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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주주보호 및 심사 요건 강화
아주경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중복상장에 해당하는 기업은 일반 상장기준이 아닌 별도의 특례 심사기준을 적용받는다.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권익 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주주보호 절차를 이행하는 것에 더해 영업·경영 독립성과 상장 필요성, 투자자 보호 노력이 종합적으로 심사된다.
중복상장 규율의 적용 범위는 상장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인 비상장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는 경우다. 모회사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그 계열회사가 다시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손자회사·증손회사 등이 포함된다. 반면 자회사가 먼저 상장된 뒤 모회사가 상장하는 경우나 기존 상장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규율 대상에서 제외된다. 모회사 주가 할인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주주보호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모회사 이사회는 5대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 또는 독립이사 자격을 갖춘 외부전문가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거나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가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주주동의는 감사위원 선임 방식과 같은 3%룰을 적용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까지만 인정되고, 출석 주주의 과반수와 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이상 동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반대로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기업이 마련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현물배당 등 보호방안의 실효성을 개별적으로 심사받아야 한다.
상장의 필요성은 단순한 자금조달 여부를 넘어 상장으로 얻는 효과와 일반주주가 부담하는 불이익을 비교해 판단한다. 재무적투자자(FI) 회수나 모회사 지배력 유지 목적이라면 엄격한 심사를 받지만, 연구개발 투자와 해외 진출 등 독자적인 자금조달 필요성이 인정되면 상장의 정당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할 지점은 정량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결국 '사례별 심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매출, 영업이익, 자산이 모회사 대비 자회사 비중이 10% 미만인 저비중 자회사의 경우 주주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지만 이에 해당하더라도 물적분할 자회사인 경우나 예상 기업가치 측면에서 중요 자회사로 인정된다면 주주동의를 받아야 한다.
첨단산업에 있어서는 자금 조달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률적인 예외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자회사 기업가치 상승이 장기적으로 모회사 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과 모회사 일반주주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적용 범위도 당초 예상보다 넓어졌다. 해외 거래소에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도 모회사 이사회는 동일한 주주충실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위는 해외 상장이더라도 국내 모회사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 금융감독원이 이를 심사하고, 공시의무를 위반하면 제재금과 매매거래정지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합병을 활용해 상장 효과를 얻는 우회상장 역시 중복상장에 해당하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정부는 주주충실의무의 취지에 맞춰 중복상장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기업들의 규제 회피 사례나 새로운 쟁점이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6개월마다 정례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