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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인간관계 축소, 피로와 경제적 부담 줄이기
위키트리한국리서치가 2025년 발표한 인간관계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친밀한 지인 수는 2022년 6.4명에서 2025년 4.1명으로 3년 새 2.3명 줄었다.
숫자만 보면 단절처럼 보이지만 5060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이들이 연락을 끊고 모임을 거르는 건 차가워져서가 아니다. 오래 살아본 끝에 무엇이 자신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지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한국리서치 2025 인간관계인식조사에서 인간관계 스트레스 원인 1위는 '대화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54%)', 2위는 '갈등 상황이 반복되는 피로감(47%)'이었다. 만남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관계라면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5060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경조사나 명절 자리는 특히 심하다. 즐거움보다 의무감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돌아와서 한숨부터 나오는 자리가 반복되면 사람은 결국 '덜 지치는 관계'쪽으로 무게를 옮기게 된다.
심리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정서적 선택성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남은 시간이 짧다고 느낄수록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선택적으로 유지하려 한다는 이론이다.
수전 핀커는 저서 '빌리지 이펙트'에서 "인간의 뇌는 나이 들수록 에너지 소모가 큰 관계를 회피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이는 생존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줄인 것이 아니라 걸러낸 것이다.

한 번 봉투에 10만 원, 연간 경조사가 서너 건만 겹쳐도 30만~40만 원이 순식간에 나간다. 고정 수입이 줄어드는 은퇴 전후 시기와 맞물린 5060에게 이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그 관계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지게 되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다. 경조사비는 내고, 모임에 나가고 연락은 주고받지만 정작 힘들 때 아무도 없는 관계. 5060이 가장 먼저 정리하는 건 바로 이런 관계들이다.
에릭 바커는 저서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바꾸는가'에서 "관계의 질은 빈도가 아니라 진정성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자주 만난다고 가까운 게 아니라는 말이다. 5060이 모임 횟수를 줄이는 것은 관계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 없는 만남을 솎아내는 행위에 가깝다.
젊을 때는 체면 때문에 참고 다녔다. 가기 싫어도 가고, 말하기 싫어도 웃으며 앉아 있었다. 그게 사회생활이고 의리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5060이 되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평균 기대수명이 83.5세인 시대에 법정 정년은 60세다. 은퇴 이후 남은 시간이 평균 23.5년에 달하는 셈인데, 그 시간을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서 억지로 웃으며 보내기엔 아깝다는 감각이 생겨난다.

세스 고딘은 저서 '더 프랙티스'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계속 선택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린다"고 썼다. 불편한 관계를 끊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 나로 살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인간관계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경조사 문화 전체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현재 50대 인구는 약 833만 명, 60대는 약 719만 명으로 합산 1552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약 31%에 해당하는 거대한 집단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변화는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저서 '고잉 솔로'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고립된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보다 편안한 몇 사람. 그 단순한 공식을 5060은 살아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60대 이상 고용 기회가 제한되면서 인간관계의 무게 중심이 '감정과 시간 공유'에서 '경제적 부담과 의존'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기준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 비중은 전체의 49.1%에 달한다. 60대 여성도 2005년 5.8%에서 2025년 22.1%로 20년 새 약 4배 뛰었다. 부부 관계마저 재정 문제 앞에서 흔들리는 이 세대에게 의무감으로만 유지되는 외부 관계는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최도은은 저서 '관계를 끊는 용기'에서 "인간관계는 에너지 총량이 유한한 게임이다. 무조건 지키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어디에 쓸지 아는 것이 지혜"라고 말했다. 5060이 관계를 줄이는 건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다. 오래 살아보고 나서 비로소 터득한 에너지 관리법이다.

PMI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간관계 스트레스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인간관계 유지에 드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을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가 33.4%에 달했고, 비교·경쟁으로 인한 불편함을 꼽은 비율도 23.1%였다. SNS상의 비교는 실제 만남보다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고 읽혔는지 안 읽혔는지 표시되는 메시지 하나가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 시대다.
애덤 알터는 저서 '만들어진 중독'에서 "SNS는 사용할수록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교와 소외감을 강화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5060이 단체 채팅방을 나가고 알림을 끄고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는 것은 단순한 디지털 피로가 아니다. 비교 없이 살고 싶다는 선언에 가깝다.
의무감으로 경조사를 다니며 피곤함을 쌓아가는 사람과, 스스로 관계를 선택하고 마음이 편안한 몇 사람과 깊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두 사람의 노후는 10년 후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관계를 줄이는 것이 두렵다면 지금 자신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면 된다. 만나고 나서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인가, 아니면 돌아오는 길에 한숨이 나오는 사람인가. 그 답이 나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