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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스벅 사과, 이념 및 지역 따라 엇갈린 언론 시각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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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탱크데이’ 파문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과에 나선 뒤,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식의 프레임 전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는 영남과 호남지역 신문사의 논조 차이가 뚜렷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표현과 ‘책상에 탁’ 문구를 넣은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해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공개 비판하며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정용진 회장 사과 이후 보수신문을 중심으로 정부 여당 비판 프레임이 등장했다. 문화일보는 26일 「선거 쟁점 된 ‘스타벅스 사태’와 권력-기업의 경계선」 사설에서 “기업·시장과 권력·이념 사이에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합당한 경계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때린다는 인상을 준다면 아주 나쁜 선례를 만들고, 유권자들에게는 과유불급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 27일 「정용진 “제 잘못, 용서 구해”… 차분히 진상 규명 지켜볼 때」 사설에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을 키운 기업 마케팅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임직원의 의도적 기획인지, 단순 실수인지도 아직 명확하게 가리지 못한 상태에서 정치권이 나서서 진영 간 편 가르기를 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7일 「괴담 수준 스타벅스 공격까지, 도 넘지 말아야」 사설에서 “이 일은 기업의 잘못이 있지만 일선 매장의 스타벅스 직원들까지 폭언을 들어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대통령 장관 여당이 전부 나서 일제 공격을 퍼부을 일도 아니었다”며 “비난의 도를 넘어 음모론까지 나돌고 있다. 문제가 된 ‘탱크 텀블러’의 명칭과 용량(503mL)이 계엄군 탱크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였던 503번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27일 「고개 숙인 신세계, 스벅 논란 과도한 정쟁화도 멈춰야」 사설에서 “스타벅스 매장의 직원들은 신변 위협까지 느낀다고 한다. 역사적 아픔을 보듬고 승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눈앞의 이득을 위해 국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고 썼다. 모두 ‘정 회장이 고개를 숙였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식의 논조다.

매일경제도 26일 「고개 숙인 정용진…이제 판단은 소비자 몫」 사설에서 “기업 입장에서 최근 광풍과도 같은 사회적 비판에 일단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고 긍정 평가한 뒤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가 공식 불매를 선언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불충전금 환불 약관을 정조준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한 압박은 국가권력의 과도한 대응”이라며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기업을 전방위로 몰아세우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신문사설에선 “무엇이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이유가 무엇이든’이라고 사과에 토를 달아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실무진 일부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는데도 ‘고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멋대로 결론지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경향신문 26일 사설 「본인 책임이 큰데, 진정성 안 보인 정용진 사과」) 같은 지적을 찾기 어려웠다. 또 “4단계를 거쳤다는 결재 시스템에서 부적절한 이벤트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건 고의나 실수를 따지기 앞서 정 회장의 성향이 전반적인 그룹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한국일보 27일 사설 「근본 원인 성찰 부족한 정용진의 사과」)는 지적도 찾기 어려웠다.

대구일보 “비판은 충분했다” 광주일보 “사과 진정성 의심”

정 회장의 사과를 두고 지역별 논조 차도 뚜렷했다. 대구일보는 26일 「비판은 충분했다, 마녀사냥은 멈춰야 한다」 사설에서 “비판과 마녀사냥은 다르다. 기업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기업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여론재판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다. 정치권이 기업을 압박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도 사회적 논란 앞에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남일보도 27일 「스타벅스 논란…이제는 사회적 수습이 필요하다」 사설에서 “지방선거가 한창인 시기에 스타벅스 논란은 정책과 비전 경쟁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의 수장이 거듭 사과를 하고 책임자 문책에 나선 만큼 이제는 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썼다.

매일신문은 27일 「장동혁 대표의 스타벅스 논란 맞대응을 곱씹어 봐야 하는 까닭」 사설에서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박함으로써 실수가 ‘실수’로 인식되는 한편 오히려 여권이 5·18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끌어내기 시작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실수와 고의를 구별할 수 있는 사회, 붉은 동그라미를 보고 곧장 일본 욱일기를 떠올리지 않는 사회, 진영이 아니라 사실을 볼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조는 호남지역 신문사와 대조적이다. 광주매일신문은 26일 「턱없이 진정성 부족했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과」 사설에서 “12·3내란의 밤을 물리친 광주를 희화화했다. 대기업의 가치 훼손을 넘어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협하는 중대재해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에 기반한 그동안의 부적절한 행위 모두에 사과해야 했다”며 “광주시민은, 국민들은 경영일선 퇴진과 합당한 처벌만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일보는 27일 「3無 때문에 진정성 의심 받는 정용진 사과」 사설에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어떤 식으로 지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발뺌하고 직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모습에 조롱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5·18에 대한 폄훼는 단지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에게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신의 근간이란 점에서 국민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남도일보는 26일 「정용진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과…진정성엔 의문」 사설에서 “정 회장 퇴장 이후 진행된 진상 조사 결과 발표는 실망감만 안겼다. 5·18 단체들은 이날 ‘진정성이 없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화를 키우는 모양새”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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