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읽음
홍명보호의 이번 월드컵 탈락이 진짜 '재앙'인 이유
위키트리
0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단순한 한 번의 실패가 아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스쿼드로 평가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무대에서의 초라한 성적표는 향후 10년의 잔혹사를 예고하고 있다.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대표팀의 척추이자 황금세대의 주축인 ‘1996년생 라인’의 가장 찬란한 최전성기를 아무런 전술적 결실 없이 흘려보냈다는 허탈감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수비의 핵심 김민재(DF), 미드필더의 중심 황인범(MF), 저돌적인 공격수 황희찬(FW)으로 이어지는 ‘96 라인’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점에 올라섰을 때 맞이한 무대였다. 대회 당시 이들의 나이는 만 29~30세로, 풍부한 경험과 폭발적인 신체 기량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시기였다.

전술의 중심을 잡는 황인범과 아시아 역대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김민재는 사실상 대표팀 전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입지를 다진 황희찬의 파괴력까지 더해진 대표팀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에서 찬스가 무산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 뉴스1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이 막강한 자원들을 데리고 뚜렷한 전술적 색채나 유기적인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 분석과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선수들은 각자의 기량에만 의존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결국 32강행이 좌절됐다. 이번 실패를 두고 "최고의 자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격분하는 이유다.
더 절망적인 것은 ‘다음 대회’마저 기약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축구에서 4년은 선수의 운명을 바꿀 만큼 긴 시간이다. 2030년 월드컵 시점을 기준으로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나이를 정리해 보면 비통함은 배가된다.

현재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FW)과 이재성(MF)은 2030년 월드컵 때 만 38세가 되며, 골키퍼 김승규는 만 40세, 조현우는 만 39세에 이른다. 사실상 이들의 동행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고 보는 것이 냉정하다.

현재 만 34세인 손흥민을 향해서도 일부에선 ‘전성기가 지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하는데, 황인범·김민재·황희찬이 정확히 지금의 손흥민과 같은 만 34세로 다음 대회를 맞이하게 된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기량을 유지한다 해도,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기동력을 4년 뒤에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결국 이번 대회야말로 한국 축구가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전력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이강인만이 2030년에도 만 29세로 전성기를 유지하지만, 황금 세대 전체를 떠받쳤던 동료들이 동시에 하락기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혼자 짊어질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다. 황금세대가 가장 완벽하게 갖춰졌던 이번 대회의 실패가 단순한 '아쉬운 결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다시 보기 힘들 황금세대들이 가장 젊고 강했던 시절을 통째로 허공에 날려버렸다. 주축 선수들의 전성기 사이클에 맞춰 대표팀의 완성도를 높여야 했을 사령탑이 오히려 선수들의 재능을 사장하고 퇴보를 자초했다. 기회를 잃어버린 황금세대의 나이는 기다려주지 않으며, 한국 축구는 이제 장기적인 암흑기라는 거대한 청구서를 마주하게 됐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