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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5 박스오피스 1위, 누적 관객 15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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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5’는 주인공 ‘보니’의 방에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로 인해 전대미문의 위기를 마주하게 된 제시, 우디, 버즈 등 기존 장난감들이 다시 한번 똘똘 뭉쳐 예측 불가능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작의 감동을 잇는 동시에 사회적 화두를 던지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디즈니·픽사의 '토이 스토리' 시리즈 속 장난감들의 역사에서 평탄하고 안락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사랑을 온몸에 받으며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은 언제나 찰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편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장난감들 사이의 시기와 질투, 주인의 사랑을 독점하려는 경쟁은 시리즈가 거듭되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차 애틋한 연대감으로 변화했다. 아이들의 성장은 필연적이었고 주인인 앤디가 자라남에 따라 장난감들은 다 함께 어두컴컴한 창고 신세나 다락방 박스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였던 탓이다.
시간이 흘러 2010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 3'에 이르러 마침내 대학생으로 훌쩍 성장한 앤디는 오랜 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장난감들을 옆집의 어린 소녀 ‘보니’에게 전량 물려주며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2019년 '토이 스토리 4'에서는 평생의 주인들을 위해 헌신해 온 우디가 보니의 새로운 ‘최애’이자 든든한 카우걸 장난감인 ‘제시’에게 방 안의 대장 자리를 상징하는 보안관 배지를 아낌없이 넘겨줬다. 이후 우디는 주인의 품을 떠나 자유로운 장난감으로서 더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났다. 수많은 관객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것이 장난감들의 완벽한 마지막 여정일 것이라 믿었지만, 끝인 줄 알았던 그들의 위대한 여정은 지난 17일 개봉한 '토이 스토리 5'를 통해 다시금 극장가에 펼쳐지게 됐다.
이번 다섯 번째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장난감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여덟 살 보니의 방을 씩씩하게 이끌고 있는 카우걸 ‘제시’다. 제시와 장난감 친구들이 평소처럼 방 안에서 신나게 놀이를 즐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이들의 장난감 생애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고 최악인 위기가 소리 없이 찾아온다. 반짝이는 화면이 달린 귀여운 개구리 모양의 스마트 태블릿 전자기기 ‘릴리패드’가 보니의 방에 새롭게 입성하면서부터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맥케나 해리스 감독은 지난 8일 개최된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의 기획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해리스 감독은 “오늘날의 아이들은 이제 아날로그적인 장난감보다는 아이패드를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전자기기의 디지털 화면을 들여다보는 데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진단하며 “극 중 보니 역시 스마트 태블릿인 릴리패드를 선물 받자마자 기존에 장난감들과 행복하게 놀이하던 물리적인 시간을 완전히 빼앗기게 된다. 이로 인해 제시와 친구들은 그동안 시리즈를 거치며 만났던 그 어떤 빌런이나 난관보다도 거대하고 파괴적인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맥케나 해리스 감독은 과거 픽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와 '월-E'의 거장 앤드류 스탠튼 감독과 함께 이번 '토이 스토리 5'의 공동 연출을 맡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영화 '토이 스토리 5'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하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아이들의 현실적인 모습과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를 어떻게 올바르게 키워야 할지 매일같이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는 현대 어른들의 복잡한 심경을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투영해 냈다.

디지털 기기에 중독돼 가는 보니를 바라보며 카우걸 제시는 절규하듯 외친다. “아이들은 직접 몸을 움직이며 놀아야 해!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진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이런 제시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는 도도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화면을 깜빡이며 스스로 제 몸의 알고리즘을 조작한다. 하이디, 첼시, 카라 등 실제 보니가 아는 여자아이들의 이름 옆에 생성된 가상 세계의 ‘+(플러스) 친구 추가’ 버튼을 가볍게 누른 릴리패드는 당당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장난감들을 향해 말한다. “자, 봐봐. 이제 순식간에 진짜 친구들이 생겼네!” 오직 몸으로 부딪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놀이만을 평생의 가치로 알고 살아온 구세대 장난감들에게, 가상 공간 속에서 버튼 하나로 인간관계를 정의해 버리는 디지털 기기 릴리패드의 차가운 언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어렵기만 한 신세계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전 세계 관객들의 깊은 사랑과 정이 든 기존의 장난감 캐릭터들을 단숨에 찬밥 신세로 밀려나게 만드는 존재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극 초반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를 단순한 악역 혹은 빌런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다정다감하지만 아직 소심하고 겁이 많은 여덟 살 아이 보니는 릴리패드를 통해 너무 이른 나이에 가상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평판에 비정상적으로 눈치를 보고 집착하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너무 어린 나이에 무분별하게 온라인 디지털 세계에 노출되는 것이 아이의 정서와 가치관 형성에 미치는 심각한 해악과 부작용을 아주 날카롭고 명확하게 짚어낸다.
그러나 픽사의 스토리텔링답게, 영화는 디지털 전자기기를 단순하고 평면적인 ‘절대 악’으로만 묘사하지 않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내가 보니의 곁에 있어야만 보니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소외되지 않고 친해질 수 있다”라거나 “나 역시 화면 너머로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며 진심으로 보니의 행복을 위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릴리패드의 항변에도 엄연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치와 일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클래식 장난감들에게서도 시대에 따른 흥미로운 기술의 발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대적으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돼 등장한 ‘버즈 라이트이어 군단’은 이제 서로의 내장 와이파이(Wi-Fi)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무선 통신을 주고받으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스마티 팬츠 일행과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는 자유자재로 인터넷 소셜 미디어(SNS)에 게시글을 업로드하고 실시간 GPS 위치 추적 기술을 활용할 줄 안다.

그럼에도 '토이 스토리 5'는 여전히 눈물겹게 재미있고 때때로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 중간마다 보니가 전자기기 화면을 끄고 순수한 장난감들을 손에 쥔 채 방 안에서 자신만의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는 놀이 장면은 마치 파스텔 분필을 사용해 도화지에 꾹꾹 눌러 그린 듯 투박하고 아날로그적인 질감으로 화면에 구현된다.
한편, ‘토이 스토리 5’의 강력한 독주 속에서도 한국 영화들과 웰메이드 장르 영화들의 끈질긴 장기 흥행세 역시 극장가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박스오피스 2위 자리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자랑하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군체’가 차지했다. ‘군체’는 지난 18일 하루 동안 2만 9223명의 관객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아쉽게 선두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533만 8846명을 확보하며 메가 히트작으로서의 장기 흥행 질주를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