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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하나 교보 IRP 1위, 규모와 수익률 불일치
웰스매니지먼트
브랜드만 믿었다간… IRP, 규모와 수익률의 배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퇴직연금 3종 중 가입자의 의사결정이 가장 강하게 반영되는 계좌다. 이직·퇴직 시 받은 퇴직금을 한곳에 통합하거나, 재직 중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납입하는 구조다. 연간 900만원 한도 세액공제와 연금 수령 시 분리과세라는 절세 이점은 IRP를 단순한 퇴직금 보관소가 아닌 노후 설계의 핵심 계좌로 만들었다.
2026년 1분기 IRP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변화했다. 전체 IRP 적립금은 143조 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8% 급증했다. 이는 DC형(+4.5%)의 두 배가 넘는 증가 속도다. 그러나 이 뜨거운 성장 이면에 차가운 모순이 있다. 이번 분기 IRP 수익률 순위를 보면,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사업자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사업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가입자들이 수익률보다 브랜드 친숙도·접근성·영업력에 더 끌린다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농협은행 24.82%로 수익률 1위, IRP 최대 사업자 신한은행은 4위
은행권 IRP 1년 수익률에서는 농협은행이 24.82%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DC형에 이어 IRP에서도 1년과 5년(6.17%) 모두 5대 은행 중 정상을 차지하며 농협은행의 운용 일관성을 보여줬다. 국민은행(22.11%), 우리은행(20.40%), 신한은행(18.45%), 하나은행(17.56%) 순이었다.
지방은행 강세는 IRP에서도 반복됐다. BNK부산은행이 30.32%로 은행권 전체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적립금 규모는 7,000억원대에 그쳤다.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농협은행(24.82%)이 5위 하나은행(17.56%)보다 무려 7.26%p 높았다. 은행 내 IRP 수익률 격차가 DC형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은행권 IRP 적립금 1위(20조 8,633억원)이지만 1년 수익률은 5대 은행 중 4위(18.45%)에 불과하다. 적립금 규모 5위 농협은행(2조 3,618억)의 수익률(24.82%)과는 6.37%p 차이가 난다. 5년 수익률에서도 신한은행(5.41%)은 농협(6.17%)에 0.76%p 뒤진다.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한 사업자가 가장 잘 굴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IRP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하나증권 1년 1위, 신한투자증권이 5년 1위
증권업권 IRP 1년 수익률에서는 하나증권이 25.73%로 1위를 차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IRP 1년 수익률 23.74%로 2위였지만, 5년 IRP 수익률은 6.92%로 증권업계 1위이자 전체 사업자 중 2위에 해당한다. 3년 IRP 수익률(13.82%)에서도 신한투자증권이 증권업계 선두다. 하나증권은 단기, 신한투자증권은 중장기에서 각각 강점이 있는 셈이다.
대형 사업자의 수익률은 상반됐다. 미래에셋증권(19.40%)과 한국투자증권(18.66%)은 IRP 1년 수익률에서 각각 하위에서 세 번째, 최저를 기록했다. 5년 IRP 수익률도 한국투자증권(5.10%)은 하위에서 두 번째, 미래에셋증권(5.79%)은 중위권이었다. 증권업권 IRP 최하위는 신영증권(IRP 5년 4.99%)이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분기 IRP 시장의 핵심 아이러니를 압축한다. IRP 1년 수익률(18.66%)은 증권사 중 최저였지만, 가입자 수는 1분기에만 5만 1,000명 이상 늘어 52만명을 돌파했다. 적립금 증가율(18.6%)은 전 금융권 최고 수준이다.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BF1’ 상품이 8분기 연속 증권업계 수익률 1위(1년 26.62%)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 상품 성과다. 전체 IRP 평균 수익률과 특정 우수 상품의 수익률이 동시에 최하위·최상위에 공존하는 구조는 가입자가 어떤 상품을 담느냐가 사업자 선택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보험에서는 교보생명이 DB·DC·IRP 세 유형 동시 상위권 저력
보험업권 IRP 원리금비보장 1년 수익률에서는 명목상 DB손해보험(33.14%)이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적립금이 23억원에 불과해 유의미한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렵다. 실질적으로는 교보생명(26.35%)이 보험업계 IRP 수익률 1위다. 흥국생명(28.15%), 현대해상(26.19%), 푸본현대생명(26.07%), IBK연금보험(24.66%)이 뒤를 이었다.
삼성생명은 IRP에서 23.28%로 7위를 기록했다. IRP 적립금은 직전 분기 5,425억원에서 7,103억원으로 1,678억원 늘어 외형 성장세는 유지했지만, 수익률에서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교보생명의 강점은 일관성이다. DB형(3.92%), DC형(26.15%), IRP형(26.35%) 모두 보험업계 상위권을 유지한다.
DB·DC·IRP 세 유형에서 동시에 상위권을 차지하는 보험사는 드물다. 단기 고수익보다 전 유형에 걸친 안정적 운용 역량이 교보생명 퇴직연금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IRP는 가입자가 직접 사업자를 선택하는 구조인 만큼, 수익률 못지않게 사업자 재무 건전성과 서비스 접근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 본 기사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