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읽음
남북 합작 승일교, 철원 한탄강 역사와 절경 품은 명소
위키트리
0
철원 한탄강 위에는 양쪽 모습이 서로 다른 다리가 놓여 있다. 1948년 공사가 시작돼 1958년 완공된 '

승일교

'다. 이 다리의 형태에는 전쟁과 분단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철원 승일교는 한탄강 협곡을 가로지르는 근대 교량이다. 1948년 8월 북한 정권 주도로 공사가 시작됐지만,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북한은 철원과 김화 주민들을 ‘노력 공작대’라는 이름으로 동원해 다리를 지었다. 공사가 절반가량 진행됐을 무렵, 전쟁으로 인해 승일교는 미완성 상태로 남게 됐다. 이후 철원 일대가 수복되자 우리 정부가 남은 구간의 공사를 이어갔고, 승일교는 1958년에 완성됐다.
현재 승일교에는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 차량은 바로 옆 한탄대교를 이용하고, 승일교는 보행교로 남아 있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면 한탄강의 물길과 교량 구조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다리의 형태와 주변 협곡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다리의 길이는 120m, 폭은 8m, 높이는 35m다. 승일교는 이러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5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승일교는 넓은 평지 위에 놓인 다리들과 달리, 깊게 파인 강줄기 위를 가로지른다. 교량의 아치 구조와 현무암 지형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승일교의 특징은 다리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이 시공한 초기 구간과 수복 이후 우리 정부가 이어 지은 구간은 아치의 크기와 교각의 형태, 공법과 마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나의 교량 안에 두 시기의 기술이 함께 남아 있어, 외관이나 다리 아래 교각을 살피면 그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멀리서는 다리 전체가 하나의 곡선으로 보이지만, 유심히 살필수록 아치와 교각의 균형이 조금씩 다름을 알 수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콘크리트 구조가 연결된 흔적도 눈에 띈다. 다리의 중앙부를 기준으로 양쪽 아치와 교각을 대조해 보면 두 구간의 차이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 다리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이승만 대통령의 ‘승’과 북한 김일성의 ‘일’을 따서 붙였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유래는 6·25전쟁 당시 희생된 박승일 장군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승일교라는 이름에는 분단과 전쟁의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승일교는 독특한 구조뿐 아니라 속뜻까지 함께 살펴볼 때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
승일교를 중심에 두고 철원을 여행하면 한탄강 주변 명소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는 '고석정'이 있다. 이곳은 한탄강을 대표하는 비경으로, 강 한가운데 솟은 거대한 바위와 주변 협곡이 어우러진다. 고석정 일대에서는 오랜 세월 물길이 깎아낸 절벽과 기암괴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한탄강의 독특한 지형을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풍경의 느낌도 달라지는데, 푸른 수목이 우거지는 시기에는 협곡의 선이 또렷하고, 단풍이 드는 때에는 바위 주변이 붉은빛으로 물든다.

인근의 '한탄강 은하수교'는 철원의 상징인 두루미를 모티브로 만든 1주탑 비대칭 현수교다. 다리 중앙부 일부 구간은 유리 바닥으로 되어 있어 송대소 일대의 주상절리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절벽을 따라 뻗은 도보 코스다. 순담계곡에서 드르니마을까지 이어지는 3.6km 구간으로,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과 한탄강 물줄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과거 화산 활동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돌기둥들이 벼랑을 이루고, 그 아래로 강물이 굽이쳐 흐른다.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제한될 수 있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직탕폭포'도 한탄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명소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산악형 폭포와 달리, 강폭을 따라 옆으로 길게 물줄기가 쏟아진다. 폭포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 전체를 가로지르듯 물이 쏟아지는 모습 때문에 '한국의 나이아가라'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검은 현무암 암반과 흰 물줄기가 대비를 이루며 한탄강 지형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승일교와 고석정, 은하수교, 주상절리길, 직탕폭포는 모두 한탄강 물길을 따라 만나는 곳들이다. 이 물길 위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과 독특한 화산 지형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주변 명소를 고를 때는 승일교와 가까운 한탄강 권역 안에서 이동하는 편이 좋다. 고석정과 은하수교, 주상절리길, 직탕폭포는 모두 한탄강을 따라 이어져 있어 동선이 크게 흩어지지 않는다. 승일교를 중심에 두면 역사와 지형을 함께 보는 일정으로 짜기 쉽다.

철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이 ‘오대쌀’이다. 오대쌀은 현무암 풍화토가 쌓인 철원 평야의 비옥한 토양과 큰 일교차 속에서 자란다. 쌀알이 굵고 단단하며, 밥을 지으면 찰기가 돌고 윤기가 흐른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나서 어떤 반찬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 제철 산나물과 여러 찬을 함께 내는 오대쌀밥 정식은 철원 여행 중 든든하게 즐기기 좋은 메뉴다. 여기에 한탄강 일대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민물매운탕이나 메밀 향이 구수한 막국수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특히 메기, 쏘가리 등을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국물은 여행길에 따뜻하게 속을 채우기 좋다.
오대쌀 외에도 철원에서는 파프리카와 토마토, 샘통고추냉이 같은 청정 농산물이 가득하다. 특히 차가운 용천수로 재배한 고추냉이는 알싸한 향과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이는 또 다른 대표 먹거리인 철원 한우와도 궁합이 좋다. 고기 본연의 고소한 맛에 이를 살짝 곁들이면 느끼함은 덜고 풍미를 더할 수 있다. 큰 일교차 덕분에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파프리카와 토마토 역시 우수한 품질로 이름나 있다. 여행 중에는 오대쌀밥을 맛보고, 돌아가는 길에는 이러한 지역 특산물이나 가공품을 살펴봐도 좋다. 한탄강 일대를 둘러본 뒤 지역 음식까지 즐기면 철원 여행이 한결 풍성해진다.

이처럼 철원은 한탄강이 만든 독특한 지형과 역사, 그리고 비옥한 평야가 키워낸 풍성한 먹거리까지 고루 갖춘 여행지다. 눈으로 담은 비경 뒤에 맛보는 든든한 향토 음식은 철원에서의 여정을 더욱 깊은 기억으로 남겨준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