 29일 발표된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메모리 업체들의 800조 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두고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의 정점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당일 미 증시의 랠리와 관련해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이라며 "하지만 나는 이것이 '종말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종말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 주장했다.

그의 이런 경고는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보다 약 65%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괴리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101%, 2분기에만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반도체주를 끌어올리며,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대적인 설비증산 투자를 불렀다. 하지만, 버리는 이를 오히려 과열의 신호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이런 메모리 반도체 및 인공지능 하드웨어 숏 베팅은 2008년 이후 그의 가장 공격적인 하락 베팅이다. 그의 장기적인 안목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조기 경보 오류'로 끝날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그의 진단이 맞다면,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붕괴의 근원이자 최대 피해자가 된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는 인공지능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폭발로 인해 2026년은 물론 내년 생산량까지 완판됐다며 '장기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나온다. 버리는 이런 내러티브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버리가 반도체 제조사들의 장기 호황론을 믿지 않는 이유는 메모리 산업의 본질이 '고도의 자본 집약적 경기 순환형 사업'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폭발하면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장비를 도입한다. 하지만 이 시설이 완공되어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시점과 전방 산업(빅테크의 데이터 센터 등)의 수요 둔화 시점이 맞물리면, 시장은 순식간에 극심한 공급 과잉에 직면한다. 설비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는 HBM에 안달하나, 공급 능력이 확충되면 HBM 역시 과거의 범용 D램처럼 가격 급락과 재고 누적의 압박을 받게 된다. 경기 순환의 골짜기는 과거보다 더 깊고 잔인할 수 있다.

버리의 경고를 뒷받침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으로 '하드웨어 감가상각 회계 처리'가 지적된다고 블룸버그의 컬럼니스트 팀 컬판은 지적했다.

현재 많은 인공지능 하드웨어 및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인프라 장비의 수명을 5~6년으로 가정한다. 매년 완만하게 비용을 터는 감가상각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장비 수명을 길게 잡으면 연간 비용이 적게 잡히므로 장부상 이익은 대단히 높아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들이 요구하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에 도입한 최신 장비와 반도체 칩들이 순식간에 구식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버리의 지적대로 실제 장비 수명을 반영해 감가상각 기간을 현실적인 수준인 2~3년으로 단축한다면, 메모리 반도체 및 테크 기업들의 이익은 순식간에 급감한다. 현재 시장이 환호하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중 상당 부분이 '회계적 가정'이 만들어낸 착시일 수 있다.

이런 반도체 버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타격을 입을 취약 고리는 버리의 경고대로 한국 시장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흥행에 힘입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승은 BCA리서치의 신흥시장 및 중국 담당 수석 전략가인 아서 부다기안의 분석에서도 드러났듯,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과열된 심리로 지탱된 측면이 적지않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자본 지출이 조금이라도 유의미하게 꺾이거나, 회계 기준이 보수적으로 변해 장비 유효 수명이 재조정되는 순간 시장은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 비용 부담은 늘고 실적 전망치는 무너지며, 주식 시장은 반도체 주식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자산 가격을 재조정하는 폭락장을 맞이할 수 있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란 전쟁 등 에너지 쇼크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전례 없는 '글로벌 대호황'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서 부다기안의 분석처럼, 자본지출(Capex)의 과잉 수용 단계가 눈 앞에서 불안하게 어른거린다.

현재 미국의 테크 관련 자본 지출은 명목 기준으로 2000년 닷컴버블 정점인 '국내총생산(GDP)의 5%' 선을 넘어섰다. 실질 기준으로는 이미 7%를 돌파했다. 과거 미국의 주택 거품은 주거용 투자가 국내총생산의 7%에 달했을 때, 일본은 9%, 스페인은 8%였을 때 터졌다. 거품 붕괴 후 이 수치들은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현재 미국에서는 테크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자본지출이 실제로 감소하고 있다. 인공지능 붐이 다른 필수 산업으로 가야 할 자본을 흡수해, '오투자의 부작용'를 낳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테크 관련 제품 수입은 계속 늘어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잘나가는 이유이다. 반면, 다른 모든 품목의 수입은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로 향하는 돈이 다른 모든 분야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 부다기안 연구원은 현재의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는 기간은 단 '몇 개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역사적으로 대형 기업공개(IPO)는 해당 섹터의 시장 정점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크다. 최근 스페이스엑스의 기업공개에 이어 인공지능 회사 앤트로픽과 오픈에이아이도 뒤따른다. 시장의 상승 동력이 기관이나 외국인이 아닌 '개인 투자자'에게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거품이 터질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런 점에서 한국 코스피의 놀라운 상승이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우려스런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광기 어린 활기에 갈수록 의존한다. 올해 하반기에도 코스피가 이러한 랠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버리의 경고가 실패한 조기경보로 끝날 수는 있다. 하지만, 방향성에서는 본질적으로 틀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합의이다. 이런 경고를 무엇보다도 한국 증시, 특히 한국 증시의 개인들이 귀담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증시에서 수익을 얻은 개미 투자자라면 이미 충분한 것이고, 아직 수익이 없다면 포기할 시점이다. 시장의 균열은 이미 시각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폭락이 찾아온 다음 날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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