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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1심 징역 7년, 매관매직 인사 청탁 유죄 인정
미디어오늘
26일 김건희 씨의 ‘매관매직 사건’ 1심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법정에서 김씨가 대통령 배우자로 지녔던 ‘영향력’과 ‘사회적 책무’를 거듭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또한 압수된 이우환 화백의 그림 등 수수한 금품을 몰수하고 6480만 원을 추징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낮 2시께 선고공판에 출석한 김씨는 마스크를 쓰고 허리를 숙인 자세로 양쪽에서 자신을 부축하는 법원 보안요원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문 선고 직전까지 피고인석에 앉아 판결 요지를 듣도록 했다. 재판장인 조순표 부장판사는 1시간40분에 걸쳐 김씨 등 피고인들의 유죄 인정 사유를 차례로 설명했다.
“전형적인 로비 방식” 청탁·대가성 모두 인정
재판부는 먼저 김씨가 2022년 4~5월에 걸쳐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 인사 청탁을 대가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총 1억 원대 귀금속을 수수한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브로치를 받으면서 ‘회사에 도와드릴 것이 없느냐’고 먼저 물었고, 이 회장이 ‘인수위원회에서 일하는 박성근’이라며 성명과 소속을 특정해 인사를 청탁했다고 판시했다. 이로부터 불과 나흘 뒤 김씨의 격려 통화를 받은 박씨가 다음달 중하순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내정돼 공식 임명됐다.
재판에서 김씨는 귀금속을 단순 선물로 인식했다며 무죄를 주장한 반면, 이 회장은 대가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관련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사법·행정 리스크에 대비해 권력 지근거리 인물에게 미리 고액 금품을 투입함으로써 장래 직무 관련 민원을 언제든 전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가교를 선제적으로 마련해두는 행태가 전형적 로비의 방식”이라며 대가관계를 인정했다.
김씨가 같은해 4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위원장직 임명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를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배용이 위원장 임명 청탁을 명시적으로 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미리 준비하고 수령해뒀던 금거북이를 피고인 김건희에게 교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건희 역시 그 취지와 대가관계를 인식하면서 이를 수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같은 해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사업 지원 청탁 대가로 4000만 원가량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를 받은 점도 유죄 판단했다. 서씨는 그해 8월 말 손목시계를 구매하고, 9월8일 손목시계를 김씨에게 제공했다. 그로부터 11일 뒤인 19일 서씨의 로봇개 사업체 ‘드론돔’이 대통령경호처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서씨와 김씨는 모두 ‘김씨의 시계 구매를 대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씨가 김씨에게 구매 대금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대금 가운데 500만 원을 이체했다는 김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 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고 그 대가로 공천 등 정치권 진출에 조력한 혐의도 인정됐다. 비록 공천이 무산됐지만 그 직후 김 전 검사가 인사 검증에서 ‘부당 의견’을 받고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에 임명이 강행됐다며 “연속적 인사 배려가 관철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최재영(본명 최아브라함) 목사로부터 디올백과 향수, 화장품 등 금품을 제공받고 공무에 해당하는 사안을 청탁받은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 목사가 청탁했던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만찬 초청 △민간 외교사절단 접견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국정자문위원장 임명 △공관 미술작품 비치 △대통령실 참모진 대상 특강 △대통령실 신년 명절선물 등이 모두 대통령과 공무원 직무 관련 사항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공직·정부계약·공천까지…“김건희 둘러싼 청탁 구조 광범위”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김씨의 지위와 청탁의 범위, 수수한 금품의 다양성과 규모를 강조했다. “피고인 김건희는 공무원이 아니란 이유로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지만, 공무원 신분이었다면 수뢰액 1억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 대상”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는 각종 청탁과 이해관계가 집중되기 쉬운 위치이므로 누구보다 엄격히 스스로 절제하고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김건희는 이런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채 자신의 영향력을 알선 대상으로 삼아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공직자, 인사, 정부 기관과의 계약, 여당의 공천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청탁을 품고 피고인 김건희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했다”며 “김건희를 둘러싼 비공식적인 청탁 구조가 특정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땅히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공적 의사결정 과정이 금품과 결부돼 김건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공적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김씨가 범행 뒤 증거를 은폐하려 했고, 재판에서도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며 죄책이 한층 무겁다고도 밝혔다. 뒤늦게 일부 귀금속을 반환하거나 일부 가액을 공탁·송금한 점도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