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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 국제협약 채택
투데이신문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ILO는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국제노동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06표, 반대 8표, 기권 36표였다. 이 협약은 ILO 제193호 협약으로 분류된다.
이번 협약은 플랫폼 경제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첫 국제노동협약이다. ILO는 2019년 ‘일의 미래를 위한 100주년 선언’ 이후 노동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규범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후 2022년 전문가회의, 2023년 규범적 격차 분석, 2024년 각국 법제도 분석과 설문조사를 거쳐 지난해 제113차 총회와 올해 제114차 총회에서 2년에 걸친 기준설정 논의를 진행했다.
협약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를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디지털 노무제공 플랫폼이 조직하거나 촉진하는 서비스를 위해 ‘보수 또는 대가를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뿐 아니라 자영인이나 노무제공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자도 협약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공식경제와 비공식경제 여부도 적용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고용상 지위 판단에서는 ‘사실 우선 원칙’이 명문화됐다. 협약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가 고용관계에 있는지 판단할 때 계약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노무제공과 보수에 관한 사실을 주로 살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를 형식상 자영업자나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더라도 실제 일하는 방식에 따라 노동법적 보호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수와 비용 보상에 관한 기준도 마련됐다. 협약은 플랫폼 노동자가 받아야 할 보수 또는 대가가 적시에, 적법한 공제를 제외하고 전액 지급되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고용관계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미달을 금지하고 노무제공에 따른 지출과 비용 보상을 보장하도록 했다. 회원국은 이러한 조치를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알고리즘 관리에 대한 권리도 협약의 핵심 내용으로 포함됐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이나 유사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노동을 모니터링·평가하거나 노동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경우 해당 시스템의 사용 여부와 노동조건 또는 일할 기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노동자와 노동자 대표에게 알려야 한다. 자동화 시스템이 노동조건이나 일할 기회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경우 노동자는 서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기준도 담겼다. 회원국은 플랫폼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적법한 목적에 따라 처리되도록 하고, 협약상 권리와 보호에 반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차별적이거나 위법한 사유로 플랫폼 노동자의 계정을 정지·비활성화하거나 고용 또는 노무제공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협약이 압도적 찬성으로 최종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총회에서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강조하고 한국 노동자를 대표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협약 취지를 존중해 ILO 제193호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제 입법 등 국내법을 국제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이번 협약이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다수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해고 제한, 임금 지급 원칙, 산업안전보건, 단체교섭 등 기본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부결된 점은 이번 협약과 대비된다. 최임위 부결 다음 날인 지난 12일 ILO 총회에서 한국 정부는 고용관계에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법령 또는 협약상 최저임금이 있는 경우 그에 미달하지 않는 보수 지급을 보장하고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협약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사각지대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현장에서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며 ILO 제193호 협약의 취지에 맞춰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보호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쟁점은 한국 정부의 협약 비준 여부와 국내 법·제도 정비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 노동법 밖에 두는 방식으로는 디지털 경제 확산에 대응할 수 없다며 협약 비준과 함께 노동자성 판단 기준, 보수 보호, 알고리즘 관리, 계정 정지에 대한 구제 절차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