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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전환 가속, 기관투자자 활성화 위해 세제 지원 필요
웰스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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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이후 국내 비아파트 임대시장이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KR, 모건스탠리, 캐나다 연기금(CPPIB) 같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까지 국내 임대시장에 뛰어들며 새로운 시장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세금 규제를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임대주택 취득·보유 부담이 커지자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신규 투자를 잇달아 보류한 것이다. 월세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실제로는 공급 주체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재연 연구위원은 최근 자본시장포커스 ‘비아파트 월세시장 안정화와 기관투자자의 역할’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가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과 월세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별적인 세제 지원 복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세사기 이후 빨라진 ‘월세 전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연립·다세대 84.5%, 오피스텔 77.5%, 단독·다가구 63.4%를 기록했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50~60% 수준이던 월세 비중이 불과 3년 만에 급등한 것이다.

전세사기 이후 임차인들은 전세를 기피했고, 집주인들 역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가능한 월세를 선호하면서 시장 구조가 빠르게 바뀌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를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 변화”로 진단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 2만7372건 가운데 20~30대 비중이 74.7%에 달했다. 피해 보증금은 2억원 이하가 83.8%였고, 피해 주택 유형 역시 다세대·오피스텔·다가구 등 비아파트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이 전세사기로 목돈을 잃으면서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월세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공급 구조다. 현재 민간임대시장은 개인 다주택자 중심 구조가 여전히 절대적이다. 전문적인 운영·관리 체계가 부족한 비산업화 시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민간임대시장의 약 80%는 개인 다주택자가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2024년 8월 ‘서민·중산층과 미래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하며 기관투자자의 임대시장 진입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험사 자회사의 민간임대주택 운영도 허용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2023년 말부터 국내 비아파트 임대주택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제도적 빗장이 일부 풀리자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KKR, 모건스탠리, CPPIB 등은 국내 파트너와 공동 투자하거나 자산운용사와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왔다. 이들은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뒤 전문 운영사에 임대 관리를 맡기는 구조를 택했다. 2024~2025년에는 신규 투자자 유입과 함께 투자 규모도 꾸준히 확대됐다.

기관투자자들의 주요 투자 대상은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역세권 인근 오피스텔, 코리빙(co-living) 시설이었다. 규제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도 임차 수요가 안정적인 지역을 선별한 것이다.

기관투자자의 임대 모델은 기존 개인 다주택자 중심 시장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기존 전세 시장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규모의 보증금을 기반으로 운영돼 임대인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다. 전세사기가 반복된 구조적 원인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관투자자가 운영하는 코리빙 시설은 통상 1~2개월치 월세 수준의 소액 보증금이나 최대 6개월치 월세 선납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CPPIB가 투자한 국내 코리빙 운영사의 경우에도 보증금이 없거나 월세 3~4개월 수준에 그친다.

이런 구조에서는 임차인이 수억원대 목돈을 맡길 필요가 없다. 임대인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기관투자자 중심 임대 모델이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역세권과 업무지구 인근 코리빙 시설은 서울 핵심 지역에 거주하고 싶지만 자가 매입이 어려운 20~30대 청년층에게 현실적인 주거 대안으로 꼽힌다. 직주근접 수요를 흡수하면서도 전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접근성이 낮은 청년층과 저소득층에게 월세 중심 임대시장은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투자 급제동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시장 변화는 지난해 10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임대주택 신규 매입 시 취득세 중과가 적용됐고, 민간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도 사실상 축소됐다.

그 결과 임대주택 취득·보유 비용이 급등했고 투자 수익성은 크게 낮아졌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확대하던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신규 투자를 잇달아 보류하기 시작했다.

결국 월세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정책은 공급 주체를 시장 밖으로 밀어낸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 억제를 위한 다주택 규제가 개인과 기관투자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정책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장기 임대를 조건으로 기관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선별적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무 건전성과 신용이 검증된 기관투자자에게 전문 운영 역량을 활용해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재연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10년 이상 장기 임대와 연 5% 이하 임대료 인상 제한 조건을 수용하는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 유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사기의 구조적 원인은 개인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보증금 의존에 있었다”며 “소액 보증금 기반의 기관 임대모델 확산은 임차인 보호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임대시장은 아파트 시장과 성격이 달라 기관투자자 유입이 곧바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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