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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40년까지 AI 반도체 등 370조 엔 투자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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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2040년도까지 정부와 민간이 함께 370조 엔(약 3539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성장전략을 내놨다. 주요국이 재정지출을 앞세운 산업정책을 펴는 가운데, 일본도 국가 주도로 민간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정건전화 전망도 성장률 반등을 전제로 하고 있어, 민간 투자가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나랏빚만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경제재정자문회의와 일본성장전략회의 합동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장전략과 투자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래에 대한 투자 부족의 흐름을 끊겠다"며 이번 전략을 '책임 있는 적극재정'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성장전략은 AI·반도체, 조선, 신약 개발·첨단의료, 콘텐츠 등 17개 전략분야에서 62개 제품·기술을 우선 지원해, 2040년도까지 정부와 민간이 함께 370조 엔 이상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마중물로 국내 민간 설비투자를 2040년도 연간 기준 230조 엔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기존 목표인 200조 엔을 웃도는 규모다.

분야별로는 AI·반도체가 핵심이다. 제품·기술 간 중복을 포함한 AI·반도체 관련 투자액은 약 102조 엔으로, 이 중 반도체에만 68조 엔이 배정됐다. AI 로봇 등 '피지컬 AI'에는 10조5000억 엔, 차세대 무선통신에는 20조5000억 엔을 투입한다. 신약 개발·첨단의료에는 약 64조 엔, 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는 2033년도까지 34조 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투자전략을 내놓은 배경에는 만성적인 국내 투자 부진이 있다. 요미우리는 경제산업성 자료를 인용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은 약 11%, 유로존은 약 9%인 반면 일본은 약 7%에 그친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정권은 정부가 장기 지원을 약속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고 민간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예산 편성 방식도 바꾼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성장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10조 엔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을 상정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반 세출과 별도로 관리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 별도 투자 항목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항목은 여러 해에 걸친 계획에 따라 예산을 확보하고,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액에도 상한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정건전화 목표와 상충

문제는 이같은 성장전략이 일본의 재정건전화 논리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새 빚을 내지 않고 정책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를 재정건전화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왔다. 기초적 재정수지, 즉 프라이머리밸런스(PB) 흑자화가 그 기준이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를 내건 다카이치 정권은 당장의 수지 개선보다 경제 규모에 비해 나랏빚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셈법은 성장률 전망에 기댄다. 닛케이는 내각부 추계를 인용해 성장전략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면 2030년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높아진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같은 추계를 토대로 실질성장률이 2030년도 1.0%, 2035년도 1.7%로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경제가 예상대로 커지면 나랏빚이 늘더라도 GDP 대비 부담은 낮아진다고 정부는 계산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일지는 불투명하다. 닛케이는 과거 15년간 일본의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0.7%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 시기에도 대규모 재정지출과 금융완화가 이어졌지만 정부가 기대한 성장률은 실현되지 않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에 "전망대로 민간투자가 늘지 않으면 이 성장 궤도는 그림의 떡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인력난도 걸림돌이다. 설비투자를 늘려도 이를 가동할 인력이 부족하면 생산 확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한 조선회사 최고경영자가 "도크를 파고 크레인을 설치한다고 해서 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도 관련 기업 사이에서 "자금만 있어도 다 쓰지 못한다. 인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제대로 고를 수 있느냐도 과제다. 요미우리는 과거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실패로 끝난 반도체 메모리 업체 엘피다메모리 사례를 거론하며 정부의 선별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일본이 정부의 재정전망과 정책효과를 중립적으로 검증하는 독립재정기관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이면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나랏빚 부담은 낮추겠다는 다카이치 정권의 성장전략이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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