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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반도체 투자, 실현 가능성 및 공급 과잉 우려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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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김진안 전 삼성전자 중동유럽 지역장]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총수가 정부 주도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의 전면에 섰다.

삼성 이재용 회장은 “차기 반도체 단지로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했고, SK 최태원 회장은 AI데이터 센터에 1천조 원, 반도체에 1천1백조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의 발표는 기업인들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발표된 천문학자 투자 규모만 보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는 장밋빛 일색이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에서 기업의 손익계산서와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을 아는 이들은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오늘 발표된 투자는 두 대기업이 정권의 강한 압박에 떠밀려 내놓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자, 다가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대폭락 리스크를 완전히 도외시한 극단적인 자금 비효율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은 ‘재무적 현실성’이다. 반도체 산업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24시간 쉬지 않고 투입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짊어진 자금 부담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양사는 경기 용인 메가 클러스터에만 각각 360조 원, 120조 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하는 거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강제적으로 떠안은 미국 텍사스와 인디애나 등 해외 공장 건설 비용은 현지 공사비 폭등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처지다.

더욱 불길한 서막은 4~5년 뒤 몰려올 ‘글로벌 공급 과잉’의 공포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경쟁국들이 보조금 전쟁을 벌이며 반도체 공장을 미친 듯이 짓고 있다. 진행 중인 용인 클러스터와 기존 시설 증설, 미국 신규 공장 물량만 더해도 이미 포화 상태다.

게다가 현재 시장을 지탱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칩 수요 역시 유령 수요인 ‘중복 발주(Double Booking)’ 거품이 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 년 내로 이 거품이 꺼지고 공급 과잉이 현실화되면, 대기업들은 현재 짓고 있는 용인과 미국의 최첨단 공장들조차 라인을 멈추고 투자 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단 하나만 하더라도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적 국책 사업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뜨고 연착륙시키는 데만도 국가적 역량과 기업의 사활을 총동원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예비타당성 검토나 철저한 미래 수요 검증도 없이, 정치적 논리에 밀려 동시다발적으로 또 다른 초대형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한 시도이자 국가적 자원 낭비다.

반도체 패권 전쟁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와 '집적 효과'다. 차라리 호남에 분산시킬 자본과 인프라 지원을 용인 클러스터 한곳에 압축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생존에 훨씬 더 이롭다.

사실 정권의 압박에 밀려 발표된 대기업의 투자 약속이 유야무야된 잔혹사는 처절할 정도로 반복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강제 전담시키고 수천억 원의 지역 투자와 청년 고용을 공언하게 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동력을 잃고 간판만 남은 부실 센터로 전락한 것이 첫 번째 서막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에도 고용 쇼크가 발생하자 대기업들을 압박해 삼성 180조 원, SK 80조 원 등 ‘3년간 수백조 원 투자·고용’ 보따리를 풀게 했지만, 이 역시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19 등 시황 악화를 명분으로 투자 시기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축소되며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처럼 정치권이 아무리 호기롭게 판을 짜도, 결국 투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정권의 의지가 아니라 '시장과 사이클'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 공급 과잉과 빅테크 거품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특유의 잔혹한 다운사이클(침체기)이 도래한다는 점이다. 이 거대한 침체의 파고를 단 한 번만 맞이해도 기업의 현금흐름은 급격히 경색될 수밖에 없다. 기존 용인 투자조차 버거운 상태에서 ‘돈이 복사되지 않는 한’, 오늘 대국민 발표장에 올릴 숫자가 과거의 전철을 밟는 ‘지키기 못할 약속’이 되기 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지키지 못할 약속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때, 그 잔인한 피해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비극의 주인공은 화려한 청사진을 믿고 희망에 가득 찼던 대상 지역의 지자체와 현지 주민들이다.

정부의 발표 혹은 정치권의 약속을 전적으로 믿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행정 절차를 밟고, 대규모 개발을 기대하며 생업의 터전을 바꾸거나 무리하게 투자에 나선 주민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투자 연기'가 아니라 생존권이 걸린 잔혹한 '희망고문'이다. 정치권이 치적을 쌓고 떠난 자리에 남겨질 지역 사회의 상실감과 경제적 파탄은 그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 심각한 비극은 대기업의 뒤를 따라 사지로 몰려야 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업체들에게서 발생한다. 이미 미국 진출 압박과 용인 클러스터 입주 준비만으로도 자금과 인력이 바닥난 협력사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급 과잉의 폭탄을 안은 채 호남에 또 하나의 투자 전선을 넓히라는 것은 기업의 운명을 걸고 동반 자살을 하라는 무리한 요구다. 인력도 자본도 분산된 공급망은 결국 공멸로 이어질 뿐이다.

지난 한미 관세협상 때도 정부는 대기업 총수들을 미국으로 대동해 수십조 원의 투자 보따리를 풀게 만들었다. 정치권은 5년 단임제 정권 임기 내에 ‘역사상 최대 지역 투자 유치’라는 치적의 간판만 걸면 그만이다.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 임기 대부분을 보내고 나면, 정권이 바뀐 뒤의 이행 여부나 글로벌 시장의 붕괴는 알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총수들이 끌려 나와 발표하는 계획 역시 임기 내내 시늉만 하다 유야무야 될 리스크를 그대로 안고 있다.

정치적 논리에 밀려 기업이 투자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무시하고 자원을 분산시킬때, 그 피해는 온전히 주주와 국가 경제의 몫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고, AI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기업의 모든 역량을 한곳으로 총동원해도 모자랄 골든타임이다.

오늘의 대국민 발표가 5년 뒤 또 하나의 정치적 잔혹사로 남지 않으려면, 정부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받아낸 숫자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용수·전력·인재 확보라는 반도체의 근본적 난제와 다가올 공급 과잉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있는지부터 스스로 자문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정권의 치적을 위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며, 지역 주민들의 염원은 표를 얻기 위해 함부로 소비해도 좋은 희망고문의 제물이 아니다.

#광주반도체, #AI데이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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