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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 40세 보지냐, 스페인과 메시 슈팅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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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에 프로 데뷔. 앙골라, 몰도바,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을 떠돌며 19년을 버틴 무명의 골키퍼. 마흔이 돼서야 처음 밟은 월드컵 무대에서 그는 우승 후보 스페인과 축구의 신 메시를 차례로 좌절시켰다.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본명 조시마르 조제 에보라 디아스) 이야기다.
보지냐는 3일(현지시각)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여덟 차례 선방을 펼쳤다. 메시와 1대1로 맞선 결정적 장면을 몸으로 막아냈고, 기습적으로 시도한 프리킥까지 연이어 걷어냈다. 카보베르데는 연장 끝에 2-3으로 졌지만, 세계 최강을 마지막 순간까지 괴롭힌 그의 활약은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보지냐가 처음 세계에 각인된 것은 이번 대회 카보베르데의 데뷔전이었다. 지난달 15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카보베르데는 유럽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2위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스페인이 퍼부은 27개의 슈팅 가운데 유효슈팅 7개를 보지냐가 모두 막아냈다. 페드리, 페란 토레스, 아이메릭 라포르트의 결정적인 슛이 그의 손과 몸에 걸렸고, 후반 교체 투입된 라민 야말과 니코 윌리엄스도 끝내 그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뽑힌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물을 쏟았다.

이 한 경기로 보지냐의 삶은 뒤바뀌었다. 5만 명 남짓이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경기 직후 몇 시간 만에 수백만 명으로 폭증했다. 브라질의 인터넷 방송 등 남미 팬들이 그를 응원하며 팔로워 늘리기에 나선 결과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40세 골키퍼는 하루아침에 세계적 화제의 인물이 됐다.

보지냐의 축구 인생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카보베르데 상비센트섬 민델루 출신인 그는 고향 클럽 바투케에서 뛰기 시작해 프로 데뷔조차 스물다섯이던 2012년에야 이뤘다. 앙골라 프로그레소를 시작으로 몰도바 짐브루, 포르투갈 질 비센트, 키프로스 AEL 리마솔, 슬로바키아 트렌친 등 유럽과 아프리카의 여러 리그를 전전했다. 최근까지 몸담은 곳은 포르투갈 2부 리그 샤베스로, 그마저도 주전과 후보를 오가는 처지였다. 19년의 선수 생활 동안 그가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2018-19시즌 키프로스컵 단 하나뿐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계약이 만료된 그는 현재 소속팀조차 없는 상태다.

클럽에서의 부침과 달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보지냐는 늘 빛났다. 2012년 처음 태극 대신 카보베르데 대표팀에 발탁된 그는 카보베르데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A매치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3·2015·2021·2023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모두 출전했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는 10경기에서 7차례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사상 첫 본선행을 이끌었다.

'보지냐'는 본명이 아니다. 포르투갈어로 '작은 할머니(리틀 그랜마)'라는 뜻이다. 군인이던 아버지와 일하던 어머니를 대신해 조부모 손에서 자란 그를 두고, 축구장에서 그를 이긴 형들이 "할머니한테 이르러 간다"며 놀린 데서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스페인전 직후 보지냐는 기쁨과 함께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가 몇 해 전 세상을 떠나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어머니 역시 비자 발급 비용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평생 이 순간을, 이 꿈을 위해 일했다"며 "과거 여러 세대가 이날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이제 그 꿈이 이뤄졌다"고 했다.

기록도 그의 이름을 남겼다. 스페인전에서 40세 12일의 나이로 그는 한 나라의 첫 월드컵 경기에 출전한 최고령 선수가 됐고, 월드컵 본선에서 무실점 경기를 지킨 역대 세 번째 고령 골키퍼(피터 실턴, 디노 조프에 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무실점으로 팀의 32강행을 지켜냈다.

아르헨티나전 패배로 카보베르데의 첫 월드컵 여정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마흔의 나이에 세계 최강들을 상대로 골문을 지켜낸 보지냐의 이야기는 이변과 감동으로 가득했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장면 중 하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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