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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밴 마늘, 생선 냄새 없애는 주방 재료 활용법
위키트리
이 방법은 마늘 냄새의 성질과 관련이 있다. 마늘을 자르거나 으깨면 알리신 성분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황 화합물로 바뀐다. 이 황 화합물은 피부 표면의 유분과 단백질에 잘 달라붙어 비누만으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스테인리스의 주성분인 철과 크롬이 물과 만나면서 미세한 금속 이온 반응을 일으킨다. 황 화합물은 피부 단백질보다 금속 이온 쪽에 붙으려는 성질이 강하다. 흐르는 물을 매개로 손에 붙어 있던 냄새 성분이 스테인리스 표면으로 옮겨가고, 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는 구조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금속 비누도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다만 쌀뜨물은 오래 두고 쓰면 안 된다. 쌀뜨물에는 녹말과 단백질 등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운 성분이 들어 있다. 상온에 한 시간 이상 둔 쌀뜨물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세균이 늘거나 변질될 수 있다. 반드시 요리 직전에 새로 받아낸 쌀뜨물만 사용하는 편이 좋다. 세척 후에는 손에 남은 전분 찌꺼기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거나 잔여물로 남지 않도록 흐르는 물로 손가락과 손톱 틈까지 충분히 헹궈야 한다. 조리 중 칼에 베였거나 손톱 주변에 상처가 있다면 쌀뜨물 속 미세한 쌀가루가 상처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낫다.
생선을 만진 뒤 남는 비린내는 오래 간다. 생선 안에 있던 트리메틸아민 옥사이드가 생선이 죽은 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 트리메틸아민이라는 휘발성 물질로 변한다. 이 물질은 약한 알칼리성을 띠며 특유의 비린내를 낸다. 주방에 있는 양조식초나 사과식초는 이 알칼리성 냄새를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산성과 알칼리성이 만나면 서로의 성질이 중화된다. 알칼리성인 트리메틸아민에 식초의 아세트산 성분이 닿으면 두 물질이 결합해 염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냄새 분자는 휘발성을 잃고 공기 중으로 퍼지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손바닥에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뒤 양손을 비벼 손가락 전체에 얇게 묻히고, 10초 정도 지나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된다. 식초의 시큼한 향이 걱정될 수 있지만 아세트산은 휘발성이 높아 물로 헹군 뒤 손이 마르는 과정에서 대부분 날아간다. 손 전체에 많은 양을 붓기보다 냄새가 강한 손가락 끝과 손바닥 위주로 얇게 묻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집이라면 원두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 찌꺼기도 손 냄새 제거에 활용할 수 있다. 원두는 볶는 과정에서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많이 생긴다. 이 다공성 구조는 숯이나 활성탄처럼 가스 분자와 휘발성 악취 성분을 내부 구멍에 붙잡는 물리적 흡착력을 가진다.
수분이 남아 있는 커피 찌꺼기를 한 스푼 정도 손에 쥐고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문지르면 된다. 손 주름 사이에 남은 마늘의 황 성분과 생선 기름 성분이 커피 입자 표면과 내부 구멍 쪽으로 이동한다. 문지른 뒤에는 커피 향이 약하게 남아 손 냄새를 덜 느끼게 한다. 녹차나 홍차를 우린 뒤 남은 티백도 비슷하게 쓸 수 있다. 차 잎에 들어 있는 탄닌 성분은 단백질 분자와 여러 유기 화합물에 잘 결합해 침전물을 만드는 성질이 있다. 생선 비린내의 원인 물질이나 마늘의 유기 화합물이 탄닌과 만나면 구조가 바뀌면서 냄새가 약해질 수 있다. 사용한 티백을 손바닥으로 눌러 짜듯이 쥐고 손가락 사이를 문지르면 잔여 냄새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손에 밴 냄새를 지우는 방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처음 씻을 때의 물 온도다. 요리가 끝난 뒤 기름기를 빨리 없애려고 따뜻한 물이나 미지근한 물부터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늘이나 생선 냄새가 남은 손에는 찬물 세척이 먼저다. 처음부터 뜨거운 물을 쓰면 냄새 성분이 손 표면에서 떨어지기보다 피부 안쪽으로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피부는 온도가 높은 물이 닿으면 모공이 일시적으로 열린다. 이때 손 표면에 남아 있던 마늘의 휘발성 알리신 유도체나 생선의 휘발성 아민 분자가 피부 조직 쪽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모공 깊숙이 들어간 냄새 분자는 겉을 여러 번 씻어도 오래 남는다. 생선 비린내와 관련된 단백질 화합물은 열을 받으면 미세하게 응고돼 피부 각질 틈에 붙기도 한다. 생선이나 마늘을 만진 직후에는 흐르는 찬물로 여러 번 먼저 헹구는 것이 냄새가 깊게 배는 것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찬물은 모공을 수축시키고 휘발성 성분을 손 표면에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다만 기름을 많이 바르면 칼이나 조리 도구를 잡을 때 손이 미끄러져 다칠 수 있다. 반 방울 미만의 극소량만 쓰고, 손이 미끄럽지 않은지 확인한 뒤 조리해야 한다. 손 냄새를 줄이는 요령은 특별한 재료보다 주방에 이미 있는 도구와 재료를 알맞게 쓰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