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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 끝나자…석화업계, 고도화·구조개편 ‘신발끈 다시 맨다’
에너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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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남구에 위치한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교환을 앞두고 있지만 석유화학 기업들이 전쟁 전 불황으로 돌아갈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생산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소재 비중 확대 등 석화 산업구조 개편을 전쟁 기간만큼이라도 미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 전으로 돌아가면 범용 소재 중심으로 공급 과잉과 스프레드(판매 가격과 원가 간 차이) 축소가 나타나 석화사들의 영업실적에 부담 요인이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악재를 피하기 위해 석화업계의 사업 구조 고부가화 전략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과 석화업계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나프타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16일 싱가포르 석유시장(MOPS)에서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70.24달러로 전쟁 직전인 2월의 평균 가격 65.70달러에 접근했다.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3월 중순부터 100달러선을 넘기고 한때 140달러선에 가까워질 정도로 높은 가격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22일 100달러선 아래로 내려온 이후 전날까지 하락세가 유지됐다.

최근 양국이 종전 합의에 이르고 19일 MOU 문서를 주고받기로 하면서 원유와 석화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 국가들이 원유 생산 뿐만 아니라 정유 사업도 확대하면서 국내 석화사들은 중동산 나프타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보다 가격이 낮은 것을 찾아 종종 구매해 왔다. 이에 국내 석화사들이 전체 나프타 가운데 약 45%를 수입산에 의존해왔고, 이 중 대부분이 중동에서 왔다. 전쟁 후에는 미국산이나 알제리산 등 비중동산 비중이 더 커졌고, 구매 가격도 더 높았을 정도로 나프타 수급 구조가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석화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 한숨 돌리면서도 마냥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나프타 가격 하락이 수급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신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전쟁 기간에는 나프타 공급 차질이 석화기업들의 생산을 조금이나마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종전 분위기에서 석화기업들의 생산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면 시장 공급 과잉이 재현될 우려가 커진다.

이란 역내 상황 안정이 중국 석화산업에 유리해지는 점도 변수다. 중국이 원유를 저렴하게 조달하는 창구 가운데는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도 중국의 주요 원유 수급처 중 하나다. 이번 종전협상으로 금융 제재 해제가 가시화된다면 중국의 석화산업에 반사이익이 갈 것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에틸렌 가격은 톤당 870만달러로 전쟁 전인 1월과 2월 평균 675달러와 663.7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다만 종전 가시화로 향후 가격이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게다가 전쟁 중 비싸게 주고 산 나프타로 석화제품을 생산한 뒤 종전으로 낮아진 가격으로 판매하는 구조 때문에 실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고 효과와 래깅(원료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의 차이로 나타나는 손익)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는 수순도 우려된다. 지난 1분기 주요 석화사들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원료 제조 재고가 재평가되면서 재고이익이 발생했고, 석화소재 가격이 폭등한 만큼 래깅 효과가 실적에 크게 반영됐다.

2분기까지는 전쟁에 따른 재고 효과와 래깅 효과가 이어지더라도 오는 하반기 유가와 석화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 효과가 나타나며 영업실적 적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이 회복된다는 긍정 요인이 있지만, 전쟁 이전 시황으로 돌아가 중국발(發) 석화 공급 과잉과 스프레드 축소, 판매 가격 하락 같은 부담 요인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종전 후 재건 같은 수요 확대 요인이 커져 시장에서 공급 대비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될지가 석화사들이 하반기 체력을 확보할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석화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학계, 업계와 함께 석화산업 구조 재편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화학산업포럼을 출범하기도 했다. △공급망 안정화 △생태계 고도화 △지역 경제·고용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논의하고, 논의 내용을 토대로 올해 10월 발표를 목표로 \'화학산업 생태계 종합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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