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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2020년 7월 7일)


은하


밤하늘에도 등대가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밤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꾸고 싶은데
언제나 떨어지는 꿈만 꾼다
밤새 엎드려 종이에 몇자 끄적이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데
밤하늘에 구멍이 난 듯 글자들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령 엄마는 왜 내 꿈에 한 번도 안 나와 같은,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달, 별, 바람, 나무, 고향 같은
닳고 닳은 그리움이
구멍이 난 백지 아래로 떨어져간다
밤하늘에는 그 말들을 위한 등대가 있을까
내 안에 쓸쓸하게 살다 간 말들을 받쳐줄
부드러운 손이 아직 있을까
밤하늘에 끄적인 말들이
몇억광년을 달려와
눈을 뜬 아침에 백지에 적혀 있다면
그건 덜어지기만 하는 꿈이
저기 아침 이슬 속에 맺힌 은하 같을 텐데

* 박형준 시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에서 (19)
- 창비시선 445, 2020. 6.25



:
엄마 찾아 밤마다 먼 길 떠나는
'은하철도 999'의 소년처럼

아직도 가끔은 자다 깨어
'쓸쓸하게' 뒤척거리며
밤을 새우곤 하는데,

마침,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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