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읽음
현대차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노동위 사용자성 인정
EV라운지
0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청 생산직과 구내식당 근무자, 영업사원 등의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진짜 사장’이라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첫 사용자성 인정이다. 이번 판정으로 철강, 조선, 건설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에서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공고 시정 신청’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675명이 모인 하청 노조와 산업안전 등의 의제를 놓고 ‘진짜 사장’으로 교섭에 나서게 됐다.

앞서 3월 생산직 근로자와 구내식당 근무자, 경비, 환경미화, 대리점 영업사원 등 금속노조 산하 10개 지회의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가 교섭에 응하지 않자 이들은 공동으로 시정 신청을 제기했으며, 울산지방노동위는 앞서 두 차례 심문회의를 열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의 직군과 고용 구조 등이 제각각이고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장시간 심의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속노조는 이들이 현대차 사업장과 판매망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대차가 임금 등 근로 조건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차는 직접 고용 관계가 없고 임금, 인사 등 핵심 근로 조건은 각 협력업체가 결정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현대차는 산업안전 등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차 주장에도 지방노동위는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판정 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에 불복하고 사내 하청, 식당, 청소, 보안 등 간접고용 노동자와의 교섭을 또다시 거부한다면 그 끝에는 감당하지 못할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그룹사 역시 원청 교섭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며 현대 그룹사의 교섭도 촉구했다.

이번 지방노동위의 판결에 따라 앞으로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로 유사한 직군의 노동자로 구성된 하청 노조가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왔지만 서로 다른 직군이 모이더라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다 올해 임금 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파업권을 확보하는 첫 단계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현대차는 원·하청 노조 모두와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편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급식, 통근버스 운행 등을 맡은 도급업체 ‘웰리브’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낸 심판에서도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초심에서 판단을 유보했던 한화오션의 사용자성까지 인정했다. 중노위는 조리실, 세탁실, 통근버스 등의 시설·설비 개선은 한화오션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봤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