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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부인 13.8% 시청률 1위, 2026 상반기 판타지물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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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에 오른 남자가 스스로 군주제 폐지를 선언하고, 거대 로펌의 하수인이던 적폐 판사가 10년 전으로 돌아가 거악을 응징한다. 위장 취업한 증권감독관이 1997년 여의도 증권가를 발칵 뒤집고, 조선의 악녀가 무명배우의 몸에 깃들며, 대기업 회장의 영혼이 축구선수 신입사원의 몸으로 들어간다. 2026년 상반기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드라마들의 한 장면이다. 회귀와 빙의, 영혼 바꾸기 같은 판타지 설정과 통쾌한 복수극이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모았다.

올해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드라마들의 시청률을 추려 보면 정상은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차지했다.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아이유와 변우석이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최종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3.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방영 중 순간 최고 시청률은 16%를 넘기기도 했다. 300억원대 제작비와 두 배우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화제성 조사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지켰지만, 연기력과 역사 왜곡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끝까지 따라붙었다. 막판에는 왕이 된 주인공이 국민투표를 거쳐 왕실을 폐지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결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2위는 13.6%를 기록한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이다. 거대 로펌의 노예로 살던 적폐 판사 이한영이 죽음을 맞은 뒤 10년 전으로 회귀해 거악을 단죄하는 정의 구현 판타지다. 지성이 2015년 '킬미, 힐미' 이후 약 10년 만에 MBC로 돌아와 주연을 맡았다. 첫 회 4.3%로 출발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두 자릿수에 안착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17%까지 치솟았다. MBC가 2024년 '수사반장 1958' 이후 1년 8개월 만에 내놓은 두 자릿수 작품이다. 지난해 두 자릿수 드라마를 한 편도 내지 못했던 MBC 드라마국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3위는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13.1%)이다. 박신혜가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해 서른다섯 살 증권감독관이 스무 살 말단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1997년 여의도 증권가를 무대로 여직원만 유니폼을 입고 커피 심부름을 하던 당시 직장 풍경을 녹여낸 오피스 코미디다. 첫 회 3.5%에서 출발해 회를 거듭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고경표와 하윤경 등이 호흡을 맞췄고 16부작으로 3월 8일 막을 내렸다.
tvN '언더커버 미쓰홍'

4위는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11.8%)다.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깃든 무명배우 신서리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로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의 전쟁 같은 로맨틱 코미디로, '더 글로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지연이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했고 허남준이 상대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지난달 8일부터 지난 20일까지 14부작으로 방영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57개국 시청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SBS '멋진 신세계'

5위는 현재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이다. 8회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이 11.0%다. 첫 회 3.7%에서 출발해 매회 기록을 갈아치우며 8회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최성그룹 회장 강용호와 유망 축구선수 황준현이 사고로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승계 전쟁을 그린 작품이다. 손현주와 이준영이 주연을 맡고 이주명·전혜진·진구 등이 가세했다. 웹소설 작가 산경의 동명 원작이 바탕이며, 같은 작가의 '재벌집 막내아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장치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제작은 중앙그룹 계열 콘텐츠 제작사 SLL 등이 맡았다.
JTBC '신입사원 강회장'

6위는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10.0%), 7위는 tvN 토일드라마 '은밀한 감사'(9.7%), 8위는 ENA '허수아비'(8.1%), 9위는 티빙·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7.9%), 10위는 KBS2 '은애하는 도적님아'(7.7%)다.

순위를 보면 올해 안방극장의 흐름이 드러난다. 우선 회귀와 빙의, 영혼 교체 같은 판타지 장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위 5편 가운데 '판사 이한영'(회귀), '멋진 신세계'(빙의), '신입사원 강회장'(영혼 교체), '21세기 대군부인'(가상 입헌군주제)까지 네 편이 현실에 없는 설정을 깔고 출발했다. 주인공이 신분을 숨기거나 시간을 되돌려 악을 응징하는 '사이다' 서사도 강세였다.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검증된 원작 지식재산(IP)을 끌어와 초반 화제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자리 잡은 셈이다.

채널 구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두 자릿수 시청률 작품을 한 편도 내지 못했던 MBC가 '판사 이한영'과 '21세기 대군부인'으로 1·2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tvN과 SBS, ENA, KBS2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JTBC와 OTT 티빙까지 상위 10편에 고르게 이름을 올리면서 지상파·종편·케이블·OTT가 뒤섞인 경쟁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 '멋진 신세계'처럼 넷플릭스로 동시 공개돼 해외 흥행과 국내 시청률을 함께 노리는 작품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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