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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 R&D 줄고 마케팅 확대, APR식 성장 공식 확산
한국금융신문
하지만 에이피알(APR)이 디지털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중심 전략으로 급성장하면서 K-뷰티 시장의 경쟁 공식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대신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늘리며 마케팅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PR의 성장 방식이 기존 K-뷰티 기업들과 결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화장품업계가 R&D와 브랜드 헤리티지, 백화점·면세 중심 유통 경쟁에 집중했다면 APR은 SNS·숏폼·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앞세워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확대했다.
특히 메디큐브를 중심으로 한 뷰티 디바이스와 콘텐츠 결합 전략은 제품력 자체보다 브랜드 확산력과 디지털 접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연구개발비는 2925억 원으로 전년(2966억 원)보다 1.4% 줄었다. 각사 별로 봐도 R&D 비용은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 감소한 1347억 원, LG생활건강은 1.6% 준 1604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광고선전비는 증가 흐름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의 2025년 광고선전비는 5058억 원으로 전년(4999억 원) 대비 1.2% 늘었다. 2023년 457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광고선전비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가 5778억 원으로 전년(5518억 원)보다 약 5%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차이는 더 크다.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비용은 32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반면 광고선전비 및 판매촉진비는 20% 늘어난 1476억 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용이 3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반면 광고선전비는 2.2% 늘어난 1147억 원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연구개발비 감소를 단순히 ‘APR 효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중국 사업 부진과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보면 양사의 흐름은 다소 엇갈린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3.71%에서 2025년 3.17%로 낮아졌지만, LG생활건강은 같은 기간 3.5%에서 3.7%로 오히려 높아졌다.
‘중국 의존’ 흔들린 사이…APR식 성장 부상
기존 K-뷰티 강자들의 성장 공식은 중국시장 둔화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면세점과 중국 현지 유통망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중국 소비 침체와 현지 브랜드 약진 등이 이어지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양사는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더후’는 면세 채널을 대표하는 럭셔리 K-뷰티 브랜드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중소 K-뷰티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존재감은 약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중화권 매출 비중도 감소 추세다. 아모레퍼시픽의 중화권 매출 비중은 2024년 13.1%에서 지난해 12% 수준으로 작아졌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12%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이었지만 실제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8.7% 축소됐다.
반면 APR은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SNS와 인플루언서 기반 마케팅을 강화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을 결합한 전략이 글로벌 MZ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APR의 성장 배경으로 ‘민첩성’을 꼽는다. 대형 화장품 기업들은 대량생산과 글로벌 유통망 중심 구조인 만큼 기존 성공 공식을 유지·확장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지만,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즉각 대응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소 K-뷰티 브랜드들은 소량 생산 구조를 기반으로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정 제품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빠르게 수정하고 새로운 제품군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민첩성을 기반으로 APR이 디지털 마케팅과 글로벌 SNS 채널 공략에 성공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가치 평가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APR은 지난해 8월 장중 신고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7조 원을 넘어섰다. 2024년 2월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1조8960억 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몸값이 4배 가까이 뛴 셈이다.
반면 기존 K-뷰티 대형사들의 시가총액은 쪼그라들었다. 올해 5월 29일 종가 기준 APR의 시가총액은 약 14조 원으로 아모레퍼시픽(6조9400억 원)과 LG생활건강(3조9500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제품력은 기본”…콘텐츠·브랜딩 경쟁 시대
물론 디지털 마케팅 경쟁이 강화됐다고 해서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성분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와 브랜딩, 소비자 체험 요소가 더해지며 경쟁 방식이 다변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양사 역시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 뷰티 시장은 검증된 성분을 기반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효능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핵심 성분 개발 및 제품화의 경우, 안전성 확보를 위한 R&D의 중요성은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사업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자연 감소일 뿐 R&D는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성분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제품력을 기본 전제로 콘텐츠와 브랜딩, 글로벌 SNS 확산력까지 종합적으로 갖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더마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효능 검증과 기능성 연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 마케팅만으로는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화장품 기업들도 뷰티 디바이스와 기능성 제품 중심 연구개발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구개발 실적을 보면, LG생활건강은 멜라닌 색소 케어 중심의 뷰티 디바이스 ‘프라엘 멜라빔 토닝’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LED 기반 홈뷰티 디바이스 ‘메이크온’ 등을 통해 뷰티테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팔리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제품력은 기본값이 됐다”며 “콘텐츠와 브랜딩, 글로벌 SNS 확산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K-뷰티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