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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서울시장 득표율 1.04% 낙선, 진보정치 성찰 과제
미디어오늘
선거운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더 있다. 공직선거법에선 5명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이거나 직전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에 대해서만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우선해 부여한다. 기득권 중심의 공직선거법에 의해 정의당은 각 지역마다 후보자 기호가 달랐다. 서울시장 후보이자 정의당 대표인 권 후보는 한차례 열린 TV토론에서 자신의 기호를 내걸지 못했다. 권 후보를 제외한 50명의 각 지역 후보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정의당의 기호가 통일되지 못한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진보정당 내에선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지 오래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여러 장벽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악조건을 탓하고 있기엔 시간이 많이 흘렀다. 2024년 총선 당시 녹색정의당이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고,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란 이름으로 녹색당·노동당, 시민사회와 연대했음에도 채 1%를 얻지 못했다. ‘신호등연대’의 틀을 이번 선거에도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내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다고 보진 않는다. 선거 당일인 3일 오후 7시, 미디어오늘과 한겨레21은 서울 구로구 정의당사에서 권영국 후보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내란 이후 대선을 치렀는데 이후 ‘정권을 견제하자’는 주장과 ‘정권을 안정화해 뒷받침하자’는 두 주장이 붙었다. 이 구도가 지방선거로 이어졌고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발휘된 선거였다. 여기서 진보정치가 자기 색깔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수단에 제약을 받았다. 정책 비교도 양당의 미세한 차이를 부각시키려 했지 제3정당 정책의 의미에 대해 지면이나 방송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선거였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대선과 어떻게 달랐나?
“대선 선거구도는 단순했다. 정당별로 후보가 1명씩 등장해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을 펼쳐 연대나 연합의 효과가 크게 발휘될 수 있다. 지방선거는 전국에 흩어져있어 어느 한 곳에 연대·연합이 집중될 수 없고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 언론보도는 양강 구도로 흘러갔다. 대선 때는 TV토론을 세번하면서 후보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관계없이 내용을 가지고 호감도를 표시하거나 검증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TV토론도 한번이고 언론이 후보를 다루는 방식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곳만 보도하는 방식이라 제3후보에 대한 관심도는 현격히 떨어졌다. (시민들과) 개별적으로 얘기해보면 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말하지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양당 후보 외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JTBC 예측조사에서 1.9% 득표를 예상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냉담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는데, 그 이유는?
“내가 몇% 받을까 생각을 해봤다. 1%쯤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호응하는 정도가 있는데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사람은 날 뽑지만 단순히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갈등한다. 어제(2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퇴근하는 분들에게 인사하고 있는데 한 여성분이 와서 나한테 ‘계속 갈등하고 있었는데 후보님을 만나니 찍어야 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해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적극적으로 찾아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는 분들은 100명 중에 한두명이었다. 웃거나 호감을 표하는 분들은 100명 중 10명 정도였는데 그분들은 오세훈과 정원오 후보 사이에서 걱정했을 거다. ‘오세훈 후보가 돼선 안 되는데’ 하는 게 그대로 느껴진다.”

“제도적인 한계가 있었다. 대선 때는 민주노동당이란 하나의 정당으로 치렀는데 왜 지금은 안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녹색당은 이번에 광역 후보를 내지 않으면 등록이 말소되는 조건이었고 노동당도 자기 존립을 지키고자 해서 선거 연합 방식을 택했다. 대선보다는 결합이 느슨할 수밖에 없었다. ‘신호등연대’로 세 당이 겹치진 않았지만 각 후보가 따로 있으니 혼란을 줬다. 앞으로 진보정치가 시민들에게 희망 내지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연대의 방식으로 과연 일정한 지지를 확고하게 만들고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인지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겠다.”
-이번 선거를 돌아봤을 때 아쉬운 점은?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2028년 총선까지의 전망을 가지고 (신호등연대의) 결합을 긴밀하게 하자고 협의했다. 애초의 목표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던 게 아쉽다. 더 긴밀하게 협력을 갖춰냈더라면 훨씬 내부 활력이 살아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
-오늘(3일) 유독 ‘죄송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 이유는?
“양당 구도에서 가능성을 만들어낼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신호등연대에서 가장 큰 규모인 정의당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연대를 튼튼하게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다. 여러 공약을 대중적으로 파고들어가도록 과연 차별성있게 드러냈는가, 정책을 시민들에게 많이 전파했는가. 부족했다.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후보가 가장 주목을 받는데 그 후보로서 저조한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거를 치르면서 득표로 설명되지 않지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서민들의 삶을 훨씬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였다. 시장을 많이 찾았는데 우리는 카메라가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방송 멘트를 따는 게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나눴다. 상인들이 대체로 주변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재래시장이 추락해 몇 년 사이 생계가 많이 어려워진 얘기를 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개발 중심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놨는데 정말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과연 제대로 들여다보고 살피고 있는지 의문을 갖는 시간이었다. TV에서는 후보들이 시장가서 먹방을 찍지만 실제 ‘권 후보 외에는 이런 작은 시장을 찾아온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서민들) 삶의 문제를 자기 문제화하고 일상적으로 그 문제를 같이 공감해왔는가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한다. 탁상에서만 얘기하려는 관성은 없는가, 반성하게 된다. 선거 때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일상적인 공감대와 신뢰를 쌓지 못하면 공약이 좋다고 해서 표가 오지 않는다. 진보정치가 민주당에 의탁하지 않는 정당운동을 하기 위해선 이것을 연대해주는 광범위한 풀이 필요한데, 시민사회도 민주당과 연대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진보정당이 작아지면서 효능감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당장 민주당의 효능감이 크겠지만 민주당의 한계도 명확하다. 길게 봤을 때 정치가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을 어떻게 엄호하고 같이 성장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해줘야 한다. 기존의 문법으로 새로운 출발이 가능한가, 라고 물으면 ‘안 된다’는 정도를 넘어 똑같은 결과를 반복하게 될 거라고 본다. 정말 새로운 시도를 위해 열어놓고 얘기하며 진보정치를 세워가야 한다.”
-녹색당·노동당과 합당 문제도 고려하고 있나?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지배세력, 주류세력이 된 구도에서 진보정치가 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과거 방식의 물리적 통합만으로 설득할 수 없다. 중도보수, 성장과 실용의 민주당과 대별되는 ‘평등을 지향하고 불평등에 맞설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가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호등연대도 어떻게 함께 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