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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껍질의 재발견, 요리법과 영양 성분 활용법
위키트리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건 무침이다. 흰 부분을 얇게 채 썬 뒤 소금에 10~15분 정도 절여 물기를 빼고, 고춧가루·다진 마늘·참기름·식초를 넣어 버무리면 된다. 오이무침과 조리법이 거의 같지만 식감은 조금 다르다. 오이보다 부드럽고 덜 풋내가 나며, 씹을 때 수분이 더 많이 느껴진다.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매실청을 조금 넣으면 단맛이 살아나면서 밥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깨를 뿌리거나 들기름을 써도 잘 어울린다.
냉국에 넣어도 좋다. 보통 오이냉국에 쓰는 오이 대신 수박 껍질을 채 썰어 넣으면 된다. 찬물에 식초·소금·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껍질을 담그면 특유의 청량감이 더해져 여름철 입맛을 살리는 데 제격이다. 오이냉국보다 향이 덜하고 맛이 순해서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치나 장아찌로 담그는 방법도 있다. 껍질 김치는 깍두기 담그듯 깍뚝 썰기로 잘라 양념에 버무리면 된다. 바로 먹는 겉절이 스타일로 만들면 아삭함이 살아 있고, 하루 이틀 숙성시키면 새콤한 맛이 생긴다. 장아찌는 간장·식초·설탕을 끓여 식힌 뒤 껍질에 부어두면 사흘 안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밑반찬이 완성된다. 마늘이나 청양고추를 함께 넣으면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해외에서는 수박 껍질을 식재료로 활용한 역사가 꽤 길다. 미국 남부에서는 수박 껍질 피클이 오래된 전통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흰 속껍질을 식초·설탕·소금·정향·시나몬 등 향신료와 함께 끓여 병에 담는 방식으로, 새콤달콤하면서 향신료 향이 은은하게 배는 것이 특징이다. 바비큐나 햄버거 곁들임 음식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인도에서는 수박 껍질 커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껍질을 큼직하게 잘라 향신료와 함께 볶아내는 방식으로, 감자나 호박 대신 쓰는 개념이다. 중국에서는 수박 껍질을 볶음 요리에 활용하는데, 마늘과 기름에 빠르게 볶아내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반찬이 된다.
영양 면에서도 버릴 이유가 없다. 수박 껍질 흰 부분에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시트룰린이라는 아미노산도 들어 있다. 시트룰린은 빨간 과육보다 오히려 흰 속껍질에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트룰린은 체내에서 아르기닌으로 전환돼 혈관 확장과 혈류 개선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운동 후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칼로리는 낮고 수분 함량은 높아 다이어트 식단에 넣기에도 무리가 없다.
수박 껍질이 새삼 주목받는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맞물려 있다. 가장 큰 흐름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식문화의 확산이다. 음식 쓰레기를 줄이자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버려지던 식재료를 새롭게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수박 껍질은 그 흐름 위에서 재발견된 식재료 중 하나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500만 톤에 달한다. 이 중 과일·채소 껍질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수박은 무게 대비 먹지 않고 버리는 부분의 비율이 높은 과일 중 하나다. 전체 무게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껍질과 속껍질이 대부분 버려지는 셈이다. 이를 식재료로 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한 끼 반찬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요리 콘텐츠 시장에서도 이 흐름이 감지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수박 껍질 요리', '식재료 제로 웨이스트 레시피' 같은 콘텐츠가 꾸준히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특히 여름철 수박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관련 레시피 검색량이 급증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버리던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약간의 놀라움이 콘텐츠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박 껍질을 요리에 쓸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수박 껍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바깥쪽 진한 초록색 겉껍질, 그 안쪽 연한 초록색 부분, 그리고 흰 속껍질이다. 요리에 활용하는 건 흰 속껍질이다. 겉껍질은 질기고 소화가 어려우며 농약이 잔류할 가능성이 있어 제거하는 것이 좋다. 흰 부분만 남도록 겉껍질을 충분히 도려내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다.

무침이나 냉국처럼 생으로 먹는 요리에는 채 썰기나 얇게 나박 썰기가 적합하다. 볶음이나 커리처럼 가열하는 요리에는 좀 더 두껍게 썰어야 익으면서 식감이 살아난다. 절임이나 장아찌로 만들 때는 큼직하게 잘라야 씹는 맛이 제대로 난다.
수박 껍질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소금 절이기다. 껍질에는 수분이 많아 그냥 양념에 버무리면 금세 물이 생겨 맛이 희석된다. 소금에 절여 미리 수분을 빼주는 작업이 맛을 좌우한다. 소금을 너무 많이 쓰면 짠맛이 강해지므로 껍질 무게 대비 1~2% 정도의 소금을 쓰는 것이 적당하다. 절이는 시간은 보통 10~20분이면 충분하다. 절인 후에는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궈 짠맛을 조절하고,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야 양념이 잘 배고 무침 맛이 살아난다.
수박 껍질은 여름 제철 식재료들과 잘 어울린다. 오이, 부추, 풋고추 등 여름 채소와 함께 무치면 식감과 맛의 층위가 다양해진다. 특히 부추와 함께 무치면 부추의 알싸한 향이 수박 껍질의 밍밍함을 보완해준다. 냉국에 넣을 때는 청양고추나 홍고추를 조금 썰어 넣으면 칼칼함이 더해져 더위 먹은 날 속을 달래는 데 좋다.
들깨가루를 넣어 만드는 들깨 무침도 시도해볼 만하다. 고춧가루 대신 들깨가루와 참기름, 국간장으로만 버무리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고소한 맛의 무침이 완성된다. 어린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는 레시피다.
냉채 스타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절인 수박 껍질에 잘게 썬 당근, 오이, 깨를 넣고 참기름과 식초로 간을 맞추면 중화풍 냉채와 비슷한 느낌의 요리가 된다. 냉장고에 잠시 넣어뒀다가 차갑게 먹으면 한여름 밑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수박 껍질은 멀리 있는 식재료가 아니다. 여름마다 수박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생기는 것을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버려왔을 뿐이다. 손질이 어렵지 않고,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도 않다. 냉장고에 있는 양념만으로도 충분히 한 가지 반찬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올여름 수박을 먹고 나서 껍질을 버리기 전에 흰 속껍질만 잘라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