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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대신 주식비중 확대…적격 TDF의 역설 [적격 TDF 중간점검 (상)]
한국금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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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연금계좌에 일반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를 70% 담고, 나머지 30%를 주식 비중이 80%인 적격 TDF(타깃데이트펀드)를 더하는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면, 전체적인 주식 노출 비중은 94% 수준까지 올라간다.

적격 TDF로 인정되는 경우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70%)가 면제되므로 적립금의 100% 모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격 TDF 자체는 연금 친화적 설계로 '인증'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서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끌어올리려는 유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아직 은퇴 연령이 많이 남아 있는 투자자라면, 주식을 확대하는 연금 투자 전략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합리적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계좌를 거점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 기조가 만연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적격 TDF, 안전자산 30% 채우는 대표 선택지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현재 199개 TDF 상품 중 적격 TDF는 195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98%에 달하는 수치다.

적격 TDF는 퇴직연금감독규정시행세칙에 근거해서 운용기간동안 ‘안전자산 비중’을 20% 이상, 투자목표시점 이후에는 60% 이상 유지하는 등 요건을 충족한 TDF를 규정한다.

적격 TDF로 인정되면 퇴직연금 적립금을 모두 투자할 수 있다. 반면, 비적격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적격 TDF는 분산투자가 강조돼 있다. 연금 상품을 만드는 대부분 자산운용사들도 생애주기 중심의 TDF 성격에 맞는 상품 개발을 기본 기조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적격 여부 판정을 받는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체 기준을 통해 보수적으로 위험자산을 분류하고 전 세계적으로 잘 분산된 투자와 장기적 시각을 유지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며 "연금자산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끄는 TDF 본연의 운용 원칙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RP(개인형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및 과세이연 등에 따라 투자자들이 적격 TDF를 연금계좌 내 해외주식 ETF 투자 방편으로 여기는 측면도 적지 않게 지적돼 왔다.

전반적으로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규제 우회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적격 TDF는 ‘노후 대비 장기분산 투자’라는 제도 취지와 ‘연금계좌 내 주식 비중 극대화 수단’이라는 시장 활용 사이에서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연금계좌에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다수의 20~40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금계좌에서 해외주식/지수 ETF를 사면 절세에 유리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적격 TDF에서도 국내주식 투자 비중 확대에 중점을 둔 상품 라인업도 속속 늘고 있다. 역시 퇴직연금(DC/IRP) 계좌 안에 100% 편입할 수 있다. 위험자산 투자 비중(70%) 이 외 30% 비중에 투자하는 선택지다. 이와 관련 일부 투자자들은 “국내주식은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데 연금 계좌로 사서 오히려 비용이 늘어나는 것 같다" 같은 인식도 상존하고 있다.

‘머니무브’로 적격TDF 존재감 UP

금투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실적배당형 전환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적격 TDF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이 은행 예/적금 중심의 원리금보장형 ‘쏠림’으로 오랫동안 저조한 수익률에 그치면서 본래의 노후보장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누적돼 왔다.

최근 ‘돈을 굴리고자 하는’ 투자 수요에 힘입어 자본시장으로의 ‘머니 무브(money move)’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금 투자에 적합하게 설계된 적격 TDF가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최선의 방책으로 꼽힌다.

현재 적격 TDF의 인정 기준은 퇴직연금감독규정시행세칙에서 ‘은퇴예상시기 등 투자목표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는 생애주기형 자산배분 전략을 통하여 투자위험을 낮추는 운용방법 및 운용지침 등을 갖출 것’ 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상품 간 형평성과 합리적인 규제 체계, 가입자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며 “적격 TDF에 적용되는 인정 기준 및 규제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금의 경우 중장기 투자 수익률이 조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연금 수익률 공시가 아무래도 1년 기간수익률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투자자와 사업자 모두 단기적인 성과 위주 판단에 치우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위험수준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 수익률 중심 비교는 연금 상품의 장기 운용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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