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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냐 선방, 카보베르데 스페인 상대 무실점 무승부
아주경제
카보베르데(FIFA 랭킹 64위)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스페인(랭킹 3위)에 슈팅 27개를 허용하고도 실점 없이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인구 52만여 명의 작은 나라 카보베르데는 사상 처음 밟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새 역사를 썼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15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인 카보베르데는 1986년 FIFA 가맹국이 된 이후 2002년 한일 대회부터 월드컵 예선에 참가했다. 마침내 이번 2026 북중미 대회를 통해 역사적인 본선 진출과 첫 승점 획득의 기쁨을 안았다.
이날 무승부의 일등 공신은 단연 보지냐였다. 그는 스페인이 페널티 박스 안팎에서 시도한 결정적인 유효 슈팅 7개를 모두 막아냈다. 날카로운 크로스는 안정적인 공중볼 처리 능력으로 무력화했다. 보지냐가 몸을 날려 공을 막아낼 때마다 벤치와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보지냐는 이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한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보지냐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ESPN에 따르면 그는 25세 늦은 나이에 앙골라 클럽 프로그레수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이후 몰도바,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무대를 거쳐 현재는 포르투갈 2부 리그 샤베스에서 뛰고 있다. 카보베르데 국가대표팀에는 2012년 처음 합류했다.
한때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월드컵이라는 꿈을 바라보며 버텼다. 보지냐는 "나는 이 순간, 이 꿈을 위해 평생을 일했다"며 "과거의 많은 세대가 이날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조지냐의 본명은 조시마르 조제 에보라 디아스다. 포르투갈어로 '작은할머니'를 뜻하는 별명인 '보지냐'는 어린 시절 축구를 함께 하던 형들이 붙여줬다. 몸싸움에서 밀리면 "할머니에게 이를 거야"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 소속팀에 본명이 같은 선수가 생기자 이 별명을 아예 선수 등록명으로 굳히게 됐다.
40년을 기다린 월드컵 데뷔전 단 한 경기로 보지냐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경기 전 약 5만명 수준이던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하루 만에 1000만명을 넘으면서 카보베르데 축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