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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속 피라미드와 눈, 음모론 아닌 건국 상징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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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 1달러짜리 지폐 뒷면에는 피라미드와 그 위를 내려다보는 눈이 새겨져 있다. 숱한 음모론의 단골 소재였고,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그림이 처음 채택된 1782년 당시엔 전혀 다른 의미였다.

1달러 피라미드 위에 새겨진 삼각형 안의 눈. 오늘날 사람들은 이것을 전시안이라 부르며 일루미나티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1782년 국장이 처음 채택됐을 때 이 그림의 이름은 따로 있었다.

섭리안이었다. 정확하게는 'Eye of Providence', 즉 이 세상을 주관하는 창조주의 섭리를 뜻하는 것이었다. 프리메이슨도, 일루미나티도 아니었다. 후대의 음모론자들이 이 상징을 가져다 자신들의 서사에 끼워 맞춘 것이다.
피라미드 아래 새겨진 라틴어 'NOVUS ORDO SECLORUM'. 음모론자들은 이것을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라고 해석하며 단일 세계정부의 증거로 내세웠다. 오역이다.

정확한 번역은 '신세대 질서(새로운 시대의 질서)'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고, 그 시대는 새로운 질서를 갖는다는 뜻이었다. 그 위에 새겨진 'ANNUIT COEPTIS'는 알파벳이 정확히 13개다. 당시 13개 주를 상징하기 위해 골라 쓴 표현이었고, 뜻은 "그(신)가 우리의 과업을 승인하셨다"였다. 당시 문건에는 괄호 안에 'God'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피라미드 꼭대기는 잘려 있다. 미완성이다. 이것 역시 음모론의 소재가 됐지만, 건국의 아버지들이 담은 의미는 달랐다.

인간의 정부는 결코 완전해질 수 없다. 그게 이 미완의 피라미드가 상징하는 것이었다. 완벽한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건국 초기부터 새겨놓은 것이다. 프리메이슨의 비밀 코드가 아니라 건국의 아버지들이 남긴 경고문이었다.
피라미드 맨 아랫단에는 'MDCCLXXVI'라는 로마 숫자가 새겨져 있다. 1776년이다. 음모론자들은 이것이 미국 독립 연도가 아니라 일루미나티 창설 연도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루미나티는 1776년 5월 1일, 미국 독립선언 두 달 전에 유럽 바바리아 지역에서 창설됐다.

그런데 당시 일루미나티는 창설 멤버가 고작 4명이었다. 국장이 채택된 1782년에도 300명 규모의 소규모 비밀 조직이었다. 비밀 조직이었기 때문에 그 존재가 대서양 건너 미국 대륙까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일루미나티의 창설 목적은 종교, 특히 가톨릭교회의 정치 개입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건국 정신과는 정반대의 철학이었다.

필라델피아에 가면 프리메이슨 사원 앞에 조지 워싱턴과 벤자민 프랭클린의 동상이 서 있다. 프랭클린은 프리메이슨의 상징인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56명 중 8~9명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다.

그런데 당시 프리메이슨은 그냥 사교 클럽이었다. 지금처럼 사탄 숭배적인 요소나 비밀주의적 색채가 강하지 않았다. 후대에 음모론으로 발전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는 프리메이슨의 정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며 '안티 메이슨 파티'에 가담해 앞장서기도 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소수 정당이었다.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기에 나온 대응이었다.
1달러짜리 지폐의 피라미드는 프리메이슨도 일루미나티도 아니었다. 섭리안은 전시안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신세대 질서는 신세계 질서로 오역됐으며, 미완의 피라미드는 음모의 증거가 됐다. 200년에 걸쳐 쌓인 오해들이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새겨놓은 의미는 그 아래 조용히 남아 있다.

다음 편에선 미국 독립 전쟁의 숨겨진 주역, 남장하고 전투에 나선 여성부터 6살에 납치된 흑인 노예 시인까지 역사가 지워버린 여성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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